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인도의 풍경, 그 너머의 선택들
인도 정부가 국민들에게 해외여행과 금 구매를 자제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인도 현지 시각으로 2026년 5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이란-이스라엘 간 긴장 고조 등으로 인한 유가 급등에 대응해 이같은 조치를 내놓았다. 인도 국민들의 해외여행 욕구가 커지고, 장밋빛 휴가 계획이 늘어가는 봄으로 접어든 요즘, 도심의 여행사 창가에서는 ‘공지’ 한 줄이 바람결처럼 조용히 퍼져나가고 있다. 금시장이 들썩이고, 거리 곳곳에는 새로 연 금은방과 여행상품 할인 광고가 붙는다. 이런 변화가 일상 감각 위에 차분히 내려앉는다.
최근 국제 유가가 갑자기 출렁인 것은 중동에서 들려오는 ‘불안’ 때문이었다. 올해 초만 해도 깨끗한 하늘을 흐르는 푸른 비행기와 풍요의 상징처럼 반짝이는 금이 어울려 세상을 더 빛냈다. 그러나 이제 그 빛이 인도 서민들에게는 무겁고 조심스러운 짐이 될지도 모른다. 인도 정부가 목소리를 높인 ‘해외여행 절제’ 배경엔, 유가 상승에 따라 인도 통화인 루피의 약세까지 겹쳐 국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기에 차단하겠단 의지가 묻어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다가오는 휴가철 여행 수요, 특히 유럽과 동남아 각국으로 떠나는 인도 내 젊은 층의 여행 이소(離巢)를 각별히 주시하고 있다.
금, 여행 그리고 꿈. 인도에서는 금이 안전자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다. 결혼식마다 손 위에 오는 금팔찌, 생일과 명절마다 차곡차곡 쌓인 작은 금화, 그리고 멋진 휴양지에서 가족과 웃으며 남긴 기념사진.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내일이 더 안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인도인의 여행은 늘 새로운 장소에 대한 기대와 설렘, 그리고 한줌의 불확실성을 껴안은 순간 속에서 피어난다. 그렇지만, 오늘 인도의 공기에는 약간의 긴장과 고민이 스민다. 환전소 앞에 길게 늘어선 여행자와 사람들이 금 가게 쇼윈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교차하면서, 지금 이 순간의 작은 사치가 내일의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피어오른다.
수치를 들여다보면 변화는 보다 명확하다. 2025년 대비 올해 1~4월, 인도인의 해외여행 예약 증가율은 30%에 달한다. 특히 IT업계, 스타트업, 하이테크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유럽, 일본, 중동 등으로의 여행 수요가 눈에 띄게 확대됐다. 동시에 금 시장은 몇 달 새 10% 가까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예비 부부와 중산층 주부들이 다시 한 번 시장을 유심히 관망하게 만들고 있다. 거리마다 은은한 카레 향에 묻어 오는 소음 위로 “‘지금 사둬야 해?’”라는 수군거림이 이어진다. 가족끼리 저녁밥을 먹다 현지 뉴스에 나온 총리의 메시지를 놓고 잠시 말이 멈춘다. “여행을 조금 미루는 게 좋을까?”, “이번만은 금반지 그냥 두자.” 모두가 안락함과 설렘, 그리고 현실의 무게 사이에서 선택을 망설인다.
기억 속 뉴델리 라즈빠뜨 거리에선 무더운 여름날 젊은이들이 차가운 음료를 들고 여행 계획을 짜던 풍경이 생각난다. 유명 푸드마켓 ‘카날 스트리트’에선 각국 음식이 익어가는 냄새가 맴돌고, 카페 한구석에서는 필리핀 여행을 계획하던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퍼진다. 지금 그곳엔 작은 침묵이 스며들었을까. 정부의 요청은 강요가 아니라 ‘함께 버텨 보자’는 부드러운 호소다. 총리는 ‘해외여행과 금 구입을 조금만 미뤄 달라’고 했다. 실내 쇼핑몰 내 가죽가방 매장엔 여행용 캐리어가 가지런히 놓인 채 묵묵히 손님을 기다린다. 모두가 들어 설 한 발짝, 멈칫한 상태다.
사실 인도의 성장 동력에는 해외로의 여행 자유, 그리고 금을 통한 재산 축적에 대한 신뢰가 깊이 뿌리내려 있다. 이 둘은 인도인의 일상 한복판을 채우는 온기였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세계 정세, 복잡하게 얽힌 국제 금융 시장 안에서, 하루아침에 소중한 습관을 바꾸는 선택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풍경이 약간 달라졌다 해도 사람들 마음 한가운데 자리한 ‘내일을 위한 꿈’과 ‘마음의 여유’만큼은 쉬이 꺼지지 않을 것이다.
거리의 초록 나무 그늘 아래 할머니가 손녀 손을 꼭 잡고 걷는다. 오늘도 뉴델리의 해는 조금씩 저물고, 도심의 은은한 조명 속에 작고 소박한 희망이 번진다. 변하는 건 언제나 익숙하면서도 두렵고, 그래서 우리는 잠깐 멈춰서 찬찬히 생각해 보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돈과 여행, 금과 사랑, 그리고 내일의 방식을 한 걸음 물러나 따뜻하게 성찰해보는 저녁이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ㅋㅋ 국민보고 또 줄이라니… 이상하게 유가랑 금 얘기만 나오면 바로 국민 절제하기 나오죠~ 여행사들은 이런 얘기 나와도 프로모션 더 세게 할 듯요 ㅋㅋ 위기 넘기자는 의도는 알겠는데, 이미 다 아는 뻔한 논리 같네요. ‘조금만 참으세요’가 너무 많음.
서민들이 더 어려워진다는 건 알겠는데, 이게 정부가 해야 할 최선의 조치인지 의문이 듭니다. 매번 국민에게만 부담 돌리지 말고, 현재 구조적인 문제부터 손대야 할 것 같은데요?🤔
해외여행 자제 요청이라…인도 IT나 스타트업 쪽은 출장이 필수인데, 이럴 때마다 기업들도 힘들겠네요. 유가 변동에 너무 좌우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 아닌가 싶음. 시민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참고 살아야 하나, 고민 많이 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