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한우·달걀값 급등…가축질병 앞에서 국민 밥상이 흔들린다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한우와 달걀 등 주요 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의 전국적 확산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평범한 이웃인 이지훈(48·경기도 평택) 씨의 가족 풍경도 올해는 예년 같지 않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갈비찜이 웬일이야, 한우 값이 냉장고보다 비싸지더라고요. 달걀도 사러 갔더니 평소보다 한참 비싸더라구요.” 그는 가족 밥상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에겐 명절이 더없이 푸근한 순간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겐 식탁 위 걱정이 앞장서는 순간이 되었다.
가격 상승은 단순한 경제 뉴스가 아니다. 한우농가의 박명호(56) 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매번 병이 돈다 싶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그래도 정부 보상금으로만 버틸 수는 없으니까… 끝내 울타리 붙들고 눈물짓는 농가도 많다니까요.” 구제역 발병지와 인접한 지역의 농장에서는 소·돼지 이동 제한, 도축장 연쇄 폐쇄가 이어진다. 코로나19 때와 달리, 지금은 방역 인력 피로도와 방역 동력까지 떨어져, 보이지 않는 한계선에 놓인 이들이 많다는 주장이 현장에서 만연하다.
달걀값 역시 급등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30% 이상 뛰었다는 (농림축산식품부, 도매시장 기준) 통계가 기다란 숫자보다도, 실생활에선 한 자리 숫자 추가되는 자판기 달걀값이 더욱 체감되기 시작한다. 소규모 식음료 사업자, 엄마·아빠들은 명절 밥상 예산을 다시 짜야 한다. 서울 노원구의 김서윤(34) 씨는 “아이 반찬 걱정에 달걀을 쟁여두곤 했는데, 요샌 밤마다 가격 어플 비교만 해요. 달걀 두 판 사기가 이토록 부담일 줄 몰랐네요.”
공급망 이상을 부추기는 근본 원인은 연이은 가축 전염병 확산에 있다. 최근 경북, 충북, 경기 일대 목장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빗발치고 있다. 인근 농장 전파, 밀집 사육 구조, 장거리 사료 이동 경로 등 복잡한 현실은 단순한 방역통제를 넘어서 종합적인 국가 대응 시스템을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시설 노후화, 인건비 상승, 그리고 농민 고령화까지, 땀 흘린 현장에 추가 방역까지 짊어지게 된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긴급 방역 강화 속도에 대한 현장의 불만도 커져간다. “사람 힘으론 한계가 있고, 지치면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실수 하나에 농장 전체 삶이 무너집니다.”
이번 가격 변동은 코로나19 때 식량안보 위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국민들은 직접적으로 식품 구입 단계에서 어려움을 체감한다. 특히 저소득층, 노년층, 1인가구에겐 하루 식사 한끼의 부담이 커졌다. 쌀이나 생선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된 식재료도 있지만, 명절 특수에 기대던 전통시장 상인들조차 “소비자가 사줄 수 있는 가격이 아닌데 남아도 소용없다”며 애달파하는 모습이다.
한편, 거래상들도 납품단가가 오르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사이에서 가격방어에 여념이 없다. “서민 음식인 달걀조차 금란(金卵)됐다”는 자조섞인 이야기는 이제 유통 관계자들 사이에서 다반사다. 냉동 한우와 저가 수입육 시장도 출렁이며, 소비자들은 “대체 선택지도 이젠 옅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자녀 도시락 챙기는 학부모, 자영업자, 홀로 사는 노년층 등 다양한 현실의 밥상이 흔들리고 있다.
복지 전문가 정성진 박사는 “식품가격 인상은 영양격차, 건강문제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년이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의 식비비중이 복지 예산을 초과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도 비상대응에 나섰지만, 방역 통제 외에도 가격 급등 시 취약계층 지원, 중장기 식량 확보 전략 등 보다 촘촘한 정책이 필요하다.
사람 한 명, 가족 한 단위의 명절 풍경이 이렇게 바뀌고 있다. 도시 자취생의 빈 컵라면 곁에 소고기 한 점 없는 설날, 경북 농가의 굳은 손마디,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한참 가격표만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올해 2월의 풍경이다. 때론 한우와 달걀 너머에, 우리의 식탁을 지키는 모두의 애씀과 걱정이 있다. 방역, 복지, 유통, 소비—이 네 갈래 선이 하나의 밥상, 한 가족의 손길로 이어진다는 것. 명절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사람’을 생각할 시간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명절밥상이 사치가 된 이 상황이 너무 씁쓸하네요. 농가 방역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하는데 현장 목소리는 다 무시되는 거 같습니다. 결국 제일 약한 고리, 소비자가 부담 떠안고요. 중장기적 대책 어디까지 나오려나…
이 정도면 한우, 달걀 값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진짜 큽니다. 다들 명절밥상 물가에 무감각해지는 게 슬퍼요 🥲 방역이야 늘상 있지만 지원도 제때,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