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흐름은 멈췄지만, 공항의 시간은 계속된다

겨울의 마지막 한기를 머금은 새벽 공항, 유난히 맑은 유리창 너머로 날아가는 비행기 꼬리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최근 여행 수요가 전년 대비 다소 주춤해졌다는 각종 통계가 이어진다. 하지만 항공 터미널의 현장은 우리가 숫자 이상으로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아침 피로를 뒤집어 쓰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국장으로 들어서는 가족, 조심스레 기내 반입 규정까지 다시금 확인하는 신혼부부, 한 손엔 산소호흡기를 든 채 천천히 휠체어를 밀어가는 중년 부부까지. 각자의 사연을 싣고 오는 사람들의 밀도는 확연히 줄었다고 말하기 힘들다.

주요 여행사와 항공사가 발표한 2026년 초 실적 집계에서는 작년 대비 패키지 예약, 항공권 판매 감소세가 포착됐다. 그러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출국장 운영 데이터에 따르면, 실제 보안 검색대와 체크인 카운터 주변은 일정 수준의 혼잡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제주공항, 인천국제공항 뿐만 아니라 김포, 김해 등 지방 공항 역시 입출국 수속 인원이 체감상 크게 줄지 않았다. 공항 게이트 앞 라운지에서 들려오는 쉴 새 없는 안내 방송과 짧은 재잘거림, 간혹 들리는 어린 아이의 떼쓰는 울음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행이 일상이었다가 잠시 멈춘 시간이 지나고, 한 번 익숙해진 발걸음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고물가와 환율 부담, 잇따른 항공 요금 인상, 그리고 예약 취소의 불안정성조차 사람들의 여행에 대한 열망을 막지 못했다. 공항 내 면세점과 식음료 매장 매출도 여전히 견조한 편이다. 이는 일상 속 잠시 마주치는 이국적 공간, 가족과의 소박한 휴식, 혹은 일탈에 대한 조용한 기대가 여전히 공항 곳곳을 누비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린 자녀와 함께, 혹은 혼자만의 여행을 위한 준비로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의 표정은 출국장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대형 스크린에는 세계 각국의 도착 시간이 쉼 없이 바뀌고, 면세품을 구매하려는 기다란 줄은 사뭇 여유로워졌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북적인다. 바삐 움직이는 여행객들 속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는 이들에게 공항은 단순한 이동 공간을 넘어 작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실제 여러 해외 매체와 관계 기관 리포트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UN 관광기구(UNWTO)는 2025년 말 전 세계 국제선 이용객이 코로나 이전 수준의 90% 선까지 빠르게 복구되었다고 발표했고, 항공사별 올 초 좌석 공급량도 소폭 감소 또는 횡보하는 흐름을 보이지만, 출국장 현장의 체감 혼잡도는 기대 이하로 줄지 않았다는 공통된 결론을 내린다. 덜어낼 줄 알았던 항공 수요가 강한 심리적 경향으로 뭉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예약과 취소, 재예약이 반복된 혼란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각자의 리듬대로 천천히 흐르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가 더욱 진하게 새겨지고 있다.

특히 최근 여행 트렌드는 ‘소수·소형’과 ‘즉시형’으로 이동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가족 중심·소규모 자유여행 패턴이 자리잡았고, 최근 고환율·고항공료 영향으로 즉흥적 단기여행, 호캉스(호텔+바캉스) 같은 체류형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급변한 시장 안에서도 유럽, 일본 방면 노선은 각각 ‘봄 벚꽃’, ‘겨울 설경’ 특수에 힘입어 예약이 밀리고 있다. 대한항공 공항운영본부의 한 관계자는 “예약 패턴은 단기적으로 주춤할 수 있어도 휴가철/연휴엔 여전히 대기줄이 길다”고 말한다.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잠시 여행자이자 이방인이 된다. 익숙한 곳을 잠시 벗어나 틈새를 향해 나아가는 결정엔 늘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여행사와 공항의 수치는 다소 줄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여행에 대한 기대는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청량한 창밖 풍경, 무거운 캐리어의 바퀴 소리, 웅성이는 수많은 언어 사이에서, 우리는 늘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다. 이 겨울, 출국장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설렘과 따듯한 꿈으로 가득 차 있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여행의 흐름은 멈췄지만, 공항의 시간은 계속된다”에 대한 7개의 생각

  • 여행 줄였다면서 저러니 물가만 더 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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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 줄었다는 건 통계 뿐…현장은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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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요즘 환율, 항공료, 다 오르는데 왜 줄질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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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가고싶지만 집콕… 고물가에 한숨만 늘어남😔 근데 뉴스에선 계속 ‘북적인다’ 하니까 혼란스러움. 이젠 방학 시즌 맞춰 계획 짜는게 더 복잡해짐. 여행욕구는 남아있는데, 실상은 계속 줄이는 중임. 면세점 매출은 여전히 쎄다는 게 아이러니함. 요약하자면, 모두들 여전히 곳곳에서 탈출 꿈꾸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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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항 꼭 가보고 싶다✈️ 다음 달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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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줄인다는 말 믿지 마세요ㅋㅋ 실제 공항 가보면 분위기 그대로더라구요. 여전히 웅성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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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가는 사람은 못가는 거고, 가는 사람은 계속 가는 거임!! 웃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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