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일·생활 균형’ 성공 방정식: 지속 가능한 기업 문화의 새로운 지평

최근 유한양행이 고용노동부 주관의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기업 문화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이정표가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넘어, 이면에는 급변하는 노동 환경과 인재 유치 경쟁 속에서 기업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유한양행의 이번 선정은 획일적인 근로 시간에서 벗어나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 활성화, 유연근무제 확대 등은 물론, 육아휴직과 가족 돌봄 휴가 등 가족 친화적인 제도를 적극 운영하며 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단지 복지 차원을 넘어, 직원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오늘날 기업에게 ‘일·생활 균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삶과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연봉이나 직급만큼이나 기업의 문화와 근무 환경이 인재를 유인하고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경직된 조직 문화와 장시간 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우수 인재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기업의 혁신 동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유한양행의 사례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기업이 능동적으로 변화를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넘어 ‘워라블(Work-Life Blending)’ 또는 ‘워라하(Work-Life Harmony)’를 추구하며 더욱 진화된 개념의 일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근무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을 극대화하여 직원들이 업무와 개인 생활을 조화롭게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예를 들어, 일부 IT 기업들은 완전 자율 출퇴근제와 무제한 연차를 도입하거나, 직원이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원격근무를 전면 시행하며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를 동시에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가속화되었으며, 이제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물론 모든 기업이 유한양행처럼 쉽사리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대면 업무가 필수적인 산업 분야에서는 유연근무 도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의지와 노력이다. 유연근무를 통한 업무 효율성 증대, 직원 만족도 향상, 그리고 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인지하고, 업종과 규모에 맞는 최적의 ‘일·생활 균형’ 모델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또한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컨설팅 제공, 인센티브 부여 등의 정책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유한양행의 이번 우수기업 선정은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 잘했다는 칭찬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이윤 추구만을 목표로 하는 존재가 아니다. 직원의 삶을 존중하고,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일·생활 균형’은 바로 그 첫걸음이자 핵심적인 요소이다. 직원의 행복이 곧 기업의 성장 동력이며, 이는 다시 사회 전반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길이다.

이제는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야 할 때다. 유한양행의 성공 사례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용기와 영감을 줄 것이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좋은 일터를 만들어나가는 선의의 경쟁 속에서, 우리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 기대한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기업’이 ‘강한 기업’이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 박세진 (sejin.park@examp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