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회 현대문학상, 감각의 시대를 건너는 세 작가의 이름

걸음을 재촉하던 봄길에 한 페이지의 바람이 불어온다. 올해도 현대문학상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 곁에 돌아왔다. 제67회를 맞이한 현대문학상은 정소현(소설), 이제니(시), 박혜진(평론)을 선정했다. 문단에서는 오래전부터 ‘문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묻던 수많은 밤들이 있었다. 그 질문에 올해 수상작들이 던진 답변은, 격변하는 일상의 미세한 틈과 흔들림에 온전히 귀 기울여야 한다는 신신당부처럼 들린다.

정소현은 늘 그렇듯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틈마저 감정의 소묘로 채워간다. 그의 ‘태도’에서는 모든 단서가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한 파동을 일으킨다. 실제 일상 속 실감나는 인물들이 집요하면서도 절제된 서사 안에서 내면의 진동으로 독자의 심장을 적신다. 남루한 현실 앞에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와, 모진 시간을 끌어안듯 꾹꾹 눌러쓴 문장들은 얼핏 무심한 듯 깊은 애정이 응축되어 있다. 세상이 급히 흘러갈 때 놓치는 것들, 그 사이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희미한 감정의 결을 정소현은 순수하게 복원해내었다.

이제니의 시는 ‘울림’ 그 자체다. 시인은 언어와 감각 사이, 고요한 숨결과 차오르는 떨림 사이에서 빛을 꼬아낸다. 올해 수상작들은 특별히 소리와 빛, 시간의 은유가 정교하다. 침묵을 품는 시구, 덜 완성된 문장 사이의 여백, 그리고 문득 터지는 감각의 파편들은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호수처럼 일렁인다. 현대라는 어수선한 공간에서, 이제니는 변두리 풍경처럼 스스로를 숨기는 듯하다. 그러나 그 침묵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감각과 언어,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를 품고 있다. 사회와 인간, 소외와 연민의 ‘쉼표’를 찾아 읽은 자만이 그 울림을 끝끝내 받아낸다.

박혜진의 평론은 일종의 나침반이다. 출렁이는 한국 문학 현장의 사회적 맥락, 젊은 세대 작가들의 감각 변화, 늘어가는 정체불명의 외로움을 예리하게 포착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박혜진은 문학의 존재 이유와 독자들과의 긴밀한 연결이야말로 지금의 한국 문학이 가야 할 길임을 촘촘하게 짚는다.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시선, 고요한데 깊은 깨달음을 선사하는 그의 평론은, 홀로이 길을 걷는 독자에게 등불 하나를 쥐여주는 듯하다.

감각의 시대다. 이야기가 넘쳐나고, 언어가 범람하며,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무채색으로 바랜다. 현대문학상 67년 역사는 한국 문학이 담아온 삶의 궤적이기도 하다. 그 긴 여정에서 올해의 수상자들은 격변하는 현실, 지친 일상, 그리고 쉽게 내다버려지는 감정 모두에게 시선을 나누었다. 정소현, 이제니, 박혜진, 세 명의 작가는 누구보다 온몸으로 시대의 결을 막아서며, 흔들리는 ‘지금’의 인간을 이야기한다.

책 한 권이 건네는 힘은 때때로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수상자들은 문학이 ‘무엇을’이 아닌, ‘얼마나’ 살아낼 수 있는지, 그 온도와 두께로 증명했다. 자신만의 언어와 감각으로 시대의 고독을 껴안고, 그 안에서 희망 아닌 희망의 여백을 만들었다. 올해의 현대문학상은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하게 꿈틀거린다.

인생의 슬픔도, 기쁨도, 결국은 페이지 하나 위에 적히는 일이 아닐까. 오늘 세 작가의 이름을 책 위에 새겨 둔다. 먼 훗날 이 봄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까. 아마, 잊혀질 틈이 없도록 단단히 묶인 한 줄의 문장처럼.

— 정다인 ([email protected])

제67회 현대문학상, 감각의 시대를 건너는 세 작가의 이름”에 대한 3개의 생각

  • 그래봤자 문학상…!! 누가 올해 작품 제대로 읽어보긴 할까 의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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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이런 뉴스 너무 좋아요ㅎㅎ 책 얘기 괜히 뭔가 설렘이잖아요!! 수상하신 분들 축하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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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현대문학상!! 이번엔 진짜 쟁쟁한 분들이네요🤔 축하합니다! 근데 솔직히 요새 사람들 책보다 유튜브 더 많이 보죠ㅋㅋ 세상이 변했다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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