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세계화, 미국 식탁에서 피어나는 한국의 맛
찬 바람이 부는 겨울, 김치의 은은한 향과 아삭한 식감은 우리 식탁에 늘 그리움과 풍요로움을 선사해주곤 한다. 그런데 최근 한 가지 소식이 미국발로 전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연방정부의 식단 지침에 ‘진짜 음식, 김치를 먹자’는 문구가 명시되면서, 김치가 미국 공공기관 급식에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미국의 국가 영양정책, 그것도 정부기관이 공식 섭취 권장 리스트에 한국의 김치가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외국 음식에 대한 호의나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선다. 이것은 식문화가 가진 힘,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세계인의 입맛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2025년 말 미국 보건부와 농무부는 연방정부 산하 기관 공공식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진짜 음식(e.g. 김치, 싸우어크라우트, 케피어 등 발효 식품)’이라는 항목을 신설했다. 트럼프 전 정부의 건강정책에서 촉발된 변화가 현재도 유지되고, 특히 동양의 전통발효음식의 대표격인 김치가 미 연방정부 영양정책의 기초로 공식화됐다는 점에서 큼직한 의미가 있다. 무채색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긴 김치 한 조각이 이제 미국 학교·군대·병원 식당 테이블 위에 오르는 것이다. 그것은 이민자 사회의 음식에서 미국인의 보편적 ‘웰빙’ 라이프스타일로 김치의 위상이 전환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사실 그간 김치의 현지화와 인지도 확산은 꾸준히 시도됐다. 캘리포니아 한인타운에서 시작해서 전역의 한식당, 발효 식품 전문점, 그리고 유기농 마켓 체인점까지. 이제 ‘Fresh kimchi, locally made’라는 광고문구가 대형 자연식품매장 한켠을 채우듯, 김치는 더이상 특별한 외국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건강식, 혹은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농무부 공식사이트에는 ‘fermented foods’의 예시로 ‘김치’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연방영양정책 설명 자료에도 김치, 나또 등 다양한 아시아 발효푸드가 추천되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김치가 지닌 ‘진짜’ 음식의 매력은 단순한 발효과정에 있지 않다. 갓 절인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젓갈, 그리고 무, 파, 각종 채소가 어우러져 숙성된 김치의 맛은 한 겨울 따스한 밥상 위에서 풍성하고 깊은 맛을 전한다. 그것은 화려하면서도 담백한, 강렬하지만 절제된 발효의 미학이 담긴 맛이다. 그리고 이 미묘한 밸런스와 독특한 유산균, 영양소는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 장 건강과 면역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고됐다. 지난해 하버드대 식품과학팀의 논문 역시 김치를 중심으로 한 발효채소 섭취가 서구인의 장내미생물 다양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입증한 바 있다.
트럼프식 정책은 전통 음식을 ‘진짜 음식’으로 규정하고,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식품의 섭취를 장려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정책 변화는 단지 건강담론을 넘어서 글로벌화된 식탁, 즉 각국 음식이 서로의 문화코드, 정체성의 보루 역할을 하는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킴치(Kimchi)는 2016년 미국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 스타에도 차례로 등장했고, 최근엔 K푸드 바람 속에 김치 관련 푸드페스티벌, 쿠킹클래스, 심지어 김치 벤처상품까지 우후죽순 늘어나는 추세다. 김치를 둘러싼 대중적 인식 변화에는 한류의 힘, 음식에 숨겨진 문화적 내러티브가 소금처럼 스며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전통 김치의 의미와 가공식품 김치, 나아가 중국산 파오차이(泡菜)와의 구분에 대한 문제도 남아 있다. 미국 내 슈퍼마켓에서 유통되는 김치 중 상당수가 현지 생산 혹은 중국에서 수입된 ‘김치 스타일 피클’이라는 점에서, 오리지널 김치 레시피와 역사가 철저히 소개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지적 역시 크다. 우리에게는 김치 한 포기에 담긴 손맛, 정성, 계절의 기다림이 있지만, 글로벌화의 과정에서는 그 본질이 희석될 위험성도 있다. 몇 년 새 미국 농무부가 ‘kimchi’와 ‘paocai’ 명칭을 따로 분류한다는 내용을 공식화하며 논란이 사그라드는 듯 했으나, 진짜 김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의 문화외교와 푸드테크 기업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미국 가정에 퍼지는 김치 볶음밥, 타코, 샐러드는 ‘세계인의 김치 시대’가 왔음을 증명한다. 현지판 김치는 배추 대신 케일을 쓰거나, 비건 트렌드 맞춰 젓갈 대신 해조류로 바꾼 레시피가 쏟아진다. 김치의 다양화와 탄력적 현지화가 바람직한 것인지, 아니면 전통성 훼손인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하지만 변화는 자연스럽다. 김치 한 조각이 이방인의 삶에 익숙해질 때, 그들의 기억 속에 한국의 맛, 계절, 그리고 엄마의 두 손이 담긴 이야기가 스며들 것임을 믿는다.
가끔은 너무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우리의 정체성이 흔들릴까 걱정이 앞선다. 김치가 미 연방의 공식 지침에서 진짜 음식으로 자리매김한 지금, 우리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한 번 더 김치를 바라봐야 한다. 김치 한 포기에 담긴 우리네 삶의 무늬와 풍경을 이어가며, 세계의 식탁 위에서 한국인의 온기와 손맛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오늘 밤도 조용히 바란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김치가 드디어 세계로 가네요. 반갑습니다.
미국에서도 김치를 진짜로 먹을지 궁금하네요… 의미는 있지만 실제 정착은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김치가 미국의 진짜 음식 리스트에 들어갔다는 말, 이거 진짜 역사적인 일임!! 근데 결국은 미국식 김치 탄생하는 거 아니냐… 본토의 깊은 맛을 미국 식탁 위에서 찾기란 쉽지 않을 듯. 앞으로 수출업계에도 큰 변화 있을 거 같아서 지켜봐야 함!!
ㅋㅋ 미국 정부가 김치를 진짜 음식으로 인정했다는 게 신기하기는 한데, 솔찍히 한국 김치 맛 못 따라감. 브랜드 키우기 시작인가ㅋ
김치도 결국 현지화되면 제맛 아니게 되겠지. 미국 가면 케일김치, 비건김치 난무하고 본토 입맛은 못 따라가는 거 뻔함… 하지만 한식 홍보에는 도움이 되겠네.
미국의 식단이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김치가 중심에 선다는 건 분명 이례적인 일이죠… 앞으로 미 식문화가 얼마나 다양해질지, 한국 농산물과 식품기업 입장에서도 아주 주목해야 할 트렌드라고 봅니다. 단순 유행 넘어 제대로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참에 김치 파오차이 구분 확실히 좀 쳐줬으면ㅎㅎ
김치가 미국 급식에 등장하다니…🤔 앞으로 전 세계 식문화가 어떻게 변할지 기대됨! 미국식 김치와 한국식 김치가 공존하는 시대가 오겠죠? 새로운 레시피도 많아질 듯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