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 온기와 결핍 사이에서 몸을 세우는 법
어른이 된다는 건 정확히 무엇일까. 2026년 4월의 숨결 사이사이 들려오는 질문 같다.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이란 제목이 크리스털 잔처럼 조용히 흔들리는 오늘, 우리는 이 평범하지만 심오한 의문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본다. 이 책은 어른이란 단단해지는 일이 아니라, 혹은 세상의 무게 속에 자신을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여전히 따뜻함을 품고, 누군가의 언어와 손길에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존재임을 말한다.
어릴 적 우리가 꿈꾸던 어른은 흔히 키가 크고 어엿한 길을 걷는 ‘어른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회는 냉정하고, 일상은 조급하고, 인간관계의 표면은 점점 미끄러워져 난데없이 차가운 현실만 남겨지곤 한다. 그런 현실에서 다정함을 유지하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이 책 속 저자는 타인의 고단함에 눈을 감지 않고, 자신의 결핍과 약함을 편안하게 드러내며, 세상에 온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어른’이 되어간다.
“다정하다는 것, 쉬운 듯 어렵고, 당연한 듯 어색해지는 시대”라는 구절은 오늘의 우리 사회를 그윽하게 비춘다. 가령 ‘배려’라는 말이 어느새 무겁고, 때로는 허울만 남아 위로로 포장되는 현상에 대한 공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하지만 이 책은 다정함이 결코 연약함의 동의어가 아니라고, 오히려 묵묵히 견디고 사람을 안아줄 수 있는 용기임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아픔을 가진 존재일수록 누구보다도 다정할 수 있다는 역설, 그게 저자의 메시지인지 모른다.
요즘 세상은 자기결정, 효율, 빠른 변화에 몰입하고 있다. 타인의 내면엔 특별히 신경 쓸 여유도, 이유도 없는 얼굴들이 많은 시대다. 하지만 저자는 소박한 기록과 일상적 에피소드로 불완전한 인간들이 서로 다정할 수밖에 없는 감정의 구석을 꺼내 놓는다. 퇴근길에 만난 낯선 사람, 바쁜 와중에 건네던 짧은 인사, 조용한 오후 커피잔가에서 지나가는 아이의 웃음… 이 작은 숨결들이 어른의 진짜 얼굴임을 상기시킨다.
여러 가지 최근 비슷한 에세이의 흐름을 보면 ‘회복탄력성’, ‘감정노동의 무게’, ‘n포 세대의 고립감’ 등이 유행 키워드다. 이 책은 이 현상과 맞물려, 진짜 어른이란 무엇을 성취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에 다정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말한다. 비교적 평이한 묘사 속에 번뜩이는 감정의 그림자가 스며있다. 이따금 아주 서글픈 사건을 조용히 암시하는 대목에선, 우리가 어릴 때부터 기다려온 어른은 실은 ‘결핍을 인정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람’임을 고백한다.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작은 연민’과 ‘작은 용기’를 반복해서 강조한다. 내가 흔들릴 때 나를 묵묵히 안아주는 말, 또는 내 앞에서 스르르 허물을 벗어 보이는 친구의 모습. 여기엔 정다인 기자 특유의 감성적이고 스토리 있는 서술 방식이 잘 어우러진다. 감정선의 농밀함, 작은 행동의 윤곽에 비치는 마음의 파동, 그리고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미성(未成)의 상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문장이 돋보인다. 읽다 보면 ‘잘 큰 어른’이 아니라 ‘더 다정한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낡지만 새로운 다짐이 샘솟는다.
최근 들어 SNS, 휴대폰, 빠른 소비와 단절의 가속화 속에서 우리 일상은 무미건조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다정함’이라는 감정이 과연 2026년에도 유효한 가치일까? 여기서 저자는 답을 내리기보다 질문을 던진다. 다정해지려 애쓰기보다, 결핍을 마주하고, 온전한 공감 안에 자기를 맡기자는 권유다. ‘분주한데도 반드시 한두 사람은 지키고 싶은 대상이 있다’는 이 책의 고백 앞에, 스스로의 어른다움을 다시 묻게 된다.
책은 독자 각자의 어릴 적 상처와, 지금의 바쁜 현실, 미처 성숙하지 못한 감정의 단면을 뚜렷하게 건드린다. 그리고 어른의 품이란 반드시 넓고 단단할 필요 없이, 불완전함을 아끼고, 고단한 이들에게 편히 기댈 자리를 내어주는 마음의 거처라는, 매우 섬세한 시선을 보여준다. 가령,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인의 한숨, 소소한 위로, 가끔은 의도치 않은 오해. 모두가 서로 결핍을 안은 채 마주보는 풍경에서, 진짜 ‘어른’이란 친구를 내 안에 보듬는 일임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결국 이 책은 우리 각자에게 ‘다정함을 선택하라’고 선동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기 이해와 감정의 농도, 그리고 연민의 미학이 어른이라는 여정 위에 작은 등불임을 알려준다. 요란하지 않은 회복, 은유처럼 잔잔히 이어지는 연대, 세계에 아직 남아 있는 사랑의 기억, 그 모두가 이 책 한 권에 조심스레 묻어난다. 읽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 ‘나는 어떤 어른이고 싶은가’를 묻고 싶어질 것이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다정한 어른? 현실은 카프카식 지옥인데ㅋㅋ 요새 이런 말 들으면 진심 어이없음. 근데 나도 가끔 친절하고 싶은데, 겉으론 다들 쌀쌀맞아져서 눈치만 보게됨. 우리 어른들은 스스로 돌봄도 못 하고 남한테 기대기도 쉽지 않은 시대라니 아이러니 웃기다 ㅋㅋ 그나저나 이 책 추천해준 기자님 감성충만하시네요. 나도 한 번 읽어볼까 싶은데…결국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뿐;;
다정함…요즘엔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죠. 그래도 이렇게 누군가 이야기로써 따뜻함을 잊지 말자고 말해주니 위로가 되네요😊 다정한 어른이 돼보고 싶은데 쉽지 않은世上.. 우리 같이 힘내요!
다정? 이젠 안통함!! 현실에서 누가 그렇게 살아남ㅋ
…다정함이란 단어를 진짜 어른의 미덕으로 보는 시선이 의외로 참 신선하네요. 보통은 성과나 성공을 강조하는 풍조와 달리, 이 책과 기자님 서평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 온기에 집중한 게 마음에 들어요.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이렇게 감정의 결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시도가 더 값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현대사회, 특히 디지털 시대의 고립감은 갈수록 커지는데, 나와 타인의 결핍과 연민이 서로를 어루만지는 경험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해요. 긴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