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소비, 낯선 일상의 감각을 좇다

들뜬 설렘으로 항공권을 예매하던 시간이 점점 자유와 무관심 사이로 스며들고 있다. 소비자는 더이상 인기 명소의 풍경 한 컷을 위해 길고 긴 줄을 서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 감각의 변주 위에 놓인 여행 소비는 이제 ‘취향’과 ‘의미’의 발견을 중시한다. 최근 국내외 여행 트렌드는 기존의 패키지·단체여행에서 벗어나 소규모 맞춤, 개인화된 일정이 뚜렷이 부상하고 있다. 직접 공간을 경험하고, 현지의 공기와 식탁 위의 소리, 냄새까지 탐구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 실제 주요 여행사 통계만 보더라도 ‘혼행’ 비율이 2025년에 비해 올 한 해 18%가량 늘었고,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자체 일정 관리 비중도 2배 가까이 뛰었다. 이런 변화는 일상의 회복세와 ‘나만의 순간’에 대한 갈망이 맞물리며 나타난다.

손끝에 머무는 예약 버튼의 촉감부터 달라졌다. SNS 한 장의 이미지, 유튜브 숏츠 몇 초가 나만의 여행 리스트를 바꾸는 낯선 감각. 제주 서귀포 해안길의 한적한 소규모 갤러리, 일본 홋카이도의 계절 카페처럼, 친구나 유명인 대신 타인의 일상에 잠시 스며드는 여정이 의미를 가진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오롯이 휴식과 회복에 집중하는 공간이 각광을 받으며, 명상·웰니스, 자연과 교감하는 이색 숙소를 찾는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공항 라운지의 번쩍임 대신 소규모 마을의 정취, 작은 미술관, 로컬 패스트리 한 조각에 스며든 기억이 여행의 본질로 떠오른다.

이번 겨울, 소도시로 부드럽게 번지는 여행 수요를 살펴보면, 기존 대도시 집중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숙박 예약 추이를 보면 강릉이나 전주, 통영, 군산 등 문화와 일상의 결이 살아있는 도시들이 도약했다. 숙소 선택 기준 역시 ‘조용함’, ‘색다름’, ‘공간의 분위기’에 집중되며, 여행 자체를 통한 재충전의 심리가 역력하다. 호텔에서 이색 한식 코스를 맛보고, 오래된 서점 한켠에서 생경한 소설 한 권을 집어드는, 느린 감각의 경험이 높은 만족도를 가져온다는 각종 소비자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직장인 O씨는 “인파 피해서 새벽 바닷가를 걸었더니, 여행이 아니라 잠시 다른 삶을 살아보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여행은 이렇듯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을 새롭게 하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온다.

새로운 소비 행태는 SNS 등 온라인 상에서 평범한 이웃의 여행기도 곧바로 ‘취향 큐레이션’의 역할을 한다. 요즘 주목받는 콘텐츠 중에는 복잡하고 체험 위주의 안내보단 한 사람의 감정, 작은 공간이 지니는 잔잔한 울림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많다. ‘나만의 여행’, ‘로컬 바이브’, ‘쉼과 연결’, 이런 단어들이 익숙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AI 추천, 일정 자동 조합 등 ‘초개인화 여행’ 기능을 경쟁적으로 강화하며, 작은 정보 하나까지도 소비자의 손 끝에서 살아 움직이게 한다.

여행이 단지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산업의 틀을 넘어, 삶의 작은 리듬을 불러오는 장치가 되어가는 지금. 모두가 떠났던 길이 아닌, 조금은 낯설고 서툰 감정의 골목을 걷는 일이 이 시대 여행자의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잊고 싶지 않은 순간, 소란스럽지 않은 추억, 반복되는 일상 사이의 짧은 진동에 귀 기울이는 소비. 누구도 아닌 내 방식대로 공간을 향유하고, 세심하게 나만의 동선을 만드는 경험이 여행 문화의 중심에 놓였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어울릴 수 있는 작은 세계, 아름답게 흐트러진 순간을 발견하고자 한다. 오늘 비로소 새로운 여정의 방식이 낯익게 자리잡고 있다. 어딘가로 떠난다는 사실만큼이나, 그동안 몰랐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것이 최근 여행소비의 쓸쓸하고 따뜻한 변화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여행 소비, 낯선 일상의 감각을 좇다”에 대한 5개의 생각

  • 개인화 여행이 대세라니 ㅋㅋ 시대가 많이 변했네요! 휴식과 경험이 중심된 여행이라 저도 끌려요😍

    댓글달기
  • 진짜 요즘 여행 스타일 완전 공감ㅋㅋ 나도 소도시로 떠나고싶다😭🌿

    댓글달기
  • 여행=인생샷 시대에서 이젠 치유와 쉼까지! 다음은 뭐 나올지🤔 경험 공유가 트렌드라니 신기함

    댓글달기
  • 결국 여기 나오는 여행 트렌드도 유행일 뿐이라 생각함. 개인화니 의미추구니 해도, 다들 남 따라가고 SNS 눈치보는 건 똑같지. 진짜 자기만의 여행 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 글은 멋있게 쓰긴 했는데 내가 보기엔 허세 쩐다. 내로남불 없는 리얼 여행 좀 보고싶네, 허영 감성 그만좀.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