[광고] 고양행주문학상 수상작가 조미해, 소설집 ‘선을 지키는 일’
아주 오래된 겨울, 짧은 해와 긴 어둠 사이 어딘가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울린다. 조미해 작가는 오랜 시간 침묵을 지나 다시 자신의 마음을 건져 올리고, 그 내면의 연못에서 건져올린 온기와 아픔을 한 문장씩 펼친다. 고양행주문학상 수상자로 주목받은 그녀가 이번에 내놓은 소설집 『선을 지키는 일』은 ‘경계의 너머’에서 벌어지는 조용하지만 뚜렷한 파동을 담는다. 이 책은 출간 전부터 문학계 안팎에서 세세한 결을 인정받았다. 문단의 기대와 독자들의 호기심이 맞닿는 부분엔 언제나 올곧은 존재감이 있다. 조미해의 신작은 바로 그런 문장과 구조로, 사적이고 내밀한 세계 위에 기어이 ‘선을 긋는 담담함’을 놓았다.
삶의 가장자리에서 타인과 마주한 순간, 우리는 일상적으로 경계라는 선택 앞에 선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지켜야 할 것’과 ‘부서져야만 하는 것’의 사잇길을 반복적으로 걷는다. 표제작 ‘선을 지키는 일’에서는 사회의 틀 속에서 익숙히 무뎌진 인간다움, 그리고 그보다 더 깊숙한 양심의 저편을 만난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그려진 일상은 무겁고 곧은 선 하나로 수놓아진다. 비단 등장인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미해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넘지 말아야 할 경계에 대해 끝끝내 질문한다. 말보다 속삭임이 많고, 색채보다 그림자가 많은 세계. 이 책은 독자가 자신의 “선”을 돌아보게 만든다.
‘고양행주문학상’이라는 이력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라, 조미해 문학의 결을 드러내는 암시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녀의 작품에는 매양 의심과 경계, 조심스러운 공존이 흐른다. ‘선을 지키는 일’이란 제목처럼, 이 소설집 전편엔 인간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소소한 이탈,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연민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한 편의 소설에서 충격적인 반전이나 시끄러운 사건을 기대하기보다는, 오히려 조용히 번져나가는 감정의 결, 오래도록 속삭이는 침묵의 힘을 읽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조미해의 문학은 자신의 색채를 되찾는다. 거칠고 외로운 현실의 표면 아래, 끝내 곱씹게 할 이야기의 원형질이 숨어 있다.
유사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이 소설집은 도드라지는 감정의 여진이 특징적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시대 문학은 점차 ‘확실한 정의’보다는 ‘애매한 경계’의 서사를 주목해왔다. ‘선을 지키는 일’은 그러한 흐름과 마주한다. 누군가의 확실한 옳음도, 다른 이의 분명한 그름도 단정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숨죽이고 관계를 지속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시대정신을 닮았다. 타 언론에서 조명된 오은, 정지돈, 백수린 등 동시대 작가들의 신작도 비슷한 결로 ‘경계의 서사’를 다루었다. 그러나 조미해만의 장점은, 이 경계를 오버하지 않고 수묵화처럼 절제된 감성으로 물들인다는 데 있다. 그녀의 소설은 감정선을 쫓다 보면 어느덧 미세한 선 위를 걷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특히 ‘말하지 못한 것’들과 ‘지켜야 할 침묵’이 교차하는 장면들은 마치 겨울 창문에 내려앉은 서리처럼, 한 장의 풍경으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 빛나거나 요란하진 않지만, 우리의 생활 속에 시린 파편으로 남아 오래 떠돌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조미해는 현실에 대한 직시와 은유, 양자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잡는 작가로 또다시 증명된다. 익숙했지만 못 본 것, 외면했으나 가장 내 곁에 있었던 것을 그녀의 언어는 차분히 끌어내며, 이미 읽은 독자들에게도, 이제 막 책을 펼칠 이들에게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와 가족, 개인과 집단을 관통하는 수많은 ‘선’이 머릿속을 맴돈다. 우리는 각자, 혹은 함께, 어느 선을 지키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까? 이를테면 윤리적 선, 경제적 선, 사랑의 선, 우정의 선. 그리고 그 선 바깥에서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을 안고 서성일 때, 문학은 가장 조용한 대화가 된다.
조미해의 『선을 지키는 일』은 2026년의 문학장에서 ‘경계의 시학’을 새로 쓰는 성찰이자, 독자 개개인의 감정선과 조우하는 입구다. 오늘의 소설이 묻는 것은 답이 아니라, 아직 길 위에 놓인 물음들과, 그 물음 곁에 깃든 사람들이다. 눈 내리는 계절, 오래된 선 하나를 따라 읽는 이 책이야말로 소란한 현실을 잠시 멈추게 할지 모른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경계, 침묵, 감정선에 대한 소설…ㅋㅋ 문학이 확실히 바뀌긴 했다. 옛날엔 막 사건 빵빵 터져야 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조미해 작가가 그리는 선, 뭔가 예민하게 스쳐가는 거 같아서 끌린다. 한번 읽으면 심각해질듯 ㅋㅋ
작가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네요🤔 이런 소설이 요즘 트렌드인 것 같아서 더욱 읽어보고 싶습니다.
경계 지키는 거,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거 아님?… 작가도 사람도 다 똑같다니까
헐;; 이게 진짜 핫하다고? 아무래도 요즘 트렌드는 잘 모르겠다. 그냥 무덤덤하게 흘러가는 거지 뭐.
이런 분위기 있는 소설 좋아합니다. 작가님의 문장이 기대되네요.
선이라는 말 자체가 참 추상적인데, 소설로 그걸 표현한다니 흥미롭긴 하네. 근데 요즘 문학계도 결국 다 비슷비슷해져간다는 거지. 밋밋한 감정선 대신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소설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됨… 그래도 한 번 읽어보고 싶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