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치료와 인식의 경계에서 만난 사람들
평생을 운명처럼 짊어져야 했던 이름, ‘한센병’. 누구에게는 낯선 과거의 그림자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는 이 병으로 고통받거나, 더 정확히는 한때 이 병에 걸렸던 기억 자체로 겪는 마음의 상처와 싸우는 이들이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센병은 한 번의 치료만으로 억제율이 무려 99.9%에 달하는 시대가 됐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외 전문가들은 ‘더 이상 두려움의 병이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로 외치지만, 거리에서는 여전히 낙인의 시선이 머문다.
한센병은 미생물 ‘마이코박테리움 레프라에(M. leprae)’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감염병이다. 전염 노출 이후 증상이 드러나기까지 5년에서 20년까지 걸리기도 해, 감염자 본인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왔던 사연이 많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많은 이들이 이 병으로 인해 가족과 생계를 잃고, 강제 격리로 내몰렸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사이 의약학의 발전으로 치료법은 극적으로 변화했다.
특히 오늘날에는 다제요법(MDT)이라는 복합 항생제 치료가 일반화되며, 신약 도입 덕에 1회 처치로도 99.9%에 달하는 억제 효과를 본다는 것이 주요 의료기관과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의료계의 오랜 경계와 싸움을 거쳐온 환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슬픔과 안도의 교차점을 만들어주는가. 여섯 살 때 부모와 떨어져 소록도 병원에 입소했던 박인순(70) 씨는 “한센병이 일생을 바꿨다. 이젠 낫는 병이라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라는 말로 그 심정을 전했다.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한참 뒤처져 있다. 국내 한센인 가족회와 시민단체 조사에서도 한센병 완치 환자 10명 중 8명이 일상에서 차별을 겪고 있었다. 취업, 결혼, 주거, 심지어는 병원 진료마저도 보이지 않는 벽을 마주한다. 예방주사처럼 한 번의 치료만으로 바이러스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시선에 남은 흔적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지금도 한센병 관련 복지시설에서는 숨겨진 생활의 흔적들이 전시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변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한센인 지원 정책을 매년 확장하며, 한센병 전문의료진과 지역사회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 중이다. 경북 칠곡의 한 복지관에서 만난 이경화 간호사는 “질병도 무서웠지만, 세상이 더 무서웠다더라”며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최근에는 완치 후 지역 사회로 돌아가는 환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동네 아이들과 나란히 지하철을 타게 된 것, 그게 제일 눈물 나게 고마웠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세계보건기구가 2030년까지 한센병의 근절을 목표로 제시하며,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 등에서도 드물게 환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과거처럼 대규모 확산을 걱정할 필요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미약한 감염력, 그리고 빠른 치료제 보급이 결합되면서 한센병이 점점 과거의 질병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질병의 그림자를 지워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 바로 그 사람들의 삶, 한센병을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 그리고 그 가족들의 서운함과 희망이 뒤섞인 감정이다. 병의 치료만큼이나 남겨진 상처는 삶의 방향을 틀어놓는다. 완치율 99.9%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와 함께 살아온 시간, 그리고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세상이 더 보듬어야 할 자리를 묻는다.
요즘 젊은 세대엔 한센병이 마치 전설 같은 과거사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소록도처럼 한센인의 땅이 아직도 존재하며, 그곳에는 매일 새로운 희망과, 오래된 상처가 교차되는 삶이 남아 있다. 현실은 치료제가 뛰어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낙인의 언어와 무의식적 고립, 그리고 공공의 차별이 여전히 완치된 이들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
어쩌면 한센병이라는 이름보다 더 깊은 병, 그것은 편견일 수 있다. 완치율 99.9%의 성취는 자랑스럽지만, 우리 사회가 이 수치를 진심으로 반길 수 있으려면, 한센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정직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 지극히 평범한 이웃의 일상처럼, 모두의 이야기가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발자국을 내딛는 하루가 되어야 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완치율 99.9%라… 세상이 이렇게까지 변했는데, 각자의 마음속 편견은 도대체 몇 퍼센트나 치유됐을지. 인류가 질병은 잡아두고, 편견은 방치 중임.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ㅋㅋ 이런 기사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사회적 인식 개선이 진짜 치료제임. 과학만 빨라 뭐하나, 마음이 느리면 소용없지. ㅋㅋ 기사 읽다보니 태초마을 도감 보는 느낌~ 우리 모두 성장합시다요~ 😂😂
99.9%라고? 근데 주변 시선은 0.1%도 안 변한 듯 ㅋㅋ 걍 한숨 나온다;;
진짜로 드라마에만 나오는 병인 줄 알았는데 현실이 이렇게 달라질 줄은… 근데 옆집 사람이라 생각하면 편견이란 게 막 쉽게 안 없어지는 것도 현실ㅋㅋㅠㅠ 제대로 알리고 바꾸는 노력 더 필요함.
솔직히 말하면 이 기사 아니었으면 한센병 요즘도 심각한 줄만 알았음ㅋㅋ 다들 오해 좀 그만 하자, 의학이랑 사람 인식이랑 싸우면 의학이 100억 번은 이겼지 ㅋㅋ 근데 현실은 항상 사회가 딸림…누가 좀 끌어올려라!! 뇌 용량 부족함?
ㅋㅋㅋ편견이야말로 만성불치병이지. 맨날 새 조치 해봐야 뭐하냐고. 과학이 이겼으면 좀 믿어줍시다 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