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교과서와 제주 고문헌, 공공의 품으로 돌아오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이 개화기(開化期) 교과서와 제주도 지역 고문헌을 비롯한 희소 가치를 지닌 사료들을 공개 구입한 사실이 발표됐다. 올해 박물관 측은 총 27건, 53점에 이르는 자료를 공식 선정해 박물관 전시와 연구, 보존 사업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집된 자료 중에는 19세기 후반~20세기 초 근대적 교육의 흔적을 보여주는 개화기 교과서, 일제강점기 전후 제주 향토사(鄕土史)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문서, 한글로 적힌 민간생활 기록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재가 포함됐다. 특히 『신찬몽학지남(新纂蒙學指南)』, 『한성주보(漢城週報)』와 같은 희귀 간행물과, 제주지역 4.3사건 이전 민간 문서, 과거 시험에 쓰인 유서 등은 후대 교육과 생활, 시대상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점에서 학계와 현장의 큰 관심을 받는다.

공공박물관이 소장 사료의 문호를 넓히고 지역적, 시대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작업은 단순한 ‘수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사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박물관계의 보존 공공성 강화 요구와도 긴밀히 맞닿아 있다. 특히 개화기 교과서란 낱말은 한국 교육사에서 특별한 울림이 있다. 이 시기 한반도에는 학교제도의 도입, 근대적 교과과정 설계, 교육의 사회적 보편화가 시작됐다. 당시 교과서는 일본, 중국, 서구 문물과 접점이 될 뿐 아니라 식민지시기 이전 우리 지성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 매입한 실제 개화기 교과서는 대부분 개인 소장 또는 민간 경매를 전전하다 이번에야 비로소 공공기관 관리 체계에 편입됐다. 실제로 대표적 교과서인 ‘신찬몽학지남’은 학령기 아동의 눈높이에 맞춘 한글·한자병용 체계, 사고력 위주의 편집, 실용적 서술방식 등 근대교육 이념의 중요한 단면을 담고 있다.

이번에 확보된 제주 고문헌 역시, 지역성 측면에서 매우 의미 깊은 발견이다. 제주도가 겪은 고유한 역사적 굴곡, 4.3사건을 전후로 한 사회상, 지역민의 자생적 기록문화 등이 오롯이 반영된 채 전해진다는 점에서 전국 단위의 역사복원 사업에 귀중한 기초 자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과거 제주지역은 대규모 기록유실·파손, 텍스트에 대한 평가절하 등 기록보존 취약지대로 꼽혔다. 그 결과 현존 제주 고문헌의 상당수는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중앙에 유출되거나 미등록 상태에 머물렀다. 이번 공개 매입은 그동안 제기돼온 지역민 중심의 기록복원 운동—일종의 ‘돌려받기’ 요구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이미 전국 각지 주요 지방 도시도 1990년대 후반 이후 지역 학계, 시민단체 주도로 고문서를 발굴해 박물관 및 기록관으로 환수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박물관계에서는 전국적 고문헌·사료 매입이 해마다 확장되는 흐름을 타고 있다.

오늘날의 교과서와 생활 기록 문헌은 디지털화와 대중적 관심의 확대로 인해 보존·연구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종이책과 실제 자료를 직접 만질 기회가 줄어드는 시대, ‘콘텐츠 자원화’나 가상현실 역사체험 같은 교육적 활용은 자료 원본의 소장과 연구를 새로운 각도에서 강조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공적 구입’ 방안을 통해 희귀 사료를 확보한 과정은 기존의 전문가 위주 정보 유통·소장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매입 대상 선정의 투명성, 진위여부 검증, 지역사회 참여 확대 등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을 거듭 지적한다.

이를 위해 최근 박물관계는 공개 공모·자문회의를 의무화하고, 중요 문헌의 경우 현지 답사·심층조사·현장 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적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소장 자료는 전시 이외에 디지털 복원, 대중 해설,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같은 복합적 활용까지 아우를 때 그 사회적 가치가 본격화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 자료 공개 구입 절차에 제주지역 인사, 개화기 교육사 연구자, 기록전문가 등이 폭넓게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관리자 중심의 ‘주먹구구’식 매입을 넘어서서 사회 각계 공감과 신뢰 기반의 문화행정 변화 추세를 시사한다.

공개 구입 자료의 향후 활용 방안에도 주목이 쏠린다. 박물관은 별도 특별전, 민족사 교육 주간, 온라인 공개 해제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태로 대중과 만날 계획을 발표했다. 일례로 개화기 교과서는 아이들에게 ‘내가 쓰던 교과서의 원형’을 보여주는 교육의 장으로, 제주 고문헌은 지역 청소년을 위한 스토리텔링 역사 자료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다양한 디지털 기법을 접목해 확대 공개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상생활과 교육, 지역사회 문화정체성 회복을 위한 꾸준한 성찰의 결과로 읽힌다. 박물관 사료 환수와 연구의 지속성, 지역자료의 공공 환원성·투명성 논의와 함께, 현장에 직접 발을 딛는 시민, 연구자, 기록관리자들의 상호 신뢰와 교류 확대가 필수적 요소로 남는다. 이번 사례는 우리 사회가 과거를 단순히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적극적으로 ‘삶의 자원’으로 삼으려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박물관의 공개 구입 사업이 사회적 공유가치를 꾸준히 높여가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개화기 교과서와 제주 고문헌, 공공의 품으로 돌아오다”에 대한 7개의 생각

  • 역사가 살아있는 듯ㅋㅋ 박물관=인싸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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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과서랑 옛날 고문헌같은 게 박물관에 들어간다니 진짜 의의 있네요ㅎㅎ 어릴 때 배운 내용 실제 원본을 볼 수 있다면 교육적으로 큰 체험될듯요😂 ㅋㅋ 예전에 국사시간에 배운 제주 4.3 관련도 실제 자료로 보는 것과 책만 보는게 천지차이인데 이런 부분 더 확장됐음좋겠네요! 👏👏 역사라는 것도 결국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홍보도 많이 해주시면 ㅋㅋ 더 많은 사람들 찾아올 것 같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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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이런 자료 진짜 귀하죠! 🤔 박물관 전시 기대해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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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힝 저도 과거 교과서 한번 만져보고 싶어요ㅋㅋ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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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야 이렇게 한다고? 지금까지 뭐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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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역사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네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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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공개와 관리 투명성 강조는 좋지만 실제로 구입 과정이 100% 공개되고 검증되는지 의문이에요… 우리나라는 종종 킬로그램당 자료값 매기는 문제랄지, 매입 추진 위원 누구누구였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신뢰도가 낮아요. 박물관계 전체적으로 시민 감시, 전문가 자문, 공개 심의 등 여러 가지 견제장치를 법제화해야 앞으로도 이런 이슈 안나올듯. 현장 답사, 지역 전문가 관여 늘려야. 눈에 보이는 변화 좀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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