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 설경 속의 걷기, 대관령 옛길과 취향의 확장

도심의 회색 빛이 아직 걷혀지지 않은 2월, 강릉시는 대관령 옛길을 추천해 겨울의 진면목이 살아있는 고원의 숨결을 전한다. 설경을 품은 대관령 옛길은 평범한 관광코스와는 거리가 있다. 거대한 고원의 대지 위 그려지는 흰 눈길을 따라, 잠시 도시의 속박에서 벗어나 걷기만 해도 심장 박동이 달라지는 경험이 펼쳐진다. 오래된 산길의 깊은 층층이엔 한파의 차가운 직진성이 감도는 듯하면서 그 안에 뭉근하고 따뜻한 역사와 스토리가 묻어난다.

대관령 하면 스키장이 먼저 떠오르지만, ‘옛길’은 또 다른 방식의 겨울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최근 3년 간 본지와 업계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슬로우 트래블’, ‘로컬 감성’, ‘관계적 여행’이다. 단순히 명소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발을 들이며 시공간적 경험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현상. 실제로 대관령의 설경 트래킹 코스는 검색량이 매년 2월 35% 이상씩 늘었다(구글 트렌드,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눈부신 흰빛으로 둘러싸인 옛길 위를 걷는 행위, 즉 ‘스노우 워킹’은 세련된 라운지에서의 대화나 영감을 찾는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다. 여행자들은 이제 화려한 액티비티보다 미묘하고 반복적인 풍경 경험에 가치를 둔다.

이러한 변화에는 팬데믹 시기 이후 개인의 심리적 안전지대 확장, 많은 사회구성원의 ‘온전히 나답게 머물 수 있는 곳, 시간’에 대한 갈증이 자리한다. 2025년 트래블 인스타그램, 리얼리티 예능의 반복 노출이 자연스러움을 화두로 띄웠다. 강릉시는 이를 날카롭게 읽고 과거 ‘차창관광-먹방코스’를 기점으로 했던 도시를, 직접 움직여보고 간직하는 경험지로 새롭게 브랜딩 중이다. 트렌드 소비자들은 단지 아름다운 사진을 건지는 차원을 넘어 뭔가 ‘느끼고’-‘쌓고’-‘비워내는’ 연결고리를 찾는다. 신경을 자극하는 설원의 차갑고 순수한 텍스처, 그 속의 조용한 목책 울타리, 번지는 쿠션감의 산책로가 각 삶의 다양한 결락을 붙잡아준다.

수요층 역시 뚜렷하다. 20~40대 여성과 1,2인 트래블러가 압도적으로 높으며(2025 한국관광공사 여행 실태조사), 이들의 주요 니즈는 ‘힐링’, ‘자연체험’, ‘독립적 사유’, ‘SNS이미지’ 네 가지로 요약된다. 디지털 패스트에 지친 도시인들은 지도를 벗어나 진짜 자연의 호흡을 택했다. 대관령 옛길의 차분한 걷기는 ‘내면의 리추얼’이 됐다.

강릉시의 접근 역시 새로워졌다. 단선적 무대효과 대신, 옛길에서 만나는 소박한 쉼터·마을찻집·생태 해설 등 라이프스타일 요소를 촘촘히 배치했다. 각 쉼터마다 핸드드립과 현지 베이커리, 그리고 지역 장인의 작은 공방 등이 어우러져, 동일 코스를 찾는 이들에게 매번 새로운 경험의 층위를 안긴다. 지역 체험과 연결된 잡화, 디퓨저, 온열 패드 같은 라이프 프로덕트도 유행 타고 있다. ‘여행=논스톱 소비’라는 공식에서, ‘여행=내 안의 여백 채우기’ 트렌드로의 이행을 가장 세련되게 보여주는 셈이다. 도시민의 데이터핏 소비 패턴(계획-달성-공유의 반복)과 옛길의 느린 템포 사이에서, 라이프스타일의 균형감각이 재발견된다.

관광산업 트렌드 자체도 이동 중이다. 기념품 키트 대신 일을 잠시 놓은 듯한 심리적 힐링, 잡음 대신 산중의 바람 소리, 바쁜 일상 대신 반복되는 심호흡과 배경의 원색 감각. 이런 취향적 변주가 트렌드 리딩 계층(도시 청년–중년) 사이에서 강하게 확산된다. 맞춤형 트래킹 가이드, 심플하면서 감각적인 입간판, 포토존을 넘는 ‘여백의 미’가 오는 2026년 강릉-평창권 라이프스타일 여행의 핵심이다. 최근 발간된 2026트렌드 인사이트(KANTAR, 트립닷컴) 또한 은은한 설경, 간결한 여정, 미니멀 체험의 조합을 최고의 만족치로 꼽았다.

한겨울 높은 고원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여행의 정의는 조용히 바뀐다. 속도가 아닌 쉼표, 과시가 아닌 안락함, 전시된 것이 아닌 자연 그 자체. 여행지가 라이프스타일 소비자의 ‘1월·2월 셀프 리셋’ 공간으로 변모한다. 한 장의 사진보다 행복한 발자국, 다양한 취향이 고원 설경 위에 흐른다. 당신이 요즘 진짜 기대하는 휴식의 경로가 무엇인지, 대관령 옛길이 그 이야기를 조용히 건넨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고원 설경 속의 걷기, 대관령 옛길과 취향의 확장”에 대한 7개의 생각

  • ㅋㅋㅋ 겨울 트래킹이 핫하다지만 현실은 입 돌아가는 계절. 그래도 갬성 뽕 차오르면 한번쯤은 끌리긴 하네요. 사진 한 장 건지고 인증글 올릴 때까진 멋진 트렌드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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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길에 미끄러지지 말고 조심해~ 사진만 보고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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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_laboriosam

    설경… 볼 땐 좋은데 막상 걸으면 무릎 덜덜!! 옛길은 로망으로 남길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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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만 열면 힐링 타령🤔 실제로 저길 걷는 사람들은 각자 SNS 필터로 현실을 포장 중ㅋㅋ 이젠 뭔가 새로움이 사라진 듯. 귀엽게 포장한 기사도 결국 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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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이지 기사에서 소개하는 ‘슬로우트래블’이란 말이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네요. 매번 반복되는 겨울 여행 트렌드 기사, 감성적인 문장과 소비자 니즈 분석 뒤에 실질적 정보는 점점 흐릿해지는 것 같습니다. 여행의 본질을 찾는 것이 이젠 수치 데이터와 마케팅 용어의 콜라주가 되어버린 느낌이에요. 실제로 설경을 걷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지역이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떤 구조적 지원이 필요한지 더 날카로운 시각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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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링이냐고? 내 지갑부터 힐링좀 해줬으면 좋겠다🤔 대관령 옛길 걸으러 가는 게 진짜 트렌드면 내 방바닥도 트렌드(라고 쳐줘…🤷‍♀️) 그래도 감성 사진 욕심은 인정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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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직히 직접 가면 감탄 나옴. 기사에서 너무 거창하게 포장하긴 해도… 겨울엔 저런 곳이 진짜 남다름, 사람 북적이는 명소보다 낫지… 한번쯤은 꼭 가봐야 진가를 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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