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벤처’가 패션 씬을 흔들다, 이제 브랜드도 사내발로

요즘 패션계, 유니콘 신흥강자의 스토리가 점점 더 놀랍게 전개되고 있다. 이제는 창업자가 집에서 셔츠 한 벌로 시작했던 과거 레전드 스토리 대신, 대기업 내 ‘사내벤처’가 메가-패션브랜드의 물꼬를 트는 시대다. 최근 패션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여러 브랜드들의 공통분모는 대기업 체제 내에서 민첩하게 ‘튀는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사내벤처’ 출신이라는 점. 이정도면 ‘내부 창업’이 패션 생태계 경쟁력을 좌우하는 진짜 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이슈로 떠오른 대표적 사례는 H그룹의 F프로젝트. 사내 젊은 기획자들이 재직 중 브랜드를 발상,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에 직접 도전장을 냈다고. 기존의 느릿한 기획이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에서 포착한 패턴 – MZ세대의 #OOTD, 네오빈티지, 친환경 패브릭, AI 기반 커스터마이즈 소비성향 등 – 에 뼈대를 두고 초기 상품을 완성했다. 출시 한 달 만에 셀럽 인스타그램 협찬, 라이브커머스 완판 등 쏟아진 뜨거운 반응은 사내벤처 방식이 트렌드와 실제 소비를 가장 빠르게 잇는 다리란 걸 증명했다.

이 흐름은 해외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L사나 일본 D기업 역시 ‘Innovation Lab’ 혹은 미래TASK팀 명칭으로, 주요 디자인-상품-마케팅 전부를 내부 창의조직에서 풀어내고 있다. 심지어 이미 글로벌 컬렉션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림들이, 공식적으로 그 뒷배경에 사내벤처를 언급한다. 잇따라 성공 사례가 나오자 패션기업들은 전폭적으로 실험을 지원하고 직원 창업 출신을 핵심 인재로 리포지셔닝 하는 혼신의 자세다.

국내 패션 대기업 사이에서도 사내벤처 무드가 확장 중이다. H그룹, S패션, Y엔터 모두 신입~주니어 중심 혼합팀 셋업, ‘N일 챌린지’, ‘사내 기획 경진대회’ 같은 아이템 공모전을 활발히 운영한다. ‘젊은 감각, 리스크 감수, 빠른 피드백’의 트라이앵글이 전통 브랜드 벨류체인과 전혀 다르게 작동하며, 덕분에 최근 론칭 브랜드 치고 10~20대 타깃 인입률이 급등하는 추세. 펑크 무드 패치워크 셋업, ‘IEG’ 초경량 플라워 다운 등 MZ가 꽂힌 아이템 스펙도 확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네임밸류라는 안전지대에 기대지 않고, 실제 KPI는 ‘젊은 고객의 바이브 평판’, ‘SNS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 횟수’, ‘티저 출시 라이브 뷰 수’ 같은 동시대 지표로 바뀌는 경향도 독특하다. 실제로 기존 부서 중심 체계라면 월 단위 기획도 힘든 상품이, 사내벤처에서는 급이 다른 속도로 나오거나 단 한 번의 리버스 오더로 반짝 펀딩되는 경우가 눈에 띈다. 이거, 스타트업의 속도전 DNA와 대기업의 안정감이 찰떡궁합으로 붙는 셈.

그렇다고 사내벤처가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아직도 의사결정과 투자 판정, 상사/본사 조직 내부 정치 등이 본격 베타상품 출시 땐 부담 요인이 되고, 크라우드 공모전 형식이 오히려 신입 기획자의 무게 중심을 흐뜨릴 수도 있다. 조직 보수성에 치이는 순간, MZ취향 저격 DNA는 휘발될 리스크도 있다. 실제로 ‘뉴트로 감성’ 라인이 내부 심사에서 소위 ‘브랜드의 격에 못 미친다’는 딴지에 가로막힌 적이 있었다고.

추가로, 이제 NFT 패션마켓, 3D버추얼 피팅룸, 친환경 바이오섬유 소싱을 대놓고 실험하거나, AI 피드백 기반 디자인 개발 등도 전면에 등장 중이다. 패션산업 ‘리브랜딩’의 본질은 결국 유연한 내부 아이디어 플랫폼이 바탕이라는 점에서, 사내벤처를 육성하지 못하는 곳은 현재 트렌드에서 빠르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냉정한 메시지도 남는다. 예측 가능한 트렌드는 디자이너보다 고객의 손에 있는 시대! ‘참신함=경쟁력’이 정설이 된 패션판에서, 오늘도 내부 인재의 발칙한 상상력이 어떤 스타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지 기대해 보자. 새로운 아이디어, 신박한 아이템. 그 모든 출발선은 내 옆자리 팀원일지도 모르겠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사내벤처’가 패션 씬을 흔들다, 이제 브랜드도 사내발로”에 대한 3개의 생각

  • 기업들 결국 자기들 밥그릇 챙기려고 젊은 감각 끌어다 쓰는 거 아닌가요.!! 근데 소비자 입장에선 재미있는 아이템 나오니 마냥 싫진 않네요. 그래도 진짜 참신한 거는 결국 조직 바깥에서 더 많이 나오던데요, 늘 그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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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브랜드들 진짜 다양해지는 거 같아요!😀 앞으로도 신선한 디자인 많이 보고 싶어요. 근데 사내벤처도 결국 내부 눈치 많이 볼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ㅎㅎ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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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_everybody

    진짜 신선한 브랜드들은 아무래도 대기업 울타리 덕인 것보다 그 안에서 버티는 팀의 집념 덕분이지. 대세 따라 하는 거라지만, 결국 소비자 반응이 다 말해줄 듯. 앞으로 신상품 어떻게 나오나 지켜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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