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 책임의 무게: 총선 허위 보도 징역형 판결의 함의
총선 후보자에 대한 허위 기사 작성으로 언론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언론의 자유라는 대의명분 아래 이루어지는 무책임한 보도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명확한 신호탄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는 특정 언론사 기자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6개월을 선고하며,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특정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보도한 혐의를 유죄로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언론의 공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가 법치주의의 테두리 안에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강력하게 천명하고 있다.
법원은 A씨의 보도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며, 후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단순한 오보를 넘어 충분한 근거 없는 주장을 확정적인 비리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한 점과 취재 과정에서의 고의성 또는 중대한 과실을 인정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민주주의의 꽃이자 국민 주권 행사의 장인 선거에서 유권자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후보자를 평가하고 선택할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권리가 허위 정보에 의해 침해된다면, 선거 결과의 정당성마저 의심받게 되어 민주적 절차 자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징역형이라는 실형 선고는 이러한 민주적 가치 훼손 가능성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이자 법치주의 수호 의지의 발현이다. 이는 언론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이 법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
언론은 민주 사회에서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 때문에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자유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보도 행위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상실케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궁극적으로는 언론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킨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기자들의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고 ‘정부 비판 봉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법원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기보다, 그 자유가 남용될 때 발생하는 폐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로 기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팩트’와 ‘진실’이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보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특히 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언론은 권력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먼저 스스로 사실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지고 내부 윤리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기자의 일탈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언론사 내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 과정에서 언론사 내부의 검증 시스템, 즉 데스킹(desk-ing)과 교차 확인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공직 후보자의 비리 의혹과 같은 사회적 파급력이 큰 민감한 사안은 일반 기사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부국장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재 또는 미흡함은 언론사 전체의 신뢰 문제로 직결되며, 결과적으로는 언론 산업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언론의 신뢰는 단순히 개별 기사의 정확성뿐만 아니라, 언론사 전체의 윤리 의식과 책임 있는 시스템 구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기자 개인의 책임은 물론, 언론사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윤리 교육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 엄격한 편집 가이드라인 준수가 절실하다.
정치·경제 관점에서 볼 때, 허위 보도는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인이 된다. 정치적 불신은 국가의 거버넌스 능력을 약화시키고, 사회 구성원 간의 통합을 저해한다. 이는 결국 국가 운영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근거 없는 비방이나 허위 정보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시장의 오판을 유도하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불필요한 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짜 뉴스’와 ‘선동’에 취약하며, 이러한 환경에서 기존 언론마저 신뢰를 잃는다면 사회적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판결은 이와 같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개입의 불가피성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판결은 언론에게 다시금 ‘저널리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즉, 공익을 위한 사실 보도와 진실 추구라는 기본적인 책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명령이다. 향후 언론은 자율적인 책임 강화와 함께, 팩트 체크 기능의 고도화, 그리고 명예훼손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 설정 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 감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언론인 개개인의 윤리 의식을 제고하며, 기사 작성 전 충분한 자료 확인과 반론권 보장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 역시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함양하여 편향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현혹되지 않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지만, 그 자유는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수반한다. 사실에 대한 집착과 진실을 향한 노력이 동반될 때 비로소 언론은 진정한 사회의 나침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언론이 진실만을 말하고, 비록 불편하더라도 사실에 충실할 때, 민주주의의 건강한 발전은 보장될 수 있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