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녹색 심장, 25번의 영원한 헌신: 최철순의 영구 결번, K리그 역사의 새로운 전술적 이정표

전북 현대가 ‘녹색 전사’ 최철순의 등번호 25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발표를 넘어 K리그의 깊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이는 마치 경기장 중앙에 불변의 랜드마크를 세우는 것과 같은 전술적 선언이며, 한 선수의 헌신이 클럽의 영원한 자산이 되었음을 천명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그의 등번호가 더 이상 필드 위를 누비는 선수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최철순이라는 이름이 곧 전북 현대의 철학이자 투지의 상징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임을 의미한다. 클럽이 추구하는 가치, 팬들이 열광하는 정신, 그리고 미래 세대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이 한 선수의 등번호에 고스란히 응축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단순한 은퇴식이나 고별전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클럽의 깊은 존경과 팬들의 무한한 사랑이 결합된, 그야말로 ‘축구 문화의 정점’에 다다른 행위라 할 수 있다.

최철순은 단순히 수비수라는 포지션을 넘어선 선수였다.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 ‘움직이는 전술판’ 그 자체였다. 그의 강점은 윙백, 풀백, 때로는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전술적 유연성과, 상대 공격 흐름을 예측하고 끊어내는 ‘볼 흐름 커팅’ 능력에 있었다. 90분 내내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과 강철 같은 투지로 무장한 그는 상대팀 공격수들에게는 악몽이었고, 팀 동료들에게는 든든한 방패막이었다. 특히, 그의 대인 방어 능력은 마치 상대 공격의 핵심 엔진을 셧다운시키는 ‘맨 마킹 전술’의 살아있는 교과서와 같았다. 그는 전북이 ‘닥공’으로 K리그를 지배하던 시절, 화려한 공격진 뒤에서 묵묵히 팀의 균형을 잡고, 위험 지역을 끊임없이 커버하며 역습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는 마치 공격형 미드필더가 공격의 마침표를 찍는다면, 최철순은 수비 전술의 완벽한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과 같다. 그의 플레이는 단순히 공을 뺏는 행위를 넘어, 상대의 빌드업을 방해하고, 압박의 타이밍을 조절하며, 수비 라인의 밀집도를 유지하는 등 고도의 전술적 지능이 발휘된 결과였다. 그는 공격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팀에게 있어, 후방의 불안감을 지워주는 ‘전술적 안정장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파올로 말디니가 AC 밀란의 수비를 상징했듯, 카를레스 푸욜이 바르셀로나의 투지를 대변했듯, 그리고 존 테리가 첼시의 강인함을 대표했듯, 최철순은 전북 현대의 ‘녹색 심장’ 그 자체이자, 위기 상황에서 팀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였다. 그의 존재는 단순히 11명의 선수 중 한 명이 아니라, 전북 현대의 승리 공식에 필수적인 ‘히든 카드’이자, 모든 감독이 꿈꾸는 ‘전술적 완성도’의 상징이었다.

등번호 영구 결번은 축구계에서 최고의 영예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 빅리그에서는 종종 레전드 선수들에게 이 영광이 주어졌지만, K리그에서는 아직 흔치 않은 일이다. AC 밀란의 말디니(3번)나 바레시(6번), 인터 밀란의 사네티(4번), 아약스의 요한 크루이프(14번) 등, 클럽의 정체성과 역사를 만들어온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이 특별한 존경은 단순한 번호의 의미를 넘어선다. 전북 현대의 이번 결정은 K리그가 이제 선수 개인의 헌신과 클럽의 역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마치 유럽 빅클럽들이 자신들의 역사적 영웅들을 전술판의 ‘핵심 모듈’처럼 영원히 보존하듯, K리그 역시 독자적인 영웅 서사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현대 축구에서 선수들의 이적과 단기 계약이 빈번해지며 ‘원클럽맨’의 가치가 더욱 희소해지는 상황 속에서, 최철순의 25번 영구 결번은 그 자체로 클럽과 선수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전술적 지침’을 제시한다. 번호 하나에 깃든 헌신과 충성심은 다른 어떤 전술적 움직임보다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클럽의 정신적 유산을 이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히 선수 한 명을 위한 행사가 아닌, 전북 현대가 지향하는 가치와 미래 비전을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각인시키는 ‘브랜드 마케팅’이자, 클럽의 역사적 깊이를 더하는 ‘전략적 투자’에 가깝다. 최철순의 25번은 이제 전북의 미래를 꿈꾸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닌, ‘헌신’과 ‘투지’, 그리고 ‘원클럽맨’ 정신의 살아있는 전술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 번호는 더 이상 선수의 등이 아닌, 전북 현대의 가슴에 새겨진 영원한 문신처럼 빛날 것이다.

이번 영구 결번은 전북 현대에게는 클럽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팬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중요한 순간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전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K리그 전체에 ‘레전드’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선수들에게 장기적인 헌신이 얼마나 큰 영예로 돌아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축구는 단순히 90분의 경기를 넘어선다. 클럽의 역사, 팬들과의 유대, 그리고 레전드들의 발자취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이룬다. 최철순의 25번은 이제 그 서사의 가장 빛나는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K리그가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는 리그로 발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마치 견고한 수비 라인이 팀의 승리를 보장하듯, 클럽의 역사를 존중하는 문화는 리그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단단한 기반이 될 것이다. K리그는 이제 전술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클럽 문화와 레거시 관리에서도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기리는 것을 넘어, 현재와 미래의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고, 팬들에게는 클럽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고취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국제 무대에서 K리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역사적 전통과 레전드에 대한 예우는 리그의 전반적인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술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최철순의 25번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전북 현대의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밝히는 ‘살아있는 에너지’이자 ‘전술적 유산’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K리그의 다른 클럽들 역시 이러한 전북의 선례를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레전드를 예우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최철순의 25번은 이제 필드 위에서 직접 뛰지는 않지만, 전북 현대의 심장 박동과 함께 영원히 숨 쉬며 그라운드 위의 전사들에게 끊임없이 ‘녹색 투지’를 불어넣을 것이다. 그의 등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승리’와 ‘헌신’, 그리고 ‘전설’이라는 세 단어를 아우르는 K리그 역사의 불멸의 전술적 기호가 될 것이다.
— 김태영 (taeyoung.kim@koreanews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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