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절반·베트남 약진”…설 연휴에 달라진 하늘길 풍경

설 연휴, 공항의 출국장은 이번에도 긴 줄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하얗게 빛나는 출입국장의 대리석 바닥 위로 빠르게 굴러가는 여행가방, 아이 손을 꼭 잡은 가족들의 왁자지껄한 웃음, 그리고 주요 항공사 체크인 데스크 앞을 메운 인파가 겨울 한가운데 연휴 풍경을 더욱 반짝이게 했다. 올해 설 연휴 해외여행 데이터에는 두드러진 변화가 있었다. 일본의 변함없는 인기가 여행객 절반을 차지했지만, 그 틈을 비집고 베트남이 이례적으로 약진했다는 점이다. 설 연휴를 맞아, 어쩌면 당연하게도 많은 이들이 가까운 일본으로 향했고, 오사카·도쿄·후쿠오카 라인은 수년째 변하지않는 상위 여행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거리감과 접근성, 풍부한 먹거리와 세련된 도심, 그리고 익숙한 듯 다른 일본의 겨울 풍경이 여전히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새벽 비행기에서 본 구름 너머로 부드럽게 번지는 도쿄의 아침빛, 후쿠오카 시장 골목에서 망설임 없이 집어든 따끈한 오뎅의 싱거운 국물 맛은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2026년 설, 여행 균형추의 미묘한 이동이 감지된다. 다양한 여행 플랫폼이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베트남 하노이·다낭·호찌민행 노선 예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베트남은 특유의 따사로운 온기와 신선한 바람, 아침마다 시장에 때이르게 나가 쌀국수를 먹는 현지인들의 여유로운 일상, 그리고 저렴한 물가를 앞세워 점차 한국인들의 새로운 겨울 휴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월의 한국보다 한결 부드러운 남방 기후 위에 앉아 느긋하게 마시는 연유커피의 달큰함, 그리고 베트남식 해산물 요리와 시장에서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생동감. 이는 반복과 속도의 피로를 안고 살아가던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기분 좋은 이탈, 낯선 온기에 머물 수 있는 작은 ‘여백’을 제공한 셈이다.

동남아 비약진의 중심에서 베트남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베트남 중부는 리조트가 이어진 해변 도시 다낭이 유명하고, 북부의 하노이는 옛 프랑스 식민지 거리와 한적한 호수, 고요한 전통찻집이 겨울 여행의 아련한 정서에 촉촉함을 더한다. 이후 떠오른 호찌민에서는 활기 넘치는 야시장과 젊은 층을 위한 트렌디한 레스토랑, 그리고 저렴한 마사지 숍의 온기가 세심하게 다가온다. 이 모든 풍경엔 여행자 자신만의 여행이라는 파동이 얹힌다. 사회적으로 여행심리가 위축됐던 펜데믹 시기를 지나, 이제야 다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망이 폭발처럼 표출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KATA(한국여행업협회) 자료, 주요 온라인 여행사의 예약 데이터, 공항공사 탑승자 통계 등이 비슷한 흐름을 나타낸다. 단기근거리 일본은 안전빵, 신흥선호 베트남은 신선함, 필리핀 세부·괌 등 쿠션 노선은 가족 중심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여행지의 변화는 단순한 리스트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경험의 폭이 넓어진 것은 물론, 목적에 따라 여행의 결이 달라진다. 누군가는 나고야의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풍경을 스케치했고, 누군가는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서 맞는 첫 남방의 공기에 ‘여행의 시작’이라는 설렘을 기록한다. 불편함 속 작은 기쁨, 바쁜 공항 셔틀버스에서 모르는 이와 주고받는 작은 안부, 8시간 대기 끝에 도착한 리조트 객실의 커튼을 젖히는 순간까지—이번 설 연휴를 여행으로 보낸 이들에게 공간의 의미는 더욱 촘촘해졌다. 여행을 이루는 것은 장소의 유명함만이 아니다. 짧은 시간 속에서 마주한 우연, 생각하지 않았던 대화, 그리고 느린 아침에 발끝을 스치는 남국의 공기와 북쪽 초밥집의 조용한 환대가 모두 여행의 일부로 남는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가족/개인 여행 트렌드가 이번 연휴 각지 여행지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 가족끼리도 취향이 분화되어, 도쿄의 아트 뮤지엄과 오사카의 디저트 카페, 하노이의 빈티지 거리와 다낭의 사파호텔 루프탑바를 나누어 경험하고, 단체보다는 소규모 여행, 개별적 동선이 늘고 있다. 숙소의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졌고, 한류 인기 덕에 국내 젊은 층도 인도네시아 발리,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등 전통적 인기지 외에 새로운 여행지로 눈을 돌린다. 여행 패턴의 다변화와 자유여행의 증가, 저비용항공의 용이한 노선 확장도 해외여행 선택지를 넓혔다. 올해 설 연휴, 하늘길 위의 풍경 역시 더욱 다채로워졌다.

이번 변화 뒤에는 언제나, 떠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잠깐의 시도, 기내식 대신 현지 시장의 아침녘 분주함을 택하는 이들, 혹은 단순히 다시금 낯선 곳에서 내 이름을 불러줄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이들. 한 줄로 요약할 수 없는 다양한 마음들이 올해 설 연휴 공항을 수놓았다. 그 작은 여정들의 빛나는 순간, 시차와 외국어, 낯선 식탁의 온기와 여행 끝에 짙게 남는 감정까지—2026년 2월, 한국의 여행자들은 그래서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일본 절반·베트남 약진”…설 연휴에 달라진 하늘길 풍경”에 대한 9개의 생각

  • 일본은 이제 진짜 식상하지 않냐 ㅋㅋ 베트남이라도 가볼까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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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다낭 인기야? 갑자기 다들 가길래 궁금했는데 진짜 그런가보네🤔 일본도 질리긴 힘들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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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연휴엔 정말 사람들이 엄청 많이 출국하셨나 봐요!! 일본도 좋지만 전 베트남의 따뜻한 분위기가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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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진짜 다들 남들 가는 데만 가!! 새로운 데 좀 가라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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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상 일본, 베트남만 가니까 신선함이 떨어지긴 함. 근데 어쩔 수 없나봐요. 환율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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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이든 뭐든 결국 인간은 익숙한 걸 찾는다… 줄만 안 섰으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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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날 연휴에 또 일본, 또 베트남… 진짜 여행 좀 다양하게 가자. 이렇게만 몰리면 결국 어디든 비싸지고, 의미도 없어지는 거 아님? 익숙한 거 말고 색다른 곳 도전 좀 했으면. 아 잘 모르겠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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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설 연휴의 공항 풍경이 떠오릅니다🤔 베트남의 여유와 일본의 익숙함, 결국 많은 분들이 원했던 건 일상에서 벗어난 작은 휴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만 여행객이 몰리면 여행의 질도 달라지니 앞으로는 더 다양한 목적지에 눈을 돌렸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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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가서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줄서고 다낭 리조트 수영장에서 셀카나 찍고 오는데 그게 과연 ‘여행’인가? 🙄 차라리 방구석에서 VR 헬스 트레킹이나 하는 게 효율 좋은 시대가 왔다고 본다. 물론 현실은 나도 이번 연휴에 후쿠오카 오뎅 한 그릇 먹고 왔지만😂😂 이래서 사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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