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밖으로 번진 K-POP 열기, 서울 속을 걷다

봄밤이 유난히 짙은 서울 강동구의 거리 위, 낯선 이국어와 익숙한 노랫소리가 교차한다. 몇 해 전에 비해 작은 공연장 하나도 전 세계 팬들의 ‘성지(聖地)’가 되었고, 팬들은 이제 공연 티켓 한 장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를 기억하고자 한다. 최근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K-POP 성지 도보투어’가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공연을 본 후, 서울 골목 사이를 걷는 이 특별한 여정은 단순한 팬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웅장한 올림픽공원 앞, 너른 보라색 깃발 아래서 시작되는 도보투어에는 이름 모를 팬들이 모여, 자신만의 ‘덕질’을 기록하고, 사진을 남긴다. 이곳에는 아이돌이 지나간 발자취,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 사인회와 버스킹의 흔적이 자리하고, 비슷한 관심사로 이어진 세계 각지의 이방인들이 언어의 장벽 없이 꿈을 공유한다.

투어 기획자들은 대규모 콘서트 일정에 맞춰 각종 발자취 지도와 테마 코스를 짜고, 공연장·연습실·카페·관련 전시관을 이음새로 엮는다. 가을이면 성수동의 개성 강한 카페, 겨울이면 북촌 한옥 골목의 감성이 그 여정에 더해진다. 202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폭증한 한류 열기는 이제 서울의 공간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했다. 여행객 중 절반 이상이 BTS, 뉴진스, 세븐틴 같은 아티스트의 발자취 코스를 직접 찾아나선다. 헤드셋을 낀 채 무표정하게 걷던 외국 팬들은 길 하나 건너면 울먹이며 “여기가 바로 XX의 데뷔 스팟이야!” 환호하고, 뒷골목 작은 컵케이크 가게 앞에서 사진을 남긴다.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 속엔 서울의 새로운 관광 이미지, 즉 ‘덕질의 공간화’가 촘촘히 짜여 있다.

도보투어는 항상 무언가를 발견하는 작은 이벤트이다. 한류 박물관, Mnet 스튜디오 옆 골목, BTS 소속사 건물 주위엔 늘 활기를 감돈다. 팬들은 공연장의 여운을 좇아 주변 술집과 맛집, 포토존을 공유하고, 생소한 메뉴의 카페에서 한국 스타일 디저트를 체험한다. 때론 비 내리는 한밤에도 투어는 이어지곤 한다. 스타의 브로마이드가 벽에 붙은 평범한 분식집, 익선동 골목의 소박한 포스터, 홍대 인근의 레코드샵, 아이돌 전시가 열리는 레트로 카페…. K-POP의 현재는 단순 소비를 넘어 ‘도시 경험’이 되었다. 실제로, 다양한 여행 플랫폼에서 투어 예약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주요 공연 일정이 뜨는 주말마다 서울 시내 ‘도보 인증샷’이 SNS 피드를 가득 채운다.

이 변화에는 공간을 섬세하게 읽는 팬들의 노력이 있다. 단순히 유적지 관광이 아니라, 팬들은 평범한 일상 공간 안에서 누군가의 특별한 순간을 발견한다. 길가 화단 옆에 놓인 작은 사인, 오래된 스튜디오의 문패처럼, 의미를 쌓아가는 이 과정이야말로 서울이 K-POP 팬들에게 ‘성지’로 남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음악이 말없는 여행길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그리고 서울은, 새벽에도 해가 저무는 저녁에도 여전히 새로운 명소를 품는다.

코로나19로 멈췄던 글로벌 팬들의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지난해 겨울부터 특히 해외 관광객 비중이 늘었고, K-스타와 맞닿았던 공간들은 더이상 선택받은 일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일상의 풍경으로 자리한다. 여러 여행 업계 전문가들은 K-POP 성지 투어가 앞으로도 서울 관광의 대표 상품으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본다. 시청각 감동을 개개인의 추억으로 바꿔주는 이 투어의 진짜 매력은, 누군가에겐 꿈의 장면, 누군가에겐 오래된 기억, 그리고 모두에게 서울 그 자체로 남는다는 데 있다.

공연 하나를 계기로 시작한 여행이, 그렇게 서울의 새로운 매력과 만난다. 빽빽한 도심 안 골목길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모두의 추억으로 다가오고, 팬들에게 서울의 거리는 하나의 거대한 스테이지다. 한편으론 이 열기가 단순 소비에 머물지 않고, 지역문화와 도시 공동체에 긍정적인 파문을 남길 수 있길 기대하게 된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공연장 밖으로 번진 K-POP 열기, 서울 속을 걷다”에 대한 7개의 생각

  • 덕후도 힘내라 ㅋㅋ 내 체력으론 도보투어 무리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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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골목골목에 아이돌 흔적 남았다는 거면… 이제 나도 성지 순례 하다 장인어른 댁 찾을 판… 참 신선하긴 하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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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덕질 경제 돌아가는 거지 뭐. 누가 보면 성지순례 아닌 사람 없겠다;; 서울만 너무 떠받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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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만한데 어디 코스가 제일 핫함? 레코드샵도 좋고 팬카페 존도 정보점 p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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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진짜 굳이봄에 성지순례라니ㅋㅋ 다음은 K-드라마 도보투어 나오겠네… 우리 동네 조용히 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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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투어가 진짜 의미 있으려면 팬들이 그 공간을 존중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음… 덕질도 매너 지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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