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차’의 그늘, 잘못된 믿음이 부른 독성 위험의 실체

1990년대 초, 어린 손을 잡고 산책 나온 어머니와 공원 벤치에 앉아 국화차 한 모금을 마시던 이웃 어르신이 떠오른다. 그분은 “늘 자연이 약”이라며 직접 딴 부처손 차를 자랑스럽게 건네주었다. 세월이 흘러, 여전히 건강과 자연에 대한 순수한 신뢰는 우리 일상 곳곳에 남아 있다. 최근 건강 ‘기능성’에 기대어 판매되는 각종 자연 차가 다시금 인기다. 하지만 이 건강 붐의 이면에서, 이름 모를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 서울시에서는 부처손, 애기똥풀, 어성초 등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 유래 식물’을 원재료로 한 건강 차와 관련해 섭취 후 복통, 구토, 심지어 간 기능 이상 등 중독 증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민간요법이나 인터넷에서 입소문 난 건강 차의 경우 과다·상시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공공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기사의 초점은 한순간의 쉼표, 작은 힐링이 일상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 잠복한 위험을 간과하는 사회 인식과 제도에 맞춰져 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면 그 위험은 피부에 와 닿는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이지영(가명·56)씨는 건강한 피부와 면역력 개선을 위해 한 달 가까이 부처손 차를 매일 마시다, 극심한 복통과 어지러움으로 병원 응급실 신세를 졌다. 담당의는 ‘부처손 추출물의 독성 반응’이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비슷한 시기, 애기똥풀 차를 맹신하던 60대 김철수(가명)씨는 간 기능 수치 상승과 구토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신문 보도도 있었다. 이런 일이 주변에 늘고 있지만, 유통 과정에서는 별다른 안전성 검증 절차나 안내문구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일상의 소소한 건강 차 한 잔이 누군가에게는 치료와 힐링, 또 누군가에겐 중독과 불안이라는 양날의 칼이 된 셈이다. 온라인 도매상과 일부 오프라인 건강식품점은 ‘천연’, ‘민간요법’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워 신뢰를 얻고 있지만, 공식적인 의학 연구와는 동떨어진 채, 소비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마시는지 명확히 모르는 현실이다. 소비자들 간 입소문과 개인 유튜브, SNS가 그 허술한 경계를 더욱 흐리게 만든다.

이 문제는 단순히 개개인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자연 재료=안전하다는 믿음’ 자체가 오랜 세월 우리 사회에 내재화됐다. 예로부터 할머니의 부엌에서는 늘 쑥, 더덕, 오가피 등 자연 식재료로 병을 다스렸고, ‘약이 사람이다’라는 무언의 신뢰가 구축됐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유통되는 건강 차는 생산-수입-제조-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이 공개적이지 않다. 정부의 식품위생법상 탕, 달임, 찻잎류 등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자연 차 판매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관련법 개정, 원재료 정보 표시, 부작용 신고 체계 정비, 판매자 교육 등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전문가들도 지적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임소영 교수는 “우리 몸이 식물에 내성을 가지려면 오랜 시간 훈련이 필요한데, 자연 식물의 독성은 종종 축적·폭발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인터넷 후기만 믿고 섭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애기똥풀에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함유돼 간 독성 위험이 높고, 부처손 역시 생식·추출과정에 따라 독성 농도가 수배로 치솟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67%는 “원재료의 정확한 효능, 부작용 정보를 모른 채 구입했다”고 답했다.

‘조금만 알아보고, 조심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씁쓸한 후회가 나오는 지점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모두가 건강을 원하지만, 건강 앞에선 누구도 예외 없는 ‘초보자’가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나 이웃의 작은 병을 위해 기댔던 자연의 힘이 때론 의도하지 않은 상처로 남기도 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핵심 안내와 위험고지, 책임 소재는 흐려졌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곧 공동체와 제도의 책무다.

아버지의 소박한 꽃차 한 잔을 떠올리며, 오늘 다시 묻는다. 나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마시는가? 건강 역시 누군가의 사랑과 작은 움직임, 그리고 사회의 꼼꼼한 보호 위에 싹트는 것임을, 우리 모두 잊지 않았으면 한다. ‘건강 차’ 한 잔의 믿음도 믿음이지만, 그 믿음은 서로의 삶과 행복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미루어야만 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건강 차’의 그늘, 잘못된 믿음이 부른 독성 위험의 실체”에 대한 2개의 생각

  • 건강에 좋다면서 이런 심각한 부작용을 아무도 몰랐다는 게 더 놀랍네요.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식물들이 이렇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현실이 참 씁쓸합니다. 앞으로 이런 정보는 더 널리 알려져야 하겠어요. 아무리 자연산, 전통 요법이라고 해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시대는 끝났으면. 안전성 검증이나 부작용 안내 제대로 안 하면 그냥 판매금지까지 가야 하는 거 아닐지… 진짜 건강은 지식에서 출발한다는 걸 다시 느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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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건강식품 광고 규제부터 제대로 해야 됨. 성분공개, 정확한 표기 의무화 안 시키면 이런 사고 반복임. 결국 소비자가 피해보는게 현실이라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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