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회고록’ 베스트셀러 1위, 기억의 서랍을 여는 4050의 선택

겨울 문턱, 햇살은 어쩐지 색이 바랬지만 서점가 창 위에는 새로운 계절의 그림자 대신 누군가의 지난 시간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요즘 한국의 서점 순위에서는 오랜만에 저며온 ‘정치적 자서전’의 온기, 그중에서도 ‘이해찬 회고록’이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회고록’이란 어쩌면 거대한 강물처럼 흘러온 세월을 건져내 개인의 시선으로 다시 써내려가는 오디세이, 이해찬 전 총리의 지난 ‘길’이 400~500세대 독자들에게 하나의 이정표처럼 읽히고 있다.

‘문제해결’을 외쳤던 정치인, 젊음의 시대에서부터 중년의 민낯까지, 흔히들 정치인의 자서전이 거대담론과 표어의 나열이기 쉽다고 불평하지만 이번만큼은 이야기가 다르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솔직하다고 평가받는 ‘이해찬 회고록’은, ‘일생의 빈자리를 채워준 책’으로 불리우며, 특히 4050세대의 흡인력을 자랑한다. 여기에는 단지 유명 정치인이 남긴 족적이나 역사적 가치의 차원을 넘어, 각자의 청춘과 중년이 만나는 교차점의 서사가 숨어 있다. 책방을 조용히 채운 이 독자들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면, 그 안에 ‘자신의 30년’을 찾고 싶은 현대인의 감정선이 그대로 투영된다.

2026년 2월. 이해찬이라는 이름 위에 쌓인 무거움, 그리고 그 무게가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언론 전문가나 문학 독자 모두가 주목한 건 명확하다. ‘내가 살아온 시간은 어디쯤일까?’라는 인생의 경계. 정치의 거친 파도, 민주화의 여명, 새로운 세기의 들뜬 설렘, 사회적 불안이 밀려온 암흑기와 다시 찾아온 희망, 이해찬이라는 인물은 시간의 속도와 사회의 중력까지 온몸으로 통과해냈다. 이 회고록을 집어드는 4050 세대, 그들은 과거의 구호, 뉴스의 헤드라인이 아니라 ‘나의 청춘과 나라의 청춘이 겹친 순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었다.

문화계 여러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후반 이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는 ‘자신을 돌아보는’ 에세이, 혹은 시대와 운명을 회고하는 르포르타주가 자리 잡는 경향이 보였다. 팬데믹의 긴 어둠이 걷히고, 사회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이때 도서 시장은 과거보다 ‘기억의 힘’을 더 절실히 소환한다. 이해찬 회고록 역시 단순한 정치서로 분류되지만, 구매 독자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국가의 흐름 속 나 자신의 그림자를 찾는다’는 자각이 크다. 방송, 라디오, 온라인 서평 속에서도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넘겼다”는 평이 쌓인다.

책의 문장들이 보여주는 건 화려한 미사여구와는 거리가 멀다. 일련의 고비들을 서정적으로, 그러나 분명하게 써내려가는 이해찬 특유의 문장은 마치 남도의 바람처럼 거칠면서도 따뜻하게 읽힌다. 후대가 기록을 집필한다면 반드시 참고할 ‘현장감’이 있다. 독자들은 지루할 새도 없이 80년대의 청년 운동, 90년대 개혁의 현장, 2000년대 정치의 저류, 그리고 수없이 넘어진 날과 다시 일어난 날들을 겹겹이 목격한다.

이번 현상에는 시대적 피로와 정체성에 대한 갈증도 한몫한다. 끊임없이 요동치는 사회에서 ‘나는 누구였을까?’ ‘내 청춘도 의미 있을까?’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단지 정치서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 그건 책 한 권에 시대정신과 개인사를 동시에 담았기 때문이다.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한 몸’으로 건너온 이야기는 세대 통합 혹은 세대 단절에 대한 논쟁의 불씨를 공급한다.

가장 뜨거운 독자층이 4050이라는 점도 문화 트렌드의 전환을 보여준다. 보통 자서전, 회고록 시장은 60대 이상에게 더 큰 영향력을 보이지만, 이번에는 ‘허리 세대’가 기꺼이 과거의 논쟁과, 흑백 구도 너머 ‘인간 이해찬’의 진솔함을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현상이 뚜렷하다.홀연히 찾아온 기록의 서가, 누구에겐 침체된 사회에 스며드는 온기, 또 누구에겐 지나간 젊음에 띄우는 작은 위로. 물론, 정파적 해석만 붙잡은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정치인의 미화, 자화자찬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객관적 평전보다는 솔직한 인정과 반추, 흔들리고 망설인 인간의 고백에 비중이 실리고 있다.

이 회고록의 순항은 문화와 출판계에 쏟아지는 새로운 빛을 보여준다. 파편화된 사회, 기억을 연결하는 유일한 매개가 되어주는 기록물의 소중함. 이해찬 회고록의 1위는 단순한 인기의 스냅샷을 넘어, ‘나의 역사가 곧 우리의 역사’로 확장될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오늘의 책 한 권이 누군가의 서랍 속, 잊혔던 앨범에 흙먼지를 털어낸다. 이 겨울, 우리는 모두 한 권의 회고록과 함께 자신의 시간을 조금씩 복기하고 있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이해찬 회고록’ 베스트셀러 1위, 기억의 서랍을 여는 4050의 선택”에 대한 9개의 생각

  • 회고록 열풍은 ㅋㅋ 역시 나이 먹어서인가 ㅋㅋ 세상 어이없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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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에 가면 직접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누구나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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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50 세대가 많이 공감하는 것 같네요😊 각자의 시대를 돌아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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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찬 회고록이 베스트셀러라니… 생각보다 사회 분위기 많이 변했나봐. 사실 4050 세대가 이렇게 한 목소리를 낼 줄은 몰랐음. 근데 나도 호기심 생겨서 이번 주말엔 서점 가볼 생각이야. 회고록, 요즘 시대에 왜 인기인지 솔직히 이해가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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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책이나 자서전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려는 욕구가 강한 것 같습니다. 다음엔 어떤 기록이 세대를 움직일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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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팔이인가 세대연대인가… 회고록 인기 현상 재밌긴함. 요샌 뭘 읽어도 과거 얘긴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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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이해찬 회고록이 1위라니!! 웃긴 일이네!! 세상 어디로 가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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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50의 선택이 무겁네요. 과거를 돌아보는 것만이 답일지, 앞으로 더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있는 건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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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고록 열풍 또 온 거냐, 진짜 인생 다들 바쁜 거 맞냐? 그냥 자서전 하나 나오면 들어보기는 해. 근데 베스트셀러라, 아직 한국은 기억 팔이 잘 먹히는 나라 맞구나. 반전은 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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