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전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수요 예능의 풍경을 다시 그리다
화요일 밤 지상파와 종편, 그리고 IPTV와 OTT 신규 예능이 맞붙는 ‘예능의 황금 시간대’에서 2026년 봄, tvN 새 예능 ‘무명전설’이 첫 방송부터 수요 예능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최근 공개된 시청률 자료에 따르면, ‘무명전설’은 동시간대 예능, 드라마, 뉴스 등 경쟁 프로그램들을 제치고 약 6.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예능 콘텐츠의 소비 방식이 빠르게 다변화되고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와중 단숨에 메이저 트렌드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더 주목받은 점은 참가자 상당수가 퇴사 또는 경력 단절을 겪은 일반인이란 점. 제작진은 ‘인생의 전환점에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무명 인생들에게 무대와 서사를 주자’는 의도를 바탕으로, 기존 스타 중심 서바이벌에서 벗어나 탈직장·경력단절·N잡러·비정규직 등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첫 회는 대기업 체험단 ‘퇴사자 A씨’, 10년차 알바생 ‘김OO’ 등 스스로를 ‘루저’라 칭한 11명의 참가자가 출연해, 각자가 감추고 싶어 했던 삶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즉각적인 호평이 이어졌는데, 익숙한 포맷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 경쟁과 ‘눈물 팔이’에 기대지 않은 진솔한 서사와 따뜻한 편집, 그리고 각각의 무명 인생이 자신의 서사를 통해 사회의 다양한 복합적 현실─구조적 퇴사, 불안정 노동 시장, 청년 체념, 인생 이직, N잡의 딜레마─을 자연스럽게 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었다. 출연진 눈높이에서 잡은 카메라의 시선이, 무심한 듯 잔잔히 이들의 ‘지금’을 담아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생각보다 내 주변에도 이런 전설이 많다’는 시청자 반응도 쏟아졌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김진수 PD는 전작 ‘유퀴즈’, ‘백패커’를 통해 각종 인물에 ‘서사의 온도’를 담는 내공을 이미 보여준 바 있다. 이번 ‘무명전설’의 경우, 방송 포맷의 주요 변주가 눈길을 끈다. 경쟁 사회를 날카롭게 비꼬는 ‘탈락자 없는 서바이벌’이라는 아이러니 속에, 오히려 사회적 소수자로 주목받기 힘든 이들이 무대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차가운 현실, 쌓여온 ‘을’의 서사, 그리고 익명의 커뮤니티가 품어준 연대의 온기가 매회 ‘무명’들의 이야기 구조로 긴장감을 더한다. OTT 예능의 ‘고삐 풀린 자본’과 인위적 감동 몰이에 식상해진 시청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애써 선 긋지 않는 인간미로 호소한다.
이처럼 무명의 존재감이 사회 곳곳에서 주목받는 현상은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제작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공중파-케이블-OTT를 가르는 계보 속에서 그동안 공감받기 어려웠던 비정형적 인물들이 주연인 ‘롭스터 캐스팅’ 방식이 주목받고, 기존 스타 의존적 예능의 소비 피로가 누적된 탓이다. 이에 각 방송사와 제작진은 감동과 웃음 대신, 일상의 언저리에서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감정과 고민을 깊이 파고들기를 시도한다. ‘무명전설’의 첫 방송은 그 실험의 정점이었다.
제작 과정에서도 현실감 확보를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을 일부 도입한 점, 참가자 사연을 시청자 사서함,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반영함으로써 시청자의 직접적인 의견이 프로그램 구성에 투영되는 점이 돋보인다. 경력 단절, 산업구조 변동, 중년의 재취업 고민 등 복합적 사회문제를 예능의 기획과 연출, 편집으로 풀어낸 시도이자, 엔터테인먼트와 리얼리티 간 경계 해체의 대표적 결과물이다.
이러한 분위기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한층 치열해진 노동 시장, 그리고 기성 예능이 소화하지 못했던 소외 이슈들이 대중 예능에 점차 스며드는 과정의 일부다. MZ세대의 가치관 다변화, 자기 삶의 내러티브를 직접 소비자와 동등하게 내놓으려는 경향이 반영된 면이 크다. 시청자들의 첫 반응 역시 ‘무명들을 위한 전설이 마침내 시작됐다’는 기대와 공감 한가운데 있었다. 동시에 연출 의도와 달리,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흐르거나, 실제 현실의 냉혹함을 미화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러한 문제점은 시청자와의 긴밀한 피드백 루프를 통해 앞으로의 시즌에서 더욱 깊이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무명전설’의 등장은 수요 예능 시장의 구도와 리얼리티-경연 예능의 진화, 그리고 시청자-참가자-제작진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서사 생태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퇴사, 직업불안, 서사의 평범함 자체가 하나의 ‘전설’이 되는 순간, 우리는 다시 ‘누구나 각자의 무명전설’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뜨거운 응원과 건강한 비판, 그리고 주연이 될 기회의 확장 속에서 앞으로 ‘무명전설’이 한국 예능 지형도를 어떻게 바꿀지 지켜볼 일이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조용히 울림 주는 예능 필요했음. 이런 포맷 계속 나왔으면 해요.
ㅋㅋ경쟁 없는 서바이벌? 약간 모순인듯. 그래도 기획 자체는 괜찮더라. 다음엔 좀 더 사회적인 주제도 파고들었으면~
이게 전설이면 세상에 평범한 사람 없는건가?ㅋㅋ 이젠 스타도 부족하니 퇴사자까지 예능에…참 별별시대다. 결국 자극 없이 힐링 코드 잔뜩 넣어서 시청률만 노렸겠지. 다음 시즌엔 또 뻔한 감동팔이 하겠네. 뭔가 새로움이란 게 점점 희석되는 기분임.
무명전설 포맷 신박한듯ㅋㅋ 경쟁은 지겹잖아. 근데 이런게 트렌드인지 걍 잠깐 유행인진 모르겠음.
동질감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청률 나온 거겠죠👍 실제로 별다를 것 없는 우리가 주연이 되는 예능, 의미는 참 좋은데 제작진이 진짜로 출연자 인생 변화에 책임까지 생각하는지 의문입니다❗ 너무 미화하지 않고 현실 고민까지 이어졌으면 해요❗
나이, 경력, 직장 다 떠나서 누구든 인생 2막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 자체는 맘에 들었음. 요즘 단물 빠진 예능 넘치는 와중에 뭔가 힐링 받고 싶을 땐 이런 게 딱임. 근데 화면 연출이 너무 느려서 조금 졸았던 건 사실. 다음 회부턴 단조로움만 극복하면 좋을 듯.
이거 보면 한편으론 씁쓸하다🤔 퇴사나 경력단절이 자연스러운 시대라는 게 현실이니까… 그래도 무명 인생에 초점 맞추는 시도 참신한 것 같긴 함.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분위기에 위로 받는 시청자 많을 듯🤔 시즌2에선 좀 더 다양한 사연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