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바닷바람과 낡은 자동차 뒤로 스며든 여행의 침묵
이른 아침, 하바나 거리는 평소보다 더 조용하게 잠에서 깨어난다. 하얗게 바랜 건물들 사이로 스며드는 듯한 바람, 그 틈 사이로 속삭이듯 들려오는 택시기사의 한숨은 바다의 소금기 만큼이나 짙게 느껴진다. 미국의 대쿠바 제재가 또다시 여행자들을 멈춰 세웠다는 소식—비행기 연료마저 부족해져 쿠바 하늘에서는 제트기의 굉음이 줄어들고, 공항의 관광 안내판에선 연착과 취소 문구만이 덧붙는다. 바다 건너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드는 지금, 쿠바라는 섬 나라의 오랜 시간과 꿈, 그리고 삶의 방식까지도 예기치 못한 흔들림에 놓여 있다.
매케한 연료 냄새마저 희미해진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 주변, 현지 호텔들은 창밖으로 손님이 떠난 객실의 고요를 지켜본다. 한때 카리브의 진주라 불리며 매해 수백만 명의 관광객으로 활기가 흐르던 쿠바 관광산업은 오늘, 방대한 제재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국제유가의 흔들림, 원유 거래 경색뿐 아니라, 미국이 주도한 대쿠바 금융 및 물류 차단 강화로 직접적 타격이 더욱 커졌다. 사실, 연료 공급이 차단된다는 말은 단순히 항공편 운항을 어렵게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카사(민박) 앞 테라스의 흔들의자에서 담배를 즐기던 노신사, 하바나 말레콘에서 하모니카를 불던 거리 예술가 모두가 소소한 일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이드북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올드카 택시와 색색의 거리 풍경이 실제로는 얼마나 정적에 쌓여 있는지, 최근 여행자들은 그 차이를 절박하게 경험한다. 연료 부족이 운송과 물류에 미치는 영향은 도시 간 버스와 항공, 심지어 시내 교통 전체로 연결된다. 익숙하게 흘러가던 말레콘 산책로 위로 발길이 느려지고, 산티아고 데 쿠바의 음악 바조차 서로 다른 열악한 조건 속에서 운영시간을 조절한다. 현지 소규모 투어 업체들은 ‘연료 절감 계획’에 따라 예약된 일정 일부만 취급하고, 식음료 분야 역시 수입 재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손님이 전처럼 없다면, 주방도 더 조용해지고 시장도 덩달아 한산해집니다.”-올드하바나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마르타 씨의 말이다.
쿠바를 대표하는 클래식카, 재즈바, 명랑한 색채와 야자수 그늘, 느리게 흐르는 티키타카 음악, 그리고 길모통이에서 빵과 커피를 나누던 온기—이 모든 것이 줄어든 관광 수입, 단절된 국제선, 한정된 연료 탓에 빛을 잃고 있다. 미국의 대쿠바 제재는 60년 넘게 이어져 왔지만, 최근 국제정세와 맞물린 추가적 일방 제재, 제3국 연쇄적 금융 차단이 실제로 쿠바의 자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현실. 여행지의 풍경은 고운 노을빛 그대로이지만, 그 노을 아래 현지인들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숨을 쉰다. 낯선 땅을 찾아드는 이방인과, 그곳에서 삶을 지켜내는 이들의 간극은 언제나 있었지만, 오늘의 쿠바에는 ‘멈춤과 기다림, 그리고 견딤’이라는 또 다른 시간의 층위가 깃들었다.
해변 리조트는 점점 더 현지 고객에 기대야 하고, 하바나 시내 유서 깊은 호텔들도 공실률과 경영난을 반복적으로 마주한다. 한때는 젊은 배낭여행자들, 예술가, 그리고 문화탐방객들의 감탄을 받던 현지 거리예술·재즈공연은 연출을 대폭 줄이고 있다. 특히 원유와 연료 부족으로 인한 전력 불안, 식료품 운송 애로는 관광업뿐 아니라 전 사회적 생활양식 변화를 이끌고 있다. 밤마다 자주 찾아오는 정전 속에서 여운을 삼키는 이들, 그리고 관광시장에 삶을 걸었던 수많은 쿠바 가족들은 이제 어느 때보다 ‘여행자 한 명, 비행기 한 대’의 절실함을 실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딛고 다시 일상회복을 준비해온 쿠바인들은, ‘관광업의 희망’이라는 기다림이 갖는 이중적인 의미 속에서 하루 하루 중첩된 고단함을 어루만진다. 그 도시의 골목길을, 사람의 냄새와 삶의 음악을 사랑해 온 기자이기에, 직접 발길이 머문 곳의 아득한 아침을 다시 떠올려본다. 풍요 속의 여유가 얼마나 덧없었는지, 그리고 결핍 속의 인간미가 얼마나 큰 울림이었는지. 세계의 관광산업이란, 결국 바람처럼 스쳐가는 방문자와 그 뿌리를 지키려는 사람 사이의 섬세한 균형임을, 쿠바는 오늘도 말없이 드러낸다.
이 아름다운 섬의 미래가 바람 따라 흔들리는 솜털처럼 연약해지기만을 바라지는 않는다. 여행자로서, 기록자로서, 어쩔 수 없이 남겨질 때 더 간절해지는 인간의 온기가 바로 지금 쿠바의 골목 어귀마다 흐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싶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관광이 멈췄다니!! 현지인들 어떡함!!
ㅋㅋ 비행기 연료도 없다니 현실이 영화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쿠바 여행산업이 한순간에 정지된 듯합니다. 쿠바 특유의 거리 풍경과 현지인들의 소박한 삶이 여행자에게 주던 감동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경험이었죠. 이번 연료난은 하바나 구시가지의 일상을 뒤흔드는 동시에, 관광을 생계로 삼던 이웃들에게 심각한 시련을 줍니다. 코로나 이후 조금씩 회복하던 분위기가 다시 얼어붙는 걸 보면 한 국가의 문화적 잠재력도 국제 정세에 한없이 취약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여행 패러다임이 점점 더 ‘사람’이라는 고유 가치에서 멀어지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쿠바의 햇살 아래 서 있던 여행자들에게 이 침묵이 짧기만을 바랍니다.
경제 제재 하나가 이렇게까지 파장을 일으키는지 다시 느낀다… 관광객 없는 쿠바의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쓸쓸할 듯. 세계화란 결국 취약한 고리부터 무너뜨리는 건가 싶기도 하네…
쟤네는 원래 힘들던데 이제 연료까지 없다고? 진짜 답 없겠다. 미국은 뭐 도와줄 것도 아니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