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안위 국민투표법 단독 처리 — ‘개헌’의 진짜 서곡인가, 권력의 셈법인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여당의 주도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2026년 2월 23일 저녁, 그야말로 ‘국회의 시간’이었고, 사전 예고와 사회적 합의의 흔적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국민투표법 개정은 헌법 개정의 첫 번째 관문이자, 권력구조를 재설계할 유일한 제도적 레버리지다. 기사는 여당이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며 ‘시대적 소명’을 외쳤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소명’이라는 단어가 과연 국민 다수의 요구와 부합한가, 아니면 권력 셈법에 따른 ‘정치적 연출’에 가깝지 않은가. 당장 야당, 시민단체, 헌법학계 모두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의의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기사 및 원문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실제 토론은 뒷전으로 밀리고, ‘행안위 표결 통과’라는 정무적 이벤트가 우선시됐다는 사실이다.

여당은 “현행 국민투표법은 위헌 판결을 받은 조항이 있어 즉각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맞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4년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입법 개선을 촉구했다. 실제로 국민투표에 대한 투표권 제한, 선거운동 기간 및 방식 등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이 유권자의 참정권을 제한했다. 그러나 이 위헌 지적을 빌미 삼아 개정안을 졸속 처리한 정치적 배경은 석연치 않다. 개헌 움직임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투표 규칙’을 여당이 단독으로 확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회 의석수로 밀어붙인 처사에 정당성이 결여된 이유다.

추적 타임라인을 되짚어 보면, 국민투표법 논의는 19대 국회부터 예고됐지만, 매번 정권과 의회의 ‘셀프보호 논리’에 막혔다. 2018년 개헌논의 때도, 기존 정치권은 개헌 논의에는 입을 모았으나, 투표방식 등 핵심쟁점 논의엔 철저히 침묵했다. 이번 ‘여당 주도 단독처리’ 역시 이러한 식의 권력구조 보전, 제도 프레이밍의 연장선에 있다. 오늘 처리된 개정안에는 재외국민 투표권 신장, 선거운동 자유 확대 등 시대적 요구가 담겼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 안의 세부 조항들은 투표운동 규제 완화인가, 혹은 특정 세력의 조직적 동원 구멍을 여는가에 대해선 쟁점이다. 여야 간 사회적 논의 과정은 ‘절차적 투명성’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든다. 단일 정당이 호위무사처럼 ‘국민투표의 틀’을 완성하고, 이후 개헌 논의로 풍선효과가 이어진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한 직접민주주의의 취지를 오히려 역행하는 셈이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국민투표법’의 처리 시점과 정치 일정이 절묘히 포개졌다는 사실이다. 2026년 하반기 지방선거와 맞물려, 전국적 정치이슈 굴곡의 시발점이 될 공산이 크다. 정치권이 스스로 정략적 계산을 은폐하며 ‘국민 의사’ 운운했지만, 실제 국민 다수의 현실적 요구나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는 철저히 배제됐다. 부패의 토대는 절차적 정당성의 생략, 공론화 과정의 통제에서 싹트는 법. ‘법의 배열’이 독점적으로 바뀌는 순간, 그 이득은 다시 기득권에 집중된다. 행안위 통과로 개헌의 문이 열렸다는 식의 말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 정치권이 직접민주주의의 원칙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프레임 짓은 사건이다.

여당은 “법적 공백 해소”를, 야당은 “졸속 처리”를, 시민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운다. 그러나 핵심은 ‘투표 절차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있다. 기득권 구조를 재편하고자 하는 진정성 없는 개혁 시도는, 언제나 수정된 규칙 아래 또 다른 권력계층만을 생산해 왔다. ‘국회의 시간’은 끝났을지 몰라도, 진짜 국민의 시간은 이제 시작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행안위의 국민투표법 처리 과정은 법률의 탈을 쓴 ‘정치의 힘겨루기’이며, 권력구조 개편을 앞둔 탐욕이 숨은 그림자다. 개헌이 시작되기도 전에 ‘지배구조’는 이미 완성됐을지 모른다. 권력과 제도를 감시하는 일, 그 출발선 위에 독자와 사회가 서야 할 때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국회 행안위 국민투표법 단독 처리 — ‘개헌’의 진짜 서곡인가, 권력의 셈법인가”에 대한 6개의 생각

  • rabbit_American

    여당 또 이따위로 밀어붙이네 ㅋㅋ 국민 의견은 어따 버렸냐 ㅋㅋ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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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헌 한다니까 뭔가 대단한일처럼 포장하는데 결국 권력싸움임ㅋ 언제는 국민생각했다냐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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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 너무 빠른 거 아닌가요???😒 논의도 제대로 없이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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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관성 없는 정치에 감탄함…!! 국민투표법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겠나 싶고, 결국 ‘그들만의 리그’…길게 보면 피해는 국민 몫이지. 이젠 기대도 흥미도 안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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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nda_laudantium

    이런 게 바로 직접민주주의를 가장한 대표민주주의의 한계… 결국 룰은 강한 자가 만든다. 다음 번에도 다르지 않겠지요. 이 악순환, 누가 끊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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