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기, 대구의 학교에 스며드는 따뜻한 식문화 혁신
오전 여덟 시 문을 연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 쌉쌀한 아침공기를 가르는 첫 번째 풍경은 바로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지역 농민이 함께 모여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는 모습이다. 대구농협과 대구시교육청이 손잡고, 전통 식문화를 학교 현장에 직접 들여오는 ‘장 담그기 프로젝트’가 올해 초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그저 전통을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점차 서구화되는 아이들의 입맛과 불규칙한 식습관을 바로잡고, 건강과 공동체의 의미를 맞닿게 한다는 점에서 그 특별함이 크다.
최근 5년 사이 우리 아이들의 식사는 어느새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로 점철돼왔다. 아침을 거르거나, 끼니를 가볍게 넘기고, 학교 매점 간편식에 의존하는 게 흔한 일상이 된 것이다. 현장의 교사들도 이런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다. 김지은 교사는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거나, 오후가 되면 금방 지치는 아이들이 늘었다. 한 번은 도시락에 콜라만 챙겨온 아이가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대구농협의 박성호 본부장은 “우리 먹거리는 밥상이 전하는 정(情)이 핵심”이라며 “이 사업이 단순 체험에 그치지 않고, 식습관 개선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만 해도 20개 초·중교에서 1천 명 넘는 학생이 장을 손수 담그는 체험을 했다. 소금, 메주, 고추가루, 콩이 각자 손에 쥐어진다. 고사리손으로 재료를 비비고, 서로 간을 맞추며 떠드는 모습 속엔 작은 공동체가 자란다. 옆집 김아영 할머니처럼 오래된 손맛을 잇는 지역 봉사단도 함께한다. 아이들은 처음엔 냄새가 세다고 놀라지만, 점차 바닥에 깔려 있는 된장의 고소한 향과, 시간이 지날수록 콩이 익어가는 오묘한 변화를 즐기게 된다. “이렇게 직접 만든 거 먹으면, 라면보다 훨씬 맛있어요!” 남산초 4학년 손지원 어린이가 환하게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슬로푸드, 파머십 등 식품 교육이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EU 대부분 국가가 초등생 대상 식생활 교육에 국가 차원의 예산을 들이고 있다. “식사는 곧 문화다”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덕분이다. 국내에서도 지자체 단위 ‘로컬푸드 학교급식’처럼 먹거리가 사람을 살리고, 지역을 되살리는 시도가 이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인스턴트 문화, 미디어의 자극적 광고,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리듬이 심각한 문제로 남는다. 농림축산식품부 2025 식품트렌드 보고서에 의하면, 12세 이하 아동 10명 중 4명이 “된장국보다 햄버거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누군가는 ‘전통 식문화 체험’이 학습효과가 적다며 시큰둥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은 작지만 강한 변화를 만들고 있다. 1학기 내내 식사시간마다 직접 담근 장을 넣은 국과 반찬이 올라오자, 튀김이나 가공식에 손이 덜 가고, 식사 속도도 느려졌다는 후문이다. 아이들은 교정 한 켠에 길게 말린 고추와 메주를 돌보며 점심을 더 기다리게 됐다.
장 담그기 프로젝트 뒤에는 ‘함께함’의 가치가 있다. 그냥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만든다. 아이는 자신의 손맛에 자긍심을 갖고, 가족의 식탁에 배려와 존중을 채운다. 학교도 더 이상 지식만 쌓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에서 몸과 마음이 함께 자라는 장소가 된다. 한 아이는 수첩에 “할머니랑 집에서 해보고 싶다”는 짧은 글을 남겼다. 농협 담당자는 “좋은 식재료를 접하고, 고된 과정을 함께 견딘 아이들이 순수한 성취감을 얻는 모습이 참 특별했다”고 말했다. 교사는 부모와의 소통도 좋아졌다고 한다. “가정에 전통장 레시피를 공유해 드렸을 때, 부모님들이 직접 메주를 사오고, 짧은 메모로 소감을 전해주는 일이 잦아졌어요.”
누군가는 이렇게 부드러운 변화가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지, 실효성을 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 번 마음을 열고 아이들이 손에 장을 묻히게 한다면, 식탁 위 평범한 된장국 한 그릇이 백 마디 교육보다 오래 남을 수 있다. 마침 대구시도 2026년 지역농산물 활용 교육 확대, 영양사·지역 전문가 연계 등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함께 담그는 식탁’이 도시에도 뿌리내릴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조용히, 꾸준히, 세대를 잇는 밥상에서 오늘 우리는 건강한 미래의 단초를 본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의미있는 활동 같아요… 우리 지역도 하길!
어쩌라고ㅋㅋ 장 담가도 맥날 끊을까?🤔🤷♂️
장 담그기가 교육 혁신이 되는 현실. ‘먹거리’ 교육도 물론 중요한데, 사회가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듭니다. 학생, 교사, 지역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건 아름답죠. 한편 실제로 식습관이 얼마나 개선되는 걸까요? 지속 데이터도 필요해 보입니다.
장담그면 갑자기 건강해짐? 너무 단순 발상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