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콘텐츠 AtoZ 上] ‘건강’, 이제 교양·예능 프로그램 전유물 아니다

스튜디오 안팎을 오가는 이 시대의 건강 콘텐츠는 그저 하나의 소재가 아니다. 예능, 교양, 오락을 넘나드는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신호탄이다. 휘황한 무대 조명 아래에서 출연자들은 자신의 경험, 신체감각, 심리 상태를 거침없이 풀어내며 관객과 시청자 모두를 완전한 몰입의 장(場)으로 이끈다. 최근 방송가를 지배하는 키워드인 ‘웰니스’와 ‘셀프케어’는 이제 더이상 다이어트나 근력증진의 틀에 가두기 어렵다. 건강은 곧 ‘삶의 미학’으로, 현대인의 통합적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하는 창문이자 거울이 되어간다.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건강을 표면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은 급속도로 진화했다. <나는 몸신이다>와 같은 교양 프로그램은 이미 수년 전부터 대중적 인기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26년의 풍경은 그보다 더 섬세하고 넓다. JTBC와 MBC 등 주요 방송사는 개그맨, 배우, 심리학자, 트레이너, 심지어 의료인출신 셀럽까지 초대하며 일상의 리듬과,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감각을 확장시킨다. 패널들이 소개하는 건강 루틴은 한 사람의 특별한 체험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통 감각’으로 번역된다. 제작진은 녹록지 않은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에 ‘함께 나누는 쉼표’를 제안하며, 건강을 개인의 책임과 도전이 아닌, 새로운 연대의 키워드로 불러낸다.

지상파와 OTT를 막론하고 ‘힐링’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의 구성은 점점 사운드, 시각, 촉각을 교차시킨다. 최근 tvN의 <몸이 예술이다>에서는 첨단 음향기술로 자연의 소리를 구현하고, 출연진은 LED 파도 조명 아래에서 요가와 명상을 통해 심신의 휴식에 진심으로 몰입한다. 카메라는 잔잔한 물결 자락, 땀이 맺히는 이마, 호흡의 여운까지 담아내며 일반적인 건강 예능의 미장센을 뒤집는다. 이전에는 식단표를 내밀고 의학정보를 나열하는 정보 전달식 포맷이었다면, 이제는 감각의 서사를 오롯이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건강이 갑작스럽게 연예계 중심축으로 부상한 데엔 사회적 맥락이 자리한다. 팬데믹을 겪으며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되자, 자신만의 공간에서 건강을 가꾸고, 방안을 극장으로 바꾸는 원격 라이프스타일이 새 표준이 되었다. 몸의 소리를 듣고, 내면의 움직임을 조명하는 트렌드는 오디언스에게 원초적 안정감과 연대감을 준다. 이 같은 변화는 SNS와 단체 채팅방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된다. #헬스챌린지, #마음관리 해시태그가 따라붙고, 유튜브나 틱톡 속 크리에이터들은 출근 루틴, 명상 챌린지, 소박한 식단까지 자신만의 ‘건강 무대’를 만들어낸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몸과 마음 모두를 케어하는 문화형 무대가 확장되는 셈이다.

최근 메이저 방송들은 단순히 정보나 교훈을 전하기보다, 시청자 개개인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구성을 택한다. 스튜디오에 설치된 바이탈 체크 패널, 관객의 실시간 반응을 그래프로 표현하는 장치, VR·AR 기술을 이용한 몰입형 워크숍 등, 무대는 점점 시청자를 관객이자 주체로 초대한다. 한편에서는 각종 건강 관련 버라이어티쇼의 쏟아짐에 ‘노이즈’가 우려되는 시선도 있지만,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이 확장은 다층성과 다감각의 미학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예를 들면 한국형 K-건강 뮤지컬이 탄생할 수도 있으며, 건강이 음악, 조명, 소리, 감정을 무대로 옮기는 ‘예술-건강 융합’의 길이 열리고 있다.

국내외로 시선을 돌리면, 헐리우드와 BBC 등도 동일한 바람을 타고 있다. 영국에서는 심박 리듬을 이용해 전시장 조명을 직접 조율하는 미디어아트가 등장했고, 미국 역시 리얼리티 예능에서 명상·웰니스 세션을 심층적으로 녹여 대중의 고유한 워크-라이프 밸런스 경험을 공유한다. 한국만의 특징은 ‘공감’과 ‘이웃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는다는 것이다. 서양식 ‘셀프케어’의 강한 개인주의 대신, 지역 사회, 가족, 직장 등 ‘우리가 함께 건강해지는’ 스토리텔링이 주조를 이룬다.

향후 건강은 ‘익숙한 예능 소재’에서 벗어나, 예술적 감각과 일상적 돌봄의 다리를 놓는 문화 코드로 심화될 전망이다. 대중 앞에 놓인 건강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움, 생명, 공감의 언어다. 2026년, 우리는 미디어 무대 위에서 ‘숨을 쉬는 건강’을 만나고 있다. 건강은 곧 우리의 삶과 문화, 그리고 예술의 언어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 서아린 ([email protected])

[헬스 콘텐츠 AtoZ 上] ‘건강’, 이제 교양·예능 프로그램 전유물 아니다”에 대한 4개의 생각

  • 건강 예능까지… 세상 따라가기가 힘드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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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에서 건강이 이렇게 예술적으로 다뤄지는 건 신선하지만, 실제 시민 건강 증진으로 이어질지 의문이에요!! 오락 요소와 정보가 맞물려서 문화적 교감이 발생한다는 점은 동의합니다만, 남발되는 건강 트렌드에 대한 자성도 필요할 때입니다!! 바이탈, AR까지… 다층적 접근이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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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능이 이렇게 달라질 줄 상상도 못했네🤔 내 일상도 건강 챌린지 따라가면 지금보단 나아질까 생각하게 됨. 다 같이 움직이는 시대, 멋지기도 하고 좀 부담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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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 보면 다이어트 자극받으려나? 🤔 근데 현실은 야식 인증샷ㅋㅋ 이렇게 트렌드 따라가면 진짜 건강해질까? 방송이 밈 만드는거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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