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공원에 문을 연 무료 ‘공공 키즈카페’, 아이·부모 모두의 쉼터가 되다

하늘이 포근하게 내려앉은 겨울 오후, 부산시민공원의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부산시가 시민공원 내에 무료 ‘공공 키즈카페’를 정식 개관했다는 소식이 들리던 날, 첫 방문을 한 윤정아(38) 씨의 손에는 세 살배기 막내가 안겨 있었다. “공원 놀이터도 좋지만 겨울엔 추워서 나오기 망설였는데, 이렇게 무료로 아이랑 실내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정말 든든해요.” 지난 몇 년간 ‘워킹맘’들의 육아 부담은 끝이 없는 터널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보육비 부담, 실내 공간·돌봄서비스 부족, 값비싼 사설 키즈카페의 장벽이 현실이었다. 공공의 무게를 ‘돌봄’에 실었다는 이번 부산시의 시도가 시민 사회에 일으키는 파장도 결코 적지 않다.

키즈카페가 단순한 ‘놀이방’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허브’가 되는 풍경은 부산만의 것이 아니다. 실제로 서울, 울산, 대전, 거제 등 전국 주요 도시는 이미 ‘공공형 키즈카페’ 또는 ‘온종일 돌봄센터’ 사업을 꾸준히 확대 중이다. 특히 부산의 이번 사업은 ‘무료’라는 점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시에 따르면 이 카페는 별도의 예약 없이 누구나 방문할 수 있고, 미취학 아동이라면 누구나 입장 가능하다. 마을 엄마들이 만든 수제 장남감, 동화책, 미니 미끄럼틀 등 취향 맞춤 설치물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영상 시청 대신 또래 친구들과 직접 부대끼며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동네 엄마들의 반응이 인상적이다.

부산시민공원 공공 키즈카페의 또 다른 특징은 운영 체계에 있다. 시 소속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근무하며, 도우미 역시 정기적으로 순회해 청결·위생을 관리한다.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나, 단체(기관) 사전 신청도 가능해 소풍 혹은 그룹 활동에도 활용도가 높다. 접근성을 두고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가이드라인도 강화됐다. “공공성이란 결국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어야 하니까요.” 내 발로 직접 현장을 취재하며 만난 담당자의 말이다.

한편, 이 같은 ‘공공 돌봄 공간’이 실제 현장에서 겪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예산은 한정돼있고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평일 오후나 주말엔 이용자가 몰려 정작 쉴 수 없는 대기 줄이 늘기도 한다. 비슷한 공공 시설의 성공·실패 사례들을 보면, ‘깊이 있는 현장 보조 인력’ ‘이용 규칙 문화’ ‘신속한 시설관리’가 지속 가능성의 핵심인 것으로 드러난다. 부모들이 소통하며 자생적으로 규칙을 만들어가고, 시 당국은 안전·교통·소음 대책을 신속하게 보완하는 협치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공’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누구나 존중받고,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일상의 질서가 각자의 자리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제,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의 맑은 웃음, 처음 만난 엄마들이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커피 한 잔을 나누던 모습에 이 도시가 다시 따뜻해질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것은 키즈카페 한 군데의 개관 소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보육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 시대, 한 지방정부의 시도가 첫발이 될 수 있다면, 내년엔 더 많은 공원에서 더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작은 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도시, 그리고 아이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이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부산시민공원 안팎의 풍경이 조용히 말해준다. 부모의 잠깐 숨 돌릴 틈, 아이의 자유롭고 안전한 놀이, 그리고 모두가 평등하게 누리는 돌봄이 어우러지는 그 자리. 이곳의 따뜻한 겨울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김민재 ([email protected])

부산시민공원에 문을 연 무료 ‘공공 키즈카페’, 아이·부모 모두의 쉼터가 되다”에 대한 7개의 생각

  • 이런 정책 계속 확대됐음 좋겠어요. 부산 사는 입장에선 엄청 반갑네요~ 이모들도 애랑 갈 수 있을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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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료라 인원 몰릴텐데 안전관리 꼭 신경써야합니다. 아이들 사고는 한번에 일이 커짐. 좋은 의도 계속 살아남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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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료면 장비나 위생 계속 잘 유지돼야 할텐데…!! 결국은 민원대란 예상합니다만!! 취지 좋으니 잘 운영됐음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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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님들 줄 좀 서셔야 할듯!! ㅋㅋ ‘대기 2시간 컷’ 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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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앞으로 부산 공공키즈카페 대기줄 뉴스 나올듯. 그래도 부러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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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이런 게 퍼졌음 좋겠다!! 무료+공공 시설이면 꼭 유지 잘해야 함!! 관리 인력 부족해지면 바로 망함!! 부산시 제대로 답변 좀 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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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즈카페 생겼으면 내 아이 교육은 끝난건가요? 현실은 다른 부모 아이랑 싸우고 민원 쌓이고 관리 미흡… 그래도 없는 것보단 천배 낫지. 지방 중소도시도 좀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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