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마저 피하지 못한 안전의 무관심, 또다시 반복된 비극

설 연휴 둘째 날, 희생자 명단에 다시 80대 노인이 올랐다. 경북의 한 벌목 현장. 땀 흘리는 노동 끝에 돌아와야 할 장정 대신, 둔중한 나무에 이마를 맞은 끝에 숨을 거둔 노인이 남았다. 계절과 명절은 바뀌어도, 매년 전국 곳곳에서는 이런 ‘추모 기사’가 반복된다. 왜 대한민국 사회는 고령 노동자들에게조차 안전하지 못한가.

벌목 사고.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고령화와 농촌 인력난이 맞물리면서, 각종 일용직은 점점 더 고연령층에 의지하게 되었다. 60대, 70대도 모자라 80대 노인이 무거운 장비와 전동 톱을 쥐고 산비탈을 오른다. 단 며칠의 임시직, 단 한 번의 안전 교육 대신 사장되는 것은 매번 생명이다. 지방 소도시 산업 현장, 벌목·건설·농사 어떤 것이든, ‘안전관리’ 네 글자는 번번이 구호에만 그친다.

사실 실상을 추적하면 구조적 비리가 고스란히 들어난다. 벌목업계의 경우 장비 임대만으로 버티는 하청구조, 현장마다 달라지는 책임소재, 몇 장짜리 서류로 때우는 안전교육, 그 위에 앉아 눈감는 감독기관의 비정. 생명과 직결된 산업안전보건법은 현장에선 파편조차 없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22%가 60세 이상, 그 중 삼분의 일 이상이 농림·벌목 등 1차 산업종사자다. 노인노동자의 재해율은 연령별 중 가장 높다. 기본적인 국가 책임도, 사업주의 윤리도 실종된 현장이다.

사건이 반복되는 흐름을 보면 책임 회피 구조가 뚜렷하다. 지방 군 단위, 읍·면 소재 작은 사업장에서는 안전 관리비용조차 절약 대상이다. 그 틈에서 하청, 재하청이 일상이고 계약자는 매년 바뀐 신분증 하나만 내밀 뿐 온전한 책임 의식은 실종된다. 감독의 손길은 명절 특별점검처럼 일회적이고, 그마저 공개 일정 맞춤 용도다. 결국 작업 현장에 남는 건 나이 많은 일꾼, 무너진 헬멧, 현장서조차 확인되지 않는 안전수칙 뿐이다.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다. 취재에 따르면 현장에는 기본적인 지휘책임자나 안전감독관이 정식 배치되지 않은 정황이 있다. 벌목 중 어떻게든 시간 안에 처리를 마쳐야 한다는 압박, 임시직 노동자에게 떠넘겨진 리스크, 그리고 그 이후는 ‘유가족과 경찰의 속절없는 확인 절차’뿐이다. 반복되는 과정이다. 2025년 겨울에도, 2024년 여름에도 비슷한 내용의 참사 기사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책임자 색출과 재발 방지책이 거론되지만, ‘구조’라는 단어는 항상 빠져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늘 이런 사고 뒤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진부한 성명을 내놓는다. 그러나 실제 점검은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예산은 삭감된다. 인력난 해소 명분 아래 고령 노동자를 끝까지 방치하는 도미노 구조. 대안은 없는가? 경제적 효과만 외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사각지대가 생겨났다. 현장에선 주범이 아닌 ‘최하위 노동자’만 목숨을 잃는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일 사고를 넘어 구조적 외면과 노후 노동력에 내팽개쳐진 안전 불감증의 현실이다. 고질적인 현장 하청구조, 무책임의 체계화, 사업주와 감독기관 모두의 공동 기만이 노동자의 삶과 생명을 앗아간다. 사망자를 위한 애도만으로 끝나는 언론, ‘그땐 슬펐지’ 류의 과거 회상으로 끝나선 무의미하다. 정치권과 행정, 노사 모든 주체가 직접 책임을 질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어르신의 목숨값이 가장 저렴한 나라’란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사건을 실시간으로 감싸는 명절뉴스의 소음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가. 구태의연한 안전문제 기사로 스치듯 넘기는 것이 아니라, 각 산업별 현장 안전책임 의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하청·임시직에 대한 특별 관리 시스템과 60세 이상 노동자 현장 집중 점검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에게 ‘귀가의 일상’을 보장할 수 없는 사회라면, 더 이상 선진국, 선진사회란 말은 언감생심이다.

삶을 지키는 데 최소한의 구조조차 방치된 이 현실. 우리가 ‘설날’이란 이름으로 쉬는 그날에도, 누군가는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내던져져있다. 그리고 그 현실은, 오늘 또 다시 냉혹하게 그 이름을 불렀다. 고령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구조적 비리의 그림자. 이 반복을 언제까지 읽어야 할 것인가.

— 강서준 ([email protected])

설 연휴마저 피하지 못한 안전의 무관심, 또다시 반복된 비극”에 대한 4개의 생각

  • 헐…명절에도 이런 일이🤦‍♂️ 언제쯤 바뀌나 싶다 진짜😭 국가가 뭐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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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번 고생하는 사람만 죽어나감!! 윗대가리들은 밑에서 무슨일나는지 쳐다도 안보지. 제도는 있는데 감시가 없음. 국민 안전? 다 거짓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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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론은 언젠가 내 부모님도 위험할 수 있다는 거. 정부, 기업 다 책임 떠넘기고 있는게 제일 위험함!! 나라에서 이런 거 방치하면 선진국 소리 하면 안 됨. 또 유족이 눈물 흘려야 바뀔까? 늘 뉴스만 요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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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고령자분들 힘겹게 일하시는데 이런 대형사고까지… 관리 더 철저히 했어야죠. 이런 현실에선 중대재해법 왜 만든 건지도 모르겠고요.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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