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끝나지 않는 불문율’… 현대 농구의 딜레마, 어디까지 옳은가
코트 위의 마지막 1분, 점수 차가 이미 승패를 가를 만큼 벌어졌는데도 상대팀이 마지막 슛을 시도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최근 한 KBL 경기에서 불거진 ‘스포츠 불문율’ 논란은 현대 농구의 문화와 정체성을 정면으로 마주 보게 했다. 해당 경기에서는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한 팀이 종료 직전까지 슛을 던지자, 상대 선수들이 분노를 표출하며 양 팀 사이에 격한 신경전이 오갔다. 이 장면은 실시간 중계로 퍼지며 농구계는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되살아났다.
이런 뒤끝 논쟁의 뿌리는 농구의 오래된 유산, ‘스포츠맨십’과 ‘불문율’에 뿌리를 둔다. 원래 승부가 기울었을 땐 시계만 흘려보내는 것이 팀과 선수 간의 존중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했다. 그러나 현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는 마지막 초까지 득점차나 득실관계가 순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끝까지 뛰는 것이 필요 조건이 된 지 오래다. NBA, 유럽리그, 그리고 최근 KBL까지 경기운영의 패러다임은 명백하게 변화 중이다.
문제의 쟁점은 두 가지 축에서 교차한다. 첫째, 팀의 전략적 목적과 두 번째, 전통적 예의 사이의 충돌이다. 예를 들어 NBA에서는 팀 순위 경쟁이 치열한만큼 1초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프레스와 트랩 디펜스, 쿼터 마다 훅을 노리는 벤치 뎁스 활용 등 압박의 축구식 ‘하프라인 압박 축구’를 연상케 한다. 특히 득실점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치명적일 수 있기에 마지막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이 맥락에서, ‘흘려보내기’를 택한 팀이 오히려 팬과 구단에게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KBL이나 일부 아시아 리그에서는 “이기는 팀은 멈추고, 지는 팀은 박수치자”는 전통적 미덕을 강조한다.
최근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6년 1월 광주경기장에서는 전자랜드와 모비스 간 경기에서 전자랜드가 20점차로 앞서가던 종반, 종료 5초 전 벤치에서 투입된 신예 선수에게 연속 슛을 지시했다. 이에 모비스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마찰이 벌어졌다. 실제로 이런 선택은 감독의 작전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성장기 신예를 테스트하거나 공식 득실관리 규정에 맞춘 합리적 의사결정일 수도 있다.
스포츠 불문율 논란은 비단 농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야구에서는 9회 말 대량득점 이후 번트를 대거나 도루를 시도하면 논쟁이 되고, 축구에서는 종료 직전 볼을 돌리는 행위가 논란의 불씨가 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각 종목별로 이런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중요한 건 ‘불문율’ 자체의 본질과 진화다. 이는 일종의 신사협정이지만, 시대변화와 전술 진화, 그리고 프로 스포츠의 상업성·시청자 중심주의가 결합되면 그 무게는 상대화될 수밖에 없다. 의도적 기록 경신,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정신, 구단의 실리적 판단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당연히 교차한다. 전술적으로 보면 마지막 순간에 신예 선수에게 슛을 시킬 경우, 이는 감독의 전력운용과 대비된 리허설의 한 장면일 수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라’는 단순한 PR, 전술적 시뮬레이션일 뿐이다. 선수를 성장시키는 데 있어 실전 마지막 10초의 경험은 수십 번의 트레이닝과 맞먹는다. 반대로 상대 입장에서 보면, 이미 끝난 게임에서 불필요한 무리수 혹은 자존심을 자극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처럼 감정과 전술, 두 개의 축이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부딪힌다.
팬덤과 미디어의 역할도 변곡점이다. 팬들은 “어찌 됐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에 박수”라는 쪽과 “그래도 예의는 남겨야 한다”는 쪽으로 나뉜다. 미디어는 논쟁을 영상으로 소환해 사회적 이슈로 확대하면서, 축구의 ‘어그레시브 프레스’, 야구의 ‘스몰볼’ 전략 등 다른 종목과의 유사성도 짚어낸다. 흥미로운 건, 선수들 스스로가 이미 국제적 무대 경험에 따라 생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젊은 선수들일수록 “0.1초라도 최선을”이라는 프로 의식이 강하다. 베테랑일수록 과거 방식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불문율은 상대를 향한 존중에서 출발하지만, “현재는 순위제도와 경기운영방식이 바뀌면서 예외가 많아졌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3포인트와 속공, 강한 풀코트 프레스 등 점수차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빠른 경기’가 주류가 된 지금,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오히려 시대정신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축구식 전술에서 ‘타임 킬링’과 ‘체력 분배’가 정교해진 것처럼, 농구도 ‘시간 전략’과 득실점 효율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는 이 논란이 해소되는 과정이 이미 있었다. NBA에서는 끝까지 슛을 던져도 선수들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적다. 유럽 농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 모두가 “이것이 리그의 룰” “이것이 스포츠의 현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KBL도 더 이상 예전의 ‘미풍양속’을 고집하기보다는, 시대에 맞는 문화와 인정, 그리고 규정 정비를 고민해야 한다. 팬들의 상식 기준 역시 문화적 합의 아래 계속 진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스포츠는 변화의 흐름을 부정할 수 없다. 존중과 예의, 경쟁과 성장—그 간극 사이에서 흔들리는 프로 농구의 현재가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는 지금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의 행동과 구단의 운영 철학, 그리고 팬들의 목소리 속에서 답을 찾게 될 것이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마지막까지 집중… 그것도 능력임👍 예의는 좋지만 실력이 더 중요하지…
불문율이란 게 시대에 따라 달라지죠👍 이젠 룰대로 다 했으면 좋겠네요!
글쎄 과거 불문율이 지금도 먹힐까 싶네요. 전체적인 글로벌 트렌드랑 너무 동떨어지는 옛날 사고방식 아닌가요? 이제 좀 현실 감각 챙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