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소설 ‘할매’와 AI

겨울의 끝자락, 서늘하게 남아있는 바람처럼 우리 사회에 은근히 스며든 소설 ‘할매’의 울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출간된 장편 ‘할매’는 할머니 세대의 손길, 목소리, 생생한 체온을 담아내며 잊혀가는 세대의 일상과 생애를 면밀하게 담았다. 책 속 할머니는 AI—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맞닥뜨리게 된다. 젊은 화자와 노년의 할머니 사이에 자리잡은 AI는 기술로 치환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애정, 기억, 곁의 의미를 묻는다.

‘할매’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세대 간 간극의 문제를 넘어, 시대가 밀어붙이는 비인간화된 미래 예감에 대한 본능적 거부에 가까워 보인다. 작품 속 할머니가 AI 스피커를 마주하는 장면은 기술이 사람을 위로하리라는 사회적 서사에 조용히 균열을 낸다. 인간의 곁을 지키는 존재—할머니라는 육성의 힘과, AI가 내는 메마른 목소리의 대비. 그 사이에 작품이 놓는 질문은 우리 모두의 귀에 오래 남는다.

문학계에서는 ‘할매’가 최근 유행하는 AI 서사를 단순한 테크놀로지 호기심 이상의 인간적 갈증, 그리고 짙은 노스탤지어로 승화시킨 점에 주목한다. 이 작품은 할머니의 두 손과 목소리, 특유의 말투에 집중한다. 누군가에겐 잊힌 문장, 지워진 방언이지만 소설은 이를 AI 앞에서 다시 불러온다. 실제 한국 서점가에서도 ‘할매’와 비슷한 맥락, 즉 세대 간 단절―기술 진보의 소외―를 조명하는 작품들이 점차 늘고 있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역시 비슷한 톤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소환했고, 최근에는 김초엽, 천선란 등도 미래 사회에서의 기억과 가족의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할매’의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은 할머니 세대가 늘상 겪어온 인생의 무수한 손실과, 이를 견디는 평범한 생활의 자세이다. 반면 AI의 존재는 미래의 편의, 예측, 빠른 답변을 말하지만 진짜 슬픔이나 위안에 대한 응답은 여전히 미진하다.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지만, 누군가의 이불을 덮어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일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소설은 이 단절의 틈에서 결핍의 자리에 따스함을 남기고자 한다. 단지 ‘할머니’의 이미지는 과거로서 소환되지 않는다. 오히려 AI 시대에도 끝내 남는, 대체할 수 없는 것의 상징이다.

작가의 시선은 할머니의 우직함과 현대의 기술 문명을 교차시킨다. 이를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간다. 등장인물은 AI를 한편으로는 낯설어하지만, 인간의 실질적 상실, 외로움이 치유받지 못하는 현실에 머문다. 최근 드라마 ‘방구석 할머니’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안녕, 내 AI’처럼 노년과 인공지능의 만남을 다룬 영상물과도 맥락이 닿는다. 특히 감독 차준석은 한 인터뷰에서 “기술이 주는 편리함보다 인간 곁에 머무는 손길이 더 오래 남는다”고 지적했다. ‘할매’는 이 근본적 아쉬움과 그리움, 그리고 화해의 메시지까지 동시에 품는다.

독자 반응 역시 복잡다단하다. ‘과연 기술이 진짜로 인간을 위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분분하다. 학교 현장에서는 AI의 도입이 노년층의 소외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논의가 있었으며, 가정 내에서는 오히려 AI 스피커를 교감의 매개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국내외 비평가들은 ‘할매’를 한국 사회가 직면한 초고령화, 디지털 소외의 상징으로 읽는다. 노년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사회, 반면 기술은 소음을 넘어선 혼란까지 만들어낸다는 점이 공통 지적된다.

할머니와 AI, 이 어긋남 속에서 결국 이야기의 힘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 도구로 남는 기계의 언어가 아니라, 생애 내내 쌓여온 경험과 냄새와 기색이 물든 진짜 말들. 소설은 할머니의 느린 걸음과 함께, 언제나 곁에 있었으나 놓치기 쉬운 진심을 끝내 꺼내 보인다. 기술의 매끄러운 인터페이스에 대비해 투박하고 때로는 사투리 가득한 대사, 흔들리는 손끝이 만들어내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풍경이 천천히 번진다.

문학이란 본디 변화와 적응을 묻는 작업이다. 인간과 기계의 거리를 계산하고, 다시금 곁의 의미를 되새긴 ‘할매’는 2026년 한국 사회의 풍경을 낡은 창호지 너머로 비춘다. 여전히 소외와 익숙한 위로, 둘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우리 모두의 얼굴들이리라. 잊힘을 견디는 용기, 그리고 그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남는 인간다움. 지금 이 소설 한 권은 우리 각자의 ‘할머니’가 남긴 목소리부터, 다가오는 AI 사회를 새롭게 사고하게 만든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매경춘추] 소설 ‘할매’와 AI”에 대한 7개의 생각

  • AI가 다 커버한다고 믿는 사람… 현실 깨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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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매도 이젠 AI한테 밀린다?🤔세상 변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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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소재 보면 괜히 울컥함 ㅠㅠ 할매, AI… 현실에선 기대보다 실망이 클 듯… 그래도 책으로 나와서 위로 받는 사람 많을 것 같아요! 요즘 세대분들도 공감 많이 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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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할매면 연금은 누가 받지… 농담이고 이젠 인간이 점점 덜 필요해지나보다,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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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한테 위로받는 미래라… ㅋㅋ 좀 무섭기도 하고 씁쓸해요😢 요즘 할머니 생각 많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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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가 우리 할머니 복숭아잼 만들어주던 손길까지 따라할 수 있을까 ㅋㅋ 진짜 그런 날 올까 싶네요. 물론 기술은 편하지만, 감정이나 진짜 인간 경험까지 대체하긴 어렵겠죠? 글 보면서 예전 추억 생각 많이났어요. 관심사랑 잘 맞는 기사라 또 한번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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