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부고니아’

독특한 제목, 신선한 소재. 영화 ‘부고니아’가 극장가에 도착했다. 이름부터 궁금증 자극한다. 익숙한 공식도, 화려한 스타 캐스팅도 아니다. 소품처럼 작은 것들로 풍경을 만든다. 감독은 과장 없이 일상을 그린다. 감정선을 쥐어짠다기보다 사소한 순간들의 연결. 조용하다, 촘촘하다, 그리고 이상하게 여운이 남는다. 주연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대화. 충격, 반전 같은 클리셰가 없다. 오히려 별일 없는 게 매력. 카메라는 한 발짝 뒤에서 관찰한다. 관객을 들이밀지 않는다. 그 거리감이 편하다.

촬영은 자연광을 많이 썼다. 화면이 투명하다. 시선을 강요하지 않는다. 편집도 잘근잘근, 불필요한 장면이 거의 없다. 대신 인물의 표정, 공간의 소리까지 저장했다. 음악도 심플하다. 영화 전체가 말로 설명 불가한 공기. 작은 숨결, 그 미묘함이 집중 포인트.

줄거리는 직선적이다. 누군가의 ‘부고’로 시작하지만, 죽음이 메인도 아니다. 오히려 잊힌 이름들, 스치듯 남겨진 기억들. 그 위에 얇은 아쉬움이 깔린다. 등장인물은 평범하다 못해 너무 현실적. 오히려 그래서 질문 던진다. 우리 일상, 요즘 어떻게 이어지고 있지? 초반엔 밋밋한 전개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관객 체질에 따라 호불호 강할 듯. 익숙한 긴장감, 극적 사건을 원하는 관객에는 무리. 하지만 소소한 일상, 사람 냄새 선호한다면 추천. SNS로 퍼지는 밈이나 자극적 신파 대신, 이 영화는 세밀한 터치에 집중했다. 감독의 의도가 느껴진다. 감정을 들뜨게 하진 않는다. 그런데도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다른 최근 개봉작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다르다. 예를 들어 화려한 액션 위주 상업영화 ‘에이지런너’, 감정폭발 멜로 ‘코튼스노우’와는 반대 지점. ‘부고니아’는 오디오볼륨을 낮춘다. 잔잔하게 속삭여온다. 최근 ‘미니멀리즘 영화’ 물결에서 약간 더 나아간다. 일상 소환 능력, 크고 자극적인 이벤트 없이 끌어간다. 비슷한 결을 본 적 있다면, ‘윤희에게’, ‘우리의 밤은’ 같은 작품 생각난다.

연출 의도 명확하다. 삶은 거대하지 않다. 누구나 맞닥뜨리는 작고 낡은 일들, 지나가는 존재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관객도 자신의 주변을 보게 된다. 미장센도 과하지 않다. 공간 구성이 집, 골목, 작은 카페 수준. 현실 단면기록 느낌. 이때 배우들의 자연스러움이 시너지 낸다. 이름값 대신, 등장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

관람 후 뜨거운 여운은 아니다. 오히려 소음 줄어든 커피숍에서 잠깐 멍 때리게 만드는 여백. 이걸 어떻게 해석할지 관객 몫. 최근 과작 몰아치는 영화환경에서 과감히 조용함을 택했다. ‘부고니아’는 시끄러운 티켓파워, 강력한 서사 욕심 없이 느긋하게 흘러간다. 신파에 지친 관객, 대화량 많은 영화에 피로감 있는 이에게 권할만. 한줄평은 ‘평범함의 미학, 그 사이에 진짜 이야기가 있다’.

— 남도윤 ([email protected])

[리뷰] 영화 ‘부고니아’”에 대한 8개의 생각

  • 진짜 요즘 영화 중에 이렇게 담백한 작품 찾기 힘드네요. 자극적인 내용만 가득한 영화들에 질렸던 차에 이런 잔잔한 작품이 있다는 게 반갑습니다. 일상에 지친 분들에게 꼭 한 번 추천드리고 싶어요. 현장감 넘치는 연출도 좋았고요. 그런데 초반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준비된 상태로 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달기
  • 차분해서 좋아보임ㅋㅋ 자극만 찾는 영화판이랑은 다르네

    댓글달기
  • 확실히 요즘 극장에 가면 쓸데없이 과장된 얘기나 관성적인 영화만 줄줄이 나오잖아. 근데 이건 그런 거랑 결이 완전 다르더라. 잔잔부트랑 소품 위주 촬영 좋아하는 사람들 환영할듯!! 근데 솔직히 극적 장면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살짝 심심함ㅋ

    댓글달기
  • 와 이거 진짜 일상성 지림ㅋㅋ 은근 머릿속에 오래남음,, 또 보고싶은 느낌임ㅋ

    댓글달기
  • ㅋㅋ 진짜 관극 내내 마음이 차분해졌음.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감성?! 이런 영화가 가끔 필요하긴 해요.

    댓글달기
  • panda_laudantium

    아무래도 최근 독립영화계 전체가 특정한 메시지나 목소리에 치우치는 느낌이 있었는데, 부고니아는 침묵과 일상의 흐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미니멀리즘의 극단을 실험하는 듯한 연출, 그리고 과하지 않은 배우 연기. 과장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걸 말해준다는 거, 오랜만에 느꼈네요. 공감하는 포인트가 많아 보는 내내 개인적인 기억까지 소환되었습니다. 아마극장에서 혼자 보기 정말 좋은 영화에요. 그저 그런 일상에도 의미가 있단 걸 보여주니까요.

    댓글달기
  • otter_tenetur

    개인적으로는 인간사가 거대한 사건이 되지 않아도 드라마로 완성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영화 같아요! 사회적으로 시끄러운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이런 작품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함!! 근데 과연 평범함이 누구에게나 감동일까? 일부 관객에겐 너무 심심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겠네요!!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