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안보 지형 변화, 한국 정치권의 숙명적 과제

조지메이슨대 안보정책연구소의 제6차 국제안보 심포지엄은 단순히 학술적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이 마주한 엄중한 국제 안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반도의 위치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국내 정치권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숙명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현재 국제 안보의 핵심은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대서사에 있다. 이 경쟁은 단순한 패권 다툼을 넘어, 세계 경제 질서와 군사 안보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안보를 뒤흔들었지만, 그 파급 효과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의 동맹 체제는 강화되거나 재편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안보 전략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요소다.

정부 여당의 외교 안보 기조는 명확하다.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 안보 협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확장 억제력 강화를 통한 억지력 확보는 현 정부 안보 정책의 핵심 프레임이다. 이는 보수 정권의 전통적인 안보관과 일맥상통하며,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여,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반면 야당은 동맹 일변도 외교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한다. 과도한 특정 국가 의존은 외교적 자율성을 훼손하고,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외교적 다변화와 함께 남북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 정부의 안보 정책 프레임에 균열을 시도한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역내 평화 공존 모색 등 대북 포용 정책의 복원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성을 강조하며, 강대국 논리에서 벗어난 한국 주도의 외교를 지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회는 이러한 국제 안보 쟁점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방 예산, 전술핵 재배치 논의, 전시 작전권 환수 문제 등은 매번 여야 간의 정쟁으로 비화된다. 여당은 안보 위협의 실재성을 부각하며 국방력 강화를 주장하고, 야당은 국민 부담 증가와 함께 외교적 해법의 부재를 비판한다. 이러한 정치적 프레임 싸움은 국가 안보라는 대의 앞에서 국론 분열만 초래할 뿐이다. 위기 앞에서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 마주한 안보 환경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넘어선다. 공급망 불안정, 첨단 기술 경쟁, 사이버 안보 위협 등 비전통적 안보 위협이 실체화되고 있다. 조지메이슨대 심포지엄에서 논의되었을 법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은 이러한 복합적인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다. 경제 안보와 기술 안보가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외교·안보 정책은 더욱 정교하고 다층적인 접근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강한 국방력과 확고한 한미 동맹은 기본 전제다. 하지만 동시에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외교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도,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과의 전략적 관계 설정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고,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지켜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내 정치권은 안보 문제를 단순히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 안보라는 대명제 앞에서 여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초당적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념적 접근이나 감정적 대립은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국제 안보 환경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한국의 안보 전략도 이에 맞춰 끊임없이 재정비되어야 한다. 단순한 이념적 접근으로는 이 복잡한 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다. 오직 현실에 기반한 치밀한 전략과 국민적 합의만이 한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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