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극장가, 한국형 서사 대결 ‘왕사남’과 ‘휴민트’ 예매율 박빙…관객의 선택은?

2026년 2월, 한국 영화계는 다시 한 번 방향타를 잡는다. 기대작 ‘왕사남: 왕을 사랑한 남자’(이하 ‘왕사남’)와 남북 첩보서사 ‘휴민트’가 비슷한 시점에 개봉하며 한국 영화 시장의 흐름을 놓고 진검승부중이다. 25일 현재 주요 예매사이트에 따르면 두 작품은 각각 30%대 초반의 예매율을 번갈아 기록, 개봉 전부터 뜨거운 접전을 예고한다. 예고편 공개와 함께 각종 커뮤니티, SNS 등에서도 두 영화의 주제와 무게감, 배우진, 연출력 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왕사남’은 대작 사극의 미덕과 약점 사이를 탐색한다. 민감했던 조선시대 인물과 금기의 관계를 송곳같이 파고드는 이 영화는 장대한 시각효과와 세심한 디테일, 그리고 배우들의 진중한 연기가 어우러져 작품 본연의 무게감을 더했다. 변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 황정민과 류승범, 그리고 신예 유혜준의 조합은 ‘역사+심리극’의 양 날개처럼 작동한다. 배경 설명 없이 접근하기엔 결코 가볍지 않은 무대, 그만큼 ‘사람과 권력’이라는 영원불멸의 테마를 관객 눈높이로 다시 꺼내놓는다.

‘휴민트’는 2026년 한국 대중 영화가 점점 넓혀가는 ‘현실적 판타지’ 시리즈에 속한다. 남북 요원들의 갈등과 협업, 신뢰와 차가운 이성적 충돌, 디지털 감시의 그늘 아래에서 파생되는 인간 본연의 두려움과 용기—이 모든 것이 첩보영화 특유의 리드미컬한 편집 위에서 전개된다. 신구 배우가 혼합된 캐스팅(박성웅, 이동욱, 진기주, 최진호 등)은 기존 틀을 소화하면서, 현대 한국의 다층적 현실을 반영한다. 남북문제를 단순 대치 구도가 아닌, ‘개인의 이야기’로 전환시킨 지점은 최근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경색된 남북관계, 그리고 관객들의 ‘현실 피로감’과 맞물려 울림을 낸다.

두 영화 모두 ‘사람’에 방점을 찍는다. ‘왕사남’은 역사적 구조 속에서 인물의 욕망과 두려움을 탐색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대의명분과 실제 감정, 권력의 경계선에서 흔들리는 주인공들을 통해 조선이라는 시대 공간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곱씹는다. 반면 ‘휴민트’의 주인공들은 현실 속 국가라는 거대한 틀, 그리고 날것 그대로의 신변의 위험과 마주한다. 관객은 냉정한 계산과 인간적 약함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을 따라가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그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라는 묵직한 물음을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영화 모두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근래 한국영화가 직면한 시장 축소, OTT 부상, 할리우드 대작들의 압력 등 도전적 환경 속에서도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서사’에 지향점을 두었다. ‘왕사남’은 복고와 현대적 감수성의 혼성을 시도했고, ‘휴민트’는 팽팽한 긴장 구조를 해부로 이끌면서도 인간 내면에 집중했다. 최근 개봉한 ‘싱글 인 서울’이나 ‘공기살인: 리턴’ 등에서 확인되는 트렌드, 즉 ‘장르의 탈피와 주제의 내면화’ 흐름과 닿아있다.

예매율 박빙 상황은 관객들의 ‘거대한 고민’이 투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사극 영화의 관성, 첩보물의 전형성 모두에 대한 피로감이 크고, 동시에 낯선 변주와 신선함에 대한 기대도 교차한다. ‘극장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쉼터냐 혹은 성찰이냐’라는 오래된 질문에 응답하려는 선택이기도 하다. 관객 층 분리 역시 명확하다. ‘왕사남’은 30-50대 이상 관객의 향수, 스케일, 연기파 배우에 대한 충성도가 두드러지고, 2030세대 특히 남녀 대학생 층은 ‘휴민트’에서 ‘현실적으로 나와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

특히 ‘왕사남’이 도전하는 ‘금기 소재’의 접근법은 영화계 안팎에서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불러왔다. 역사 해석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누구의 시선’으로 과거를 읽어내는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전통적 가치관을 옹호하는 일부에서는 “자극을 위한 자극”,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내놓는 반면, 새로운 시대감각을 대변하는 쪽에서는 “침묵당해온 이야기의 재발견”이라는 긍정 평가도 잇따른다. 이러한 논쟁은 한국사회가 여전히 역사와 정체성, 금기와 자유 사이에서 어느 좌표쯤에 위치해 있는지 상기시킨다. 반면 ‘휴민트’는 약간 비껴서서, 보다 중립적이면서도 현장 감각을 강조한다. 탈분단 담론의 조건부 낙관성과 동시에 남아있는 불신,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묶는 이중 구조가 영화 곳곳에서 읽힌다.

흥행의 향방과 별개로 두 작품은 다양한 영역의 관객들이 ‘극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힘’을 시험한다. OTT 일상화 이후 극장의 의미는 중대 전환점에 도달했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아닌, 시대정신과 취향, 그리고 타인과의 공감각을 확인하는 문화 공간으로의 확장이다. ‘왕사남’과 ‘휴민트’ 모두 스스로의 메시지가 명확한 작품일 뿐 아니라, 현재의 관객, 그리고 한국영화 생태계를 향한 하나의 실험적 답변이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극적 서사와 현실 탐구, 배우와 제작진을 넘어선 ‘관객의 이야기’가 마침내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지금 선택은, 결국 우리가 어떤 세상을 보고 싶은지에 대한 거울이 되고 있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2월 극장가, 한국형 서사 대결 ‘왕사남’과 ‘휴민트’ 예매율 박빙…관객의 선택은?”에 대한 8개의 생각

  • 헐 벌써 예매율 박터지네?? 이런 경쟁 넘 재밌따🤩🤩 극장 달린다 고고!!

    댓글달기
  • 둘다 궁금…뭐부터 봐야할지 고민오네😅

    댓글달기
  • 난 첩보영화가 더 땡김ㅋㅋ 뭔가 현실감 쩔 것 같음👍

    댓글달기
  • 장르도 장르지만 결국 얼마나 몰입되느냐겠지. OTT에서 느끼기 힘든 극장의 집중력이 간만에 기대된다.

    댓글달기
  • 사극vs첩보 ㅋㅋ 둘 중 하나는 흥 망인지 또 싸움난다 봄

    댓글달기
  • seal_voluptate

    예전엔 이런 박빙 구도 보기 힘들었는데요ㅋㅋ 영화계에 다시 활력이 생기고 있다는 느낌 듭니다. 뭘 봐도 후회는 안 할 듯 싶어서 기쁜 고민이네요. 각자 메시지도 뚜렷하고, 배우들 연기도 미친 듯이 좋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예매창 킵해뒀어요ㅋㅋ 이번 주말은 극장 데이로 정했네요.

    댓글달기
  • 극장서 봐야맛이지ㅋㅋ OTT랑은 급이달라🤭

    댓글달기
  • 이런 식의 경쟁은 분명 한국영화엔 긍정적이네요!! 빨리 보러가고 싶어요.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