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함의 힘, 사찰 음식에 사람들이 끌리는 이유

겨울 정취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저녁, 한적한 골목길 사이로 스미듯 코끝을 간질이는 채소와 콩의 부드러운 내음. 사찰 음식점에는 소란이 없다. 담담히 놓인 청정 나물 한 젓가락, 곱게 손질된 무채와 달큰한 들기름 냄새가 여운을 남긴다.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속을 편히 달래고 싶을 때, 근사한 사찰 음식집을 찾는다. 단출하지만 깔끔하게 그려진 음식 한 상. 분주한 일상에 마주 앉아 자신을 돌아볼 순간을 주는 그 공간에는 텅 빈 듯 깊은 울림이 있다.

최근 사찰 음식의 인기에는 윤리적 채식, 건강한 식사, 자연과의 연결감이라는 키워드가 한데 어우러진다. 신체적 피로를 달래주고 마음을 따스하게 감싼다는 입소문 속에,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이 조용한 식탁으로 모여든다. 음식은 각자의 자리에서 세계를 보는 법을 바꾼다. 최근 찾은 서울 종로구의 유명한 사찰 음식점에는, 점심 때부터 저녁까지 빈자리가 드물다. 마른 표고, 도토리묵, 참나물, 제철 나물로 이뤄진 소박한 반찬. 밥 한 숟갈에 깃든 그윽한 향, 두부 강정처럼 재치 있는 변주도 곁들여진다.

사찰 음식이 각광받기까지, 10여 년 전만 해도 일부 채식주의자, 혹은 불교 신도들의 음식이라는 편견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화가 잘 되고 자극 없는 식단을 선호하는 이들이 점점 늘었다. 천연 재료를 최대한 온전히 살려내는 조리법, 육류와 어패류는 물론, 오신채(마늘·파·부추·달래·흥거)까지 가리지 않는 철저함. 그 집착이 오히려 현대인들의 피로한 입맛을 위로한다. ‘속이 편안하다’는 평이 쌓이며, 사찰 음식이 가진 투명한 매력은 도시의 소음을 잠재운다.

다른 기사와 식도락 블로거, 푸드 컬럼니스트들의 평을 더해보면, 사찰 음식 열풍 뒤에는 ‘경험하고 싶은 휴식’이 자리한다. 최근 개봉한 음식 관련 다큐멘터리와 유튜브 채널에서도 사찰음식 체험이 유행 속 힐링 코드로 자리 잡았다. 경남 양산 통도사, 경기 양평 용문사 등 템플스테이와 연계된 식문화 관광도 덩달아 활성화됐다. 각 사찰의 스님이 직접 선보이는 식사는 전국 곳곳에서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한 상으로 재탄생한다. 조리법 강연과 쿠킹클래스, 마음 챙김 명상을 겸한 식사 프로그램이 청년층에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SNS에는 담백한 사찰 음식 사진이 꾸준한 인증 릴레이를 이어간다.

사찰 음식점에 앉으면, 시간의 흐름도 느려진다. 큰 접시에 담긴 나물 한 점, 천천히 씹으며 그 끝 맛을 음미하게 된다. 바쁜 세상살이 속에서조차 일상의 속도가 한 템포 늦춰지는 마법. 속이 편하다는 후기만큼, 식후의 여운은 오래 머문다. 밀려드는 정보 속에 쉴 새 없는 현대인에게, 사찰 음식은 잠깐의 고요, 속뜻을 되새기는 쉼표와 같다. 현미밥이나 보리밥 옆을 지키는 산나물, 나박김치, 두부 볶음 한 접시가 건네는 위로는 조용하다.

최근 음식업계는 트렌디한 건강식으로 사찰 음식을 입체적으로 변주한다. 전통 한정식집, 카페 등에서 사찰 음식 기반의 디저트 개발이 한창이다. 무공해 재료를 활용한 샐러드 볼, 오색 냉채와 현미 쿠키 등 세련된 메뉴가 눈에 뜨인다. 음식평론가들은 입을 모아 “본질은 소박함이지만, 개별 재료의 정성을 맛보게 하는 것이 사찰 음식의 힘”이라 말한다. 누군가는 입맛을 돌보려, 누군가는 자기만의 속도를 회복하려, 이 조용한 식탁을 찾는다. 무엇보다 이 음식을 둘러싼 공간의 분위기, 낮은 목소리의 대화, 설거지 소리조차 고요하게 감돈다.

현대인의 삶에 스며든 사찰 음식은 잠시 내 몸의 리듬을 되새기게 하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비움’으로 이끈다. 속이 편하고 담백한 음식 한 상, 그 너머에는 단순한 식사 이상의 경험이 놓여 있다. 고요한 접시 위로 내려앉는 겨울 햇살처럼, 사찰 음식은 오늘 우리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담백함의 힘, 사찰 음식에 사람들이 끌리는 이유”에 대한 5개의 생각

  • 역시 건강식이 대세네요!! 한 번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댓글달기
  • 한 번 맛보면 인생변화 올지도?ㅋㅋ 담백킹 인정

    댓글달기
  • 여기서도 건강팔이…진짜 트렌드 피곤하다!!

    댓글달기
  • rabbit_activity

    건강엔 좋은거 알지만…너무 밍밍하면 맘이 안 끌려요;

    댓글달기
  • 사찰음식도 결국 상술 아냐? 건강 찾는 척 하면서 가격은 자비없는 게 요즘 트렌드라 ㅇㅇㅋ. 담백한 척하는 비싸기…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