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없는 성과’ 지적한 대통령 발언, 행정착시와 민생 괴리 드러나

정책 발표가 끝은 아니며 국민의 실질적 체감이 ‘진정한 성과’임을 강조한 대통령의 발언은, 집권 4년 차 국정 기조의 가장 뼈아픈 현주소를 드러낸다. 청와대 회의석상에서의 이 발언은, 최근 연이은 정책 홍보와 각 부처의 숫자 나열식 ‘성과 홍보’에 대한 우회적 불신 표명이자, 사회적 신뢰 위기와 정책현장 이반의 현실을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불과 이틀 전까지도 청년·서민·중소자영업자를 위한 각종 대책들이 대대적으로 발표됐지만, 체감이라는 두 글자가 현장의 공기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정부도 더는 오만하게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진보적 개혁 드라이브를 내건 현 정권이 들어선 뒤, 주요 정책마다 ‘숫자로 설명하는 성과’에 집착하는 양상을 반복해왔다. 일자리 창출 통계, 주거 안정 지표, 경기회복 수치 등이 브리핑마다 앞세워졌지만, 통계 뒤에 쌓인 시민의 무표정, 거리의 암묵적 불신은 더욱 짙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민생(民生) 체증과 정책 신뢰 붕괴에 대해, 여론조사 수치마저 대통령 지지율을 30%대 초반까지 끌어내렸고, 심층 집단면접(FGI)·언론 인터뷰에서도 “정책은 많은데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경제와 삶이 어쩔 땐 더 팍팍하다”는 분노가 반복됐다.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표면적으론 혁신을, 내부적으로는 정책현장의 실질적 이행·피드백을 주문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정책 홍보중단’이나 ‘성과 과대포장 중단’으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한 정책의 성패는 숫자로 포장된 기획이 아닌, 민생현장(현장 여성, 자영업자, 청년, 퇴직자 등)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정부와 각 부처가 내놓은 정책들은 시행 초기부터 ‘현장소통 부족’, ‘실행단절’ 문제가 불거졌다. 예를 들어 청년 일자리 사업의 경우, 정부 발표상으론 모집률 110% 달성이 수차례 공식화됐으나, 취업률은 70%대에 머무른 채 체감 만족도는 40% 안팎이었다. 서민주거대책도 비슷하다. 임대공급 수치가 매번 부풀려졌으나, 실거주자 모집과 연계 실적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부 청와대·각 부처의 홍보 브리핑에서는 ‘역대 최고’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남발됐다. 국민은 반복되는 ‘정책 생색내기’에 이미 식상해 있다. 각 언론사는 이를 ‘행정착시’라 지적해왔다. 행정이 수치와 프레임에만 집착할수록, 정책의 현장효과와 국민의 실생활 변화는 왜곡된다.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자기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세 차례에 걸친 중소상공인 지원 대책, 공공주택 매입발표 등이 잇달았으나, 현장에서는 “서류 더 내라는 것뿐”, “서민 대책 맞나 싶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책 피로도’라는 말이 민주화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증폭됐다.

대통령의 이례적 작심 발언 역시, 단순한 ‘체감 주문’이 아니다. 정책 홍보 생색내기, ‘통계의 마술’에 기대 현장을 속이고 있었던 실무진에게 경고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각 부처의 무책임한 성과보고 남발, 청와대 정책실·홍보라인의 ‘숫자 집착’이 인식 전환은 고사하고, 현장 불만을 누적시켜 정부 신뢰 자체를 까먹게 되었음을 비판의 칼날을 뽑아든 셈이다. 고위 관계자들도 ‘현장공감 행정’을 외치지만,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제도개선, 실행 설계의 구체화 등 본질적 ‘담금질’은 종종 생략된다. 정책의 현장효과가 우선임을 누누이 강조해도, 정작 정책 기획-집행-피드백의 고리가 체계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니, 관성적 행정만 남는다.

한편, 이번 대통령 발언 직후 각 부처는 ‘체감형 대책 점검회의’를 추가적으로 열겠다고 밝혔지만, 반복되는 ‘회의-점검-보고’가 실질적 정책전환으로 이어진 선례는 찾기 어렵다. 한 경제부처 고위 관료는 “회의 많아진다고 민생이 좋아지진 않는다”, “국민이 변화를 느낀다는 건 행정의 언어가 아니라 삶의 언어여야 한다”는 통렬한 반응을 내놨다. 시민단체들과 현장 실무진들은 “홍보식 정책포장, 프레임 장사로는 국민에게 아무 변화도 줄 수 없다”고 꼬집는다. 정책이 국민 체감 중심으로 진화하려면 실효적인 정책 검증, 발표 후 현장 모니터링, 실패 정책의 재점검/철회 메커니즘까지 제도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 최일선 목소리가 정책집행의 중심으로 들어가도록 ‘거버넌스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이어진 정책 실패—저소득층 긴급 대출 수요 누락, 생계급여 사각지대 방치 사례, 지역 생활SOC 사업의 예산 낭비 등—마다 관료적 숫자경쟁과 현장 소통 부족이 반복됐다. 이번 대통령 발언이 관행적 자기방어, 수치놀음에 매몰된 정책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 정책의 진정한 성과는, 실무진의 작성표에 아니라, 국민의 일상과 표정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정권은 더 이상 도외시해선 안 된다. 이제야 나온 ‘국민 체감’이라는 표현… 늦었지만, 거꾸로 말하면 지금이라도 국가권력이 자신의 오만과 착시에서 깨어나야 할 마지막 기회다. 피로하고 변질된 정책 홍보로부터, 냉정한 성찰이 시작되어야 한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체감 없는 성과’ 지적한 대통령 발언, 행정착시와 민생 괴리 드러나”에 대한 5개의 생각

  • 맘에 드는 말이지만 제발 말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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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정치인들 본인들만 체감하는 거 아닌지 의심됨. 국민 좀 더 생각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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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체감이래ㅠ 정권 바뀌어도 입만 체감하고 국민은 여전히 힘든 거 실화냐? 언제 제대로 실생활 변화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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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헐;; 또 체감 이야기;; 뉴스만 보면 세상이 다 바뀌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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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tter_accusamus

    매번 이 얘기 ㅋㅋ 정책이 체감 안 된다고 국민이 그걸 모를 줄 아나ㅋㅋ 바뀌길 기대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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