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마주하는 선택, 연명의료 중단의 무거운 현실
서울의 한 병실에서 만난 72세 박 씨는 최근 큰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의식도, 스스로 식사하는 힘도 모두 잃은 남편 곁을 지켜보며 가족들은 법적 동의와 현실의 부담 사이를 오갔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복잡한 서류와 절차를 거쳐야 하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마지막 시간을 정해야 한다는 심리적 무게가 가족을 짓눌렀다. 대한민국에서 ‘존엄한 죽음’이라는 가치를 사회적으로 이야기한 지는 오래됐지만, 병상에서는 여전히 눈물과 혼란이 가득하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음에도, 연명의료 중단 선택은 쉽지 않다. 실무는 가족들에게 여전히 벅차고, 그에 따른 경제적·심리적 부담은 줄지 않는다. 심평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연명의료 중단을 신청한 비율은 전체 중단 가능 환자의 20% 남짓에 불과했다. 환자의 의사 확인이 어려울 때는 가족 중 2인 이상의 합의와 별도의 진단서 등 추가 절차도 거쳐야 한다. 간병과 입원비에 허덕이는 가족들, 그리고 하루하루를 연명에 가까운 치료로만 이어가는 이들의 고통은 제도 한 줄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사례는 넘쳐난다. 65세 임 모 씨의 가족은 아버지의 식물인간 판정 이후 6개월의 간병 끝에 결국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했으나, 그 과정에서 느낀 무력감과 죄책감은 ‘아직도 밤마다 눈물짓게 한다’고 고백했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 역시 ‘연명의료 중단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며 현장의 부족함을 토로한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가족 중 누구라도 한 명 반대하면 중단 과정은 바로 멈춰진다. 실제로는 의료진도 가족도 모두 눈치만 보며 시간을 끈다”고 말했다. 간병인 역시 연명의료 중단 이후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지, 임금 문제 등 새로운 불안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외에서는 조금 다르다. 미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 여러 국가는 환자가 사전의료의향서(Advance Directive)를 통해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남길 수 있고, 그 효력이 가족 합의보다 우선한다. 국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도 도입됐지만, 실제 작성 비율은 5% 미만. 노년환자나 중환자 본인이 직접 기록할 심적·육체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한 많은 가정에서는 죽음을 둘러싼 대화를 터부시하는 문화 탓에 여전히 ‘남은 자의 몫’이 되고 만다.
제도의 실질적 미비는 경제적 부담으로도 연결된다. 장기입원 환자 가족들은 의료비, 간병비, 보호자의 휴직까지 일상 전체가 흔들린다. 통계에 따르면 한 중증환자 가족의 연간 간병비 지출은 적게는 1,2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이 넘는다. 사회는 ‘죽음 준비’를 입에 담기 전에 이미 많은 가족이 소진되고 있다. 급박한 병실에서 연명의료 중단을 둘러싼 갈등은 가족간 분쟁, 의료진과의 불신까지 번져 국민적 트라우마를 남긴다.
연명의료 결정이 나의 일, 우리 이웃의 일로 다가오고 있음이 뚜렷하다. 2025년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8%를 넘어섰고, 복지부 통계는 2030년에는 전체 인구의 25%가 노인임을 경고한다. 기존의 ‘효 문화’는 끝까지 케어해야 한다는 도덕적 압박을 주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성인 자녀들이 경제·정서적으로 사회생활과 양육·간병의 삼중고를 겪는다. 사회제도는 이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고 가족 희생에만 기대고 있다.
유족지원과 심리상담 서비스, 사전의향서 작성 지원 등 충분한 교육 및 지원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환자 본인의 의사가 최우선적으로 존중받는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연명의료 선택이 죄책감이나 형벌이 아닌 존엄한 이별의 권리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삶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존엄하게 마무리할 권리가 우리 모두에게 오롯이 주어져야 한다. 여러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는 법과 제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온기가 아직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남은 삶을 결정하기 위한 선택이 무게 없이 이뤄지는 그날을, 우리는 간절히 기다린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 법이 바뀌어도 제도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이런 아픔은 계속될 것 같아요!! 실제로 간병을 직접 경험한 분들에게는 더 큰 트라우마가 남을 거고요!! 사회적으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큰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간병 지옥 탈출법이 연명의료 중단이라니, 우리 사회 참 슬프고 독하다… 마지막까지 가족 손에 남겨진 것은 서류뭉치와 죄책감뿐이라면 무슨 존엄이 있나 싶다. 과학기술 발전하는데 사람 마음은 제자리 걸음인 듯.
연명의료 결정 과정이 이렇게 복잡한지도 몰랐습니다🤔 지원 정책도 부족하고, 이대로 가면 고령화로 인한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텐데 걱정이네요. 이런 문제는 미래 아닌 현재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말로만 ‘존엄사’지 가족 지옥 만들기 아닐까? 이런 제도로 뭐가 달라지나 싶어. 여기 댓글도 결국 다 ‘공감만’ 잔뜩이라 씁쓸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