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룩’을 둘러싼 새로운 장—24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찾아본 남녀 패션 경계의 해체

올해 패션계는 유독 ‘커플 룩’이라는 키워드에 매혹됐다. 그리고 이번 기사에서 주목하는 바는, 단순히 똑같은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동일 디자이너가 만든 여성복과 남성복’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하고 입체적인 교차점이다. 세계 24개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2026 S/S 시즌에 선보인 커플 패션—이를테면 보테가 베네타, 마르니, 아크네 스튜디오 등—에는 그들의 시그니처 감성과 젠더리스 무드, 그리고 한 발 앞선 감각이 촘촘히 녹아 있다. 도슨트 투어처럼 런웨이와 룩북을 훑다 보면, 이쯤에서는 남과 여를 나누는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듯한 느낌. 누군가는 섬세하게 직조된 퍼플 캐시미어 재킷을 팔짱 낀 채 맞춰 입고, 누군가는 동일한 패턴의 실크 셔츠를 살짝 오버핏으로 ‘쉐어’하는 식이다. 실제로 구찌, JW앤더슨, 미우미우, 디올 등은 이번 시즌 남녀 컬렉션 모두에서 컬러와 패턴의 경계를 뭉개버리는 시도를 이어 갔다.

이것이 단순한 ‘트윈 룩’과 어떻게 다르냐고? 2026년의 커플 룩은 “동일하게 맞춰 입자”가 아니다. 각자의 체형과 분위기, 태도에 따라 옷의 실루엣과 스타일링 방식을 달리한다. 예를 들면, 프라다 컬렉션에서는 여성 모델은 날렵한 브이넥 니트와 미니멀한 마이크로 쇼츠를, 남성 모델은 같은 패턴의 오버사이즈 스웻셔츠와 버뮤다 팬츠를 매치했다. 같은 옷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페어링’이 되고, 혼자 또는 둘이 있더라도 엣지 있는 코디가 가능해진 것.

패션 브랜드 입장에서 이렇게 전략적 커플 룩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일석이조다. 실질 소비 주체로 떠오른 밀레니얼·Z세대, 그리고 주말마다 커플 혹은 친구 단위로 ‘플렉스’하는 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동시에, MZ세대에게 익숙한 젠더리스·개인화 트렌드를 영리하게 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커플룩(혹은 ‘파트너 코디네이트’) 시장 자체가 30% 넘는 성장세를 기록—그 파장은 여전히 뜨겁다. ‘커플룩’이 브랜드 대표 이미지 메이킹에 사용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는데, 특히 발렌티노, 제이더블유앤더슨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는 커플룩 룩북을 별도로 제작해 공식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메인에 올려둔다.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준 결정적 지점은 바로 위티함과 방식의 다양화다.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같은 소재와 색만 맞춰 입어도 커플룩, 또 어떤 이들에게는 일상에서 슬쩍슬쩍 섞어 입는 비정형적 ‘시밀러 무드’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앰부쉬, 로에베, 폴스미스 같은 브랜드는 성별 구분 없이 플라워 프린트, 드로스트링, 빅 포켓, 아트웍 패턴 등을 믹스해서 “누구나 입을 수 있습니다”라는 시그널을 던진다. 진짜 멋은—당신이 어떤 사연, 어떤 스타일링을 얹느냐에 달렸다. 이쯤 되면 커플 룩이란 간판은 오히려 배경이 되고, 중요한 건 서로 얼마나 ‘닮고 싶은가/다르고 싶은가’의 엣지.

이런 현상은 국내외 패션 정서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았다. 해외에서는 루이 비통, 셀린느 같은 하우스 브랜드부터 한국 스트릿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 오아이오아이, 크렘브렐라도 각자 개성 있는 커플·페어 무드 스타일을 제안했다. 의외로 데님 셋업, 블레이저, 공용 트렌치코트, 볼드한 워크부츠 등은 ‘남녀’의 구획보다는 ‘함께’라는 의미의 믹스매치가 대세임을 보여준다. 굳이 커플이 아니라도 친구와, 가족과, 혹은 나 자신과의 조합도 신선하다.

트렌드를 이끄는 셀럽들의 영향력 역시 무시 못 할 부분. ‘가치관’까지 보여주는 듯한 하이브 커플, 패셔너블한 K-아이돌들,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이 자신만의 버전으로 스타일을 해석하면서 트렌드는 더 많이, 더 빨리 번진다. 때론 구김 없는 셔츠+조거팬츠, 신발은 똑같은 컬러로 통일, 모자는 서로 교환하기. SNS에는 이미 #커플룩, #파트너룩, #젠더리스룩 등 해시태그가 수십만 개 넘게 쌓일 정도다.

빼놓을 수 없는 건 패션이 제시하는 메시지. 커플 룩의 본질은 평등, 다양성, 그리고 이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연결감’이다. 젠더, 세대, 취향에 더 이상 선이 없다. 같은 옷을 입고 있어도 따로 또 같이, 자신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받는 시대, 커플 룩은 더이상 유치한 ‘커플티’가 아니라, 진정한 자신다움을 드러내는 ‘태도’이자 문화가 됐다.

옷장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올 시즌엔 적어도 한 번쯤은 새로운 커플 룩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함께 입을만한 아이템을 고른다면, 스타일도 공감도 둘이서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커플 룩’을 둘러싼 새로운 장—24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찾아본 남녀 패션 경계의 해체”에 대한 7개의 생각

  • panda_possimus

    아니 커플룩이 이렇게 힙해질 줄ㅋㅋ 예전엔 커플룩=촌티였는데 과연 시대가 바뀌긴 했군요. 이제 친구랑 맞춰입기도 겁 안나네ㅋㅋ 다음엔 동생이랑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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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커플 아니면 소외될거 같아서 눈치봐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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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멋은 있는데 현실에선 어렵죠. 동네 카페에서 저렇게 입으면 시선 집중될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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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이 아니라면 그냥 지갑이 더 두꺼워지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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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재밌어요🤔 커플룩이 꼭 연애하는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게 신선함. 친구들이랑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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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ㅋ요즘은 커플 대신 내동생이랑 입어야겠다. 커플 아닌 사람도 소외 안되는 트렌드라 좋아요 ㅋㅋ 근데 가격은 언제나 장벽…이건 브랜드 잘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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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패션이 미는 커플룩이 젠더리스 트렌드 이끈다고들 하지만, 현실에서는 편견도 여전하지 않나? 한국 거리에서 플라워 프린트 맞춰서 걷는 거 상상해봐라. 아직도 시선 신경 많이 써야 하는 곳인데, 트렌드 소화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부터 바꿔야 한다고 본다. 이게 진정한 다양성인지 그냥 일시적 유행인지 더 지켜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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