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스타트업 투자자 서밋에 모인 ‘권력과 자본’의 진짜 얼굴

투자, 혁신, 그리고 권력의 교차점. 2026 스타트업 투자자 서밋이 정부·민간 주요 인사들의 총출동으로 개최되었다. 표면에는 ‘성장’과 ‘상생’이란 키워드가 내걸렸지만, 실상은 자본과 권력이 뒤엉킨 복잡한 구조가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리였다. 이 행사에는 현 정권의 경제 수뇌부, 주요 대기업 CVC(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 임원, 글로벌 벤처캐피털 파트너 등 ‘판’을 좌지우지할 결정권자들이 포진했다. “한국형 혁신 생태계”니 “세계시장 연결”이니 하는 메시지들이 공식적으로 퍼졌다. 그러나 이 작은 집합에서도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비릿한 권력구조의 냄새가 뒤따랐다.

이 서밋의 본질은 그저 ‘자본 조달 창구’를 놓고 민관이 벌이는 줄다리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부는 ‘지원’과 ‘규제 개선’을 약속한다. 대기업은 경제 생태계 활성화의 동반자임을 반복해 강조한다. 민간 투자자들은 ‘혁신을 뒷받침하는 자본의 역할’을 자임한다. 하지만 겉으로는 상생을, 밑바닥에서는 서로의 이익을 철저히 계산하는 수싸움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기업·정부·스타트업 삼자 관계에서 ‘권한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정책 자금과 세제, 대기업은 인수플랫폼과 납품망, 투자사들은 실질적 기업가치 산정권까지 점차 움켜쥐고 있다. 결국 신생기업과 실제 혁신 주체들은 구조적으로 ‘을’의 위치에 고착된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K-벤처’ 정책의 불균형과 민관 협력의 명암을 추적하면, 이 구조가 얼마나 고착되었는지 어렵지 않게 읽힌다. 정부의 지원정책은 매번 화려한 화두로 포장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책 선정과 투자 편중, 대기업 의존 구조가 점점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정부 출연금이 투입된 민간 펀드의 마중물 효과는 있었지만, 그 자금이 진짜 ‘혁신’이 아니라 성장 숫자 맞추기용 혹은 생존형 스타트업으로 흘러간 사례가 적지 않다. 이 와중에 대기업 주도의 투자 유치와 M&A 전략은 많은 스타트업을 ‘성장 이후 인수→내부 털기→인력 유출’의 악순환으로 몰아넣었다. 혁신 붐으로 집결했던 인재들은 정작 ‘대기업 BM의 하청’으로 전락하는 악패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번 서밋에서 ‘연대의 메시지’를 내세운 익숙한 얼굴들의 면면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 정권 경제부처 장, 대기업 CVC 총괄, 글로벌 펀드 매니저,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 이들은 모두 202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물러온 인물이다. 공개 발언에선 “다양성” “개방형 플랫폼”을 얘기하지만, 이들이 주도한 실무에서는 특정 네트워크와 테이블에서만 투자 기회·정책 혜택이 오고 가는 ‘구조화된 패권’이 견고하다. 심지어 최근엔 민간투자주도형 ‘혁신펀드’도 정부와 대기업 추천을 통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업계에서 공공연히 나온다. “공유경제”, “디지털 전환”과 같은 유행어는 청사진일 뿐 현실에선 필터링과 줄 세우기가 반복된다.

일각에선 이번 서밋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도약할 신호탄”이라 치켜세운다. 하지만 실제 업계 노동자·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목소리는 행사의 현란한 보도자료에서는 의도적으로 지워진다. 시간과 자본, 노동이 부족한 영세 창업인들에게 이 교류의 장은 오히려 ‘엘리트 클러스터’일 뿐이다. 일례로, 투자와 연계된 정부 지원이나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수혜기업은 대다수가 기존 네트워크를 이미 가진 팀이거나, 투자사를 등에 업은 이른바 ‘이너서클’ 중심으로 배분되는 게 현실이다. “투자는 늘었는데 혁신은 어디 있나?”라는 물음에 솔직히 답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해외 벤처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더 분명해진다. 미국·서유럽 사례에서 스타트업 특구 정책 및 VC 투자 시장은 근본적으로 ‘공정경쟁·다양성·투명한 심사체계’에 기반한다. 반면, 한국은 민관이 의도적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혁신가 양성과 생태계 순환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론 ‘컨트롤타워’가 옥상옥처럼 군림한다. 서밋 현장에서도 졸속 발표, 특정 인물 중심의 네트워킹, 공개적 시상식의 상징적 이벤트가 반복된 이유다.

이제 더 이상 외피에 속으면 안 된다. 정부, 대기업, 투자업계가 한자리에서 ‘혁신 생태계’를 외치며 사진을 찍을 때마다 묻어나는 속내를 주목해야 한다. 성장 욕망으로 포장한 ‘이익의 게이트키핑’ 구조—이것이 2026 스타트업 투자자 서밋의 핵심 장면이다. 진짜 혁신의 주체는 누구고, 이 행사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회의 평등’과 ‘구조적 패권’ 중 어느 쪽이 더 두터운지, 10년 비슷한 구호에 가려진 현실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단언컨대, 눈부신 무대 이면의 권력구조와 배분구조, 폐쇄적 네트워크를 타개하기 전엔 한국형 스타트업 혁신은 계속해서 ‘기득권 연출극’에 불과하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2026 스타트업 투자자 서밋에 모인 ‘권력과 자본’의 진짜 얼굴”에 대한 7개의 생각

  • 혁신 이야기엔 늘 네트워크만 남네요. 기대는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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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자리만 바뀐 느낌!! 혁신이란 말 식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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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또 대기업 잔치죠!! 스타트업은 들러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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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누가 스타트업 하다 망할 차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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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긴 뭐 대기업이랑 정부 없으면 돌아가긴 하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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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다람쥐챗바퀴 행사. 공정경쟁은 구호뿐이고 닫힌 네트워크만 더 견고해져 가는 듯. 스타트업 생태계도 결국 ‘큰 손’ 눈치만 보다 끝나는 건지. 참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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