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다음 행보, 번역대학원대학 설립이 보여줄 한국문학의 새 지평

2026년 현재, ‘한강 이후의 한국문학’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성취 이후, 여러 국내문단과 문화계는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바라보며 다양한 환경 개선과 기반 확대에 힘쓰고 있다. 최근 이 흐름의 중심에는 ‘번역대학원대학’ 설립 추진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 신설 추진 대학은 한국문학 및 인문사회 분야의 원천 콘텐츠를 세계 독자에게 전달할 전문 번역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번역대학원대학 설립은 한강 등의 국제적 성공이 ‘우연’에 머물지 않길 바라는 분위기 속에서 구체적 대안으로 주목된다.

한강의 맨부커상 이후, 국내 문학작품들의 해외 번역본 출간과 저명 문학상 도전도 꾸준히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장 두드러진 숙제는 전문 번역 인력의 절대적 부족과 체계적 교육기관의 부재다. 문학 번역의 질적 제고가 또 한 번의 국제적 수상, 더 나아가 세계적 영향력 확장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번역대학원대학 설립 계획은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이 기획의 청사진은 꽤 구체적이다. 국내 여러 인문학자와 현역 번역가, 출판계 전문가들이 설립 논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다양한 언어권 별 맞춤형 커리큘럼, 저작권 및 국제문학상 대응 과정, 공동 번역 세미나 등 실무 중심 과정이 골자를 이룬다. 특히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주요 언어 이외에도 스페인어, 아랍어, 동남아 및 아프리카 등 새로운 지역의 번역 인재도 육성 대상에 포함된다. 이는 한국문학의 ‘지평 확대’라는 최근 출판계 기류와도 맥을 같이 한다.

배경을 좀 더 살피면, 번역의 중요성은 한강 이전에도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문학번역원, 해외문화홍보원 등에서 번역 지원프로그램을 운용해 왔으나, 파편적 사업이거나 비정규적 교육에 그쳤다. 특히 문학번역가들은 실제 작가 못지않은 창의성,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깊은 소양, 해외문학의 리터러시 등이 모두 요구된다. 그러나 기존의 국내 번역교육기관들은 실무 및 창작 역량보다는 어학교육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제 번역권 시장의 경쟁력, 작가·번역가 간의 협업 모델 체계화, 번역 윤리 등까지 종합적으로 다룰 새로운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는 요청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이런 점에서, 번역대학원대학 설립은 단지 교육 기관의 추가가 아니라 ‘한국문학 세계화’를 위한 전략적 인프라 구축으로 해석된다. 최근 일본, 중국,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이미 번역전문대학, 산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자국 문화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던 한국이 체계적 번역거점 대학을 추진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학이 제공할 커리큘럼은 나아가 한류 콘텐츠, 영화, 방송,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진출에도 인재를 지원할 수 있다. 산업적 파장 면에서도 작지 않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 지원예산,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취업시장과 연계 등 풀어야 할 변수도 많다. 더불어 번역가 처우개선, 저작권 분쟁 예방, 국내외 문학상 네트워크 구축 등도 여전히 남은 과제다. 문학계 일각에서는 ‘노벨상용 번역 대학’이라는 함정적 수식어가 오히려 문학 및 번역교육 본연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학상 수상이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단단한 번역 생태계 조성과 국제적 독자 확장이 그 자체로 가치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시야를 넓히면, 오늘날 문화 선진국의 척도는 단순히 콘텐츠 생산을 넘어, 자국 문화·언어의 ‘세계 언어화’를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문학의 새 바람을 바라는 이 움직임은 ‘외화내빈’을 경계하고 실질적 인재, 창의적 글로벌 네트워크, 현지화 전략의 동시 실행이 병행될 때만 진정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번역대학원대학이 그 첫 발을 내딛게 된다면, 이제는 대학 설립이라는 물리적 터를 넘어 번역교육의 질, 구조, 실효성, 그리고 국제 협력 내실화에 이르는 매 순간이 다시금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오랜 시간 등한시되고 파편화된 채로 남아 있었던 ‘문학 번역 전문 인재’라는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다져, 두 번째 노벨문학상을 꿈꾸는 한국문학의 내실 있는 진화를 기대해본다. 문화는 결국 사람에서 사람으로, 언어에서 언어로의 정밀한 다리 위에서 살아 움직인다. 번역대학원대학이 그 다리의 한 축을 단단히 세워주길 바란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노벨문학상 다음 행보, 번역대학원대학 설립이 보여줄 한국문학의 새 지평”에 대한 3개의 생각

  • 또 환상 팔지 마라🤔 지금 번역가 현실 알기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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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x_necessitatibus

    번역가 꿈꾸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이네ㅋㅋ 문턱 낮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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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_everybody

    이런 시도가 계속되면 결국 결과물이 나오는 법이니까 응원할게. 번역도 기술훈련 못지않게 인문학적 깊이 필요하다는 것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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