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무대 위의 시간과 수상자의 얼굴들

카메라가 천천히 서울 신촌로를 훑는다. 5월 저녁, 이화여자대학교 음악관 공연장 복도에는 긴장으로 굳은 얼굴들이 지나간다. 무대 뒤, 부드럽게 닫히는 나무 문 너머로 와닿는 피아노의 첫 음은 대회의 중압감보다 더 또렷하게 청중석을 적셨다. 올해 75회를 맞이한 이화경향음악콩쿠르는 한국 젊은 음악도들의 오랜 꿈이자 등용문. 객석 바깥에선 부모와 친구들이 소리를 죽여 무대를 지켜봤고, 신문사 취재진과 심사위원들은 등나무 그늘 아래서 오랜 시간 담금질된 기대와 걱정이 엇갈리는 표정으로 하나하나를 기록했다.

무대에 올라서는 각 부문 예선 진출자들의 시선에서 객석 너머 무명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바이올린부터 성악, 피아노, 첼로에 이르는 주요 부문마다 단단한 연주가 이어졌고, 심사위원들의 손길은 악보 한 귀퉁이조차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클라이막스는 주니어부터 시니어까지 숨가쁜 경합을 펼친 결선 연주회다. 잠깐 무대가 멈췄다. 숨을 고르는 이들 사이로 지난 역대 동문들의 얼굴이 스크린에 비춘다. 지난해의 우승자, 그 전해의 심사평, 그리고 매해 달라지는 연주 스타일. 연주자와 악기가 맞닿는 찰나는 곡의 미세한 표현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현장임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2026년 수상자 발표의 순간, 장내 조명은 디지털 타이머와 함께 공연장 중앙에 집중되었다. 올해 피아노 부문 1위의 김시아, 바이올린 부문 대상 박가람, 첼로 금상 송수민, 성악서 특별상을 받은 김현우 등 주요 수상자들의 얼굴이 한데 모였다. 카메라는 숨가쁘게 동선을 따라 움직이고, 수상자 부모들의 미소와 뜨거운 박수가 한데 섞인다. 한편, 국제 대회 진출권 획득과 장학금 부여, 그리고 음악계 선배들의 즉석 격려 연설까지, 대회는 긍정적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잔치의 결을 완성했다. 본부석을 중심으로 방송용·취재용 카메라 셔터음이 잦아든다. 기자로서 내 렌즈에 담긴 건, 단순 숫자가 아닌 청년 음악가 각각의 삶의 온도다. 무대 위에서 받은 질문과 시선, 마이크를 건넨 순간, 이들의 손끝이 전하는 떨림과 감정까지 기록되고 있다.

이화경향음악콩쿠르 수상자 명단은 당일 저녁 온라인에 일제히 뜨거운 환호 속에서 공개됐다. 있지만 매회 반복되는 선정 과정에 대한 날선 질문들도 되풀이된다. 이번 대회 역시 기존 명문 예고/음대 수상자 쏠림, 심사 점수의 투명성, 젠더/지역비율 우려, 심사위원 풀의 신뢰성 등 현장 취재진이 던지는 의문이 적지 않았다. 특히 현장에 동행한 학부모들과 논의한 결과, “공정성”이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현장을 뜨겁게 하는 토픽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무대가 부담이자 기회라는 점, 그리고 콩쿠르를 거쳐간 이름들이 국내외 음악계에서 적지 않은 자취를 남겼다는 사실은 현장 질서의 또다른 한 면임을 입증한다. “경향”출신 선배들의 직접적 멘토링, TOP3 수상자 해외활동 지원, 새로운 미디어·영상 부문의 시상 등 대회의 변화와 시도가 올해는 두드러져 보였다. 결선장 구석에서 표정관리 중인 주최 측 실무자의 한마디, “여기서 데뷔하는 아이들이 이제는 글로벌 무대로 간다”는 말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국 클래식계의 담장은 분명 낮아지고 있다. 영상 기록자가 불을 끄고 나올 때, 빈 무대 위엔 새하얀 팩시밀리 악보만이 남아있었다. 현장은 치열했고, 연주자들마다의 이야기와 가족의 박수, 동료 음악인들의 진심 어린 환호가 각자의 빛을 냈다. 올해 이화경향음악콩쿠르는 단순한 수상자 명단 넘어, 무대 미학과 역사, 그리고 한국 젊은 음악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그 궤적을 선명하게 비추는 장이었다.

수상자들의 이름 위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한 세대의 음악과 그 가능성, 그리고 남겨진 질문까지 고스란히 남겼다. 그래서 이곳에선 결과 이상으로, 준비와 도전의 시간, 그리고 현장의 모든 ‘소리’와 ‘침묵’이 여전히 숨을 쉰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제75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무대 위의 시간과 수상자의 얼굴들”에 대한 9개의 생각

  • 수상자 이름 들으니 난 그냥 리코더나 불러야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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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옛날에 콩쿠르 나가봤는데 저 공기 알지. 근데 심사위원 구성 좀 바꿔봐라, 진심. 맨날 멤버 비슷비슷하던데 이럴 거면 의미 있냐? 그리고 매번 비슷한 학교 출신만 수상하니까 신선함도 없고. 그냥 음악판 구조가 이래요~ 하고 끝일 듯 한데, 이걸 바꿀 방법이 있긴 하냐, 진짜. 심사기준 투명공개라도 좀 하지, 공정성만 외치는 것도 한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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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쿠르 현장에선 늘 긴장감이 흐르는 거 같아요. 그래도 대한민국 음악계 발전을 위해선 이런 대회가 꾸준히 필요해보임ㅋㅋ 수상자 쏠림 문제도 이해가 가지만, 실력이 우선이겠죠. 앞으로 더 투명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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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때 한 번 가봤는데 그 분위기 진짜 장난 아님🤔열정이 대단해요. 수상자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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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그 나물에 그 밥 대회네!! 훌륭한 무대였다는 말은 그냥 수상자 부모님께. 진짜 재능있는 애들도 저변에서 못 올라온다는 건 안타까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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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출신들 글로벌 가긴 하더라. 인정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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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진짜 해마다 힘들게 준비하는 연주자들 대단하다🤔근데 시스템은 좀 바뀌어야 안 잡음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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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콩쿠르 현장영상을 늘 보지만 매번 치열한 준비과정이 느껴집니다. 음악을 향한 열정만큼은 진심이겠죠. 변화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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