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관광 훈풍이 바꾼 호텔 지형, 도심의 낡은 건물도 ‘핫플’로
부산 관광시장이 주목할 만한 변화를 맞이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경기 침체와 코로나19로 인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중저가 호텔들이, 부산 도심 관광 열기와 외국인 유입에 힘입어 다시금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구도심을 중심으로 오래된 호텔과 미니호텔, 레지던스 호텔까지 큰 폭의 점유율 상승을 기록하는 양상. 한때 폐업 위기까지 거론됐던 라인업도 소위 ‘MZ세대’와 외국 개별여행객(FIT) 트렌드에 맞춰 재해석된 지금, 소비자들의 새로운 취향을 촘촘하게 파고든 모습이다.
부산역과 광복동, 해운대 일대에서 ‘구하늘에 닿는 호텔 객실’의 경쟁이 다시 불을 댕긴 것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해외 저가항공 활성화와 엔저, 그리고 국제행사 유치와 크루즈 관광객이라는 다층적 교차점은 부산의 숙박 소비 지형을 다채롭게 바꿔놨다. 사실상 브랜드 파워를 잃었던 구 도심 호텔들은, 감각적인 리브랜딩과 라이프스타일 경험에 중심을 둔 운영전략을 꺼내 들었다. 최근 개조된 모던 & 빈티지 콘셉트 객실, 친환경 인테리어, ‘로컬 커피’와 협업한 카페 라운지까지… 단순한 잠자리에서 취향과 경험을 판다. 이 같은 변화는 연 300만 명을 기록한 외국인 유입 통계와 함께, 객실 점유율 90% 이상을 달성하는 숫자로 입증된다.
특히 일본, 중국, 동남아 관광객 집객 효과는 압도적이다. ‘Just Like Local’을 외치는 SNS 해시태그, 맛집 & 핫플 투어라는 모바일 기반 여행소비는 노후호텔의 한계를 레트로한 감각으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반면, 대형 체인 호텔들은 객실 스케일의 경제성에는 여전히 강점을 가졌으나, 일상형·단기 체류 수요, 도심 뷰와 개성화된 공간 요청에선 상대적으로 투박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이른바 ‘본관보다 별관이 핫한’ 역전 현상. 실제로, 해운대 인근 오피스텔형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들은 직접 예약 전쟁이 벌어질 만큼 20~30대 소비자의 발길을 붙든다. 숙박 자체가 경험, 그 자체로 SNS 피드·릴스 콘텐츠가 되는 흐름이다.
부산시의 관광정책 역시 변화에 빠르게 반응 중이다. 대규모 투자 유치보단 기존 인프라와 로컬 감성을 결합한 마케팅, 숙박 업종 내외 협업, 그리고 ‘거리의 매력’을 재정의하는 브랜딩 작업이 눈에 띈다. 이 과정에서, 한때는 ‘유휴시설’로 불리던 호텔 창업자들이 참신한 F&B 콘텐츠, 도심 페스티벌과의 연계 상품으로 소비자의 신선도를 높인다. 부산진구의 신규 부티크 호텔, 남포동 일대 트렌디 게스트하우스 등 최근 1년 새 오픈·리뉴얼 건수가 25% 이상 늘어난 것도 시사적이다. 수치로 보면 도심 중저가 호텔의 월간 매출 성장률이 15%에 달한다고 업계는 전한다.
이 같은 흐름은 부산 관광이 단순비즈니스나 해수욕장 일변도에서, ‘머무르면서 느끼는 도시’로의 가치 전환임을 보여준다. 해외여행 회복으로 내수 호텔 수요가 다소 정체였음에도, 이처럼 기존 인프라의 재해석과 세분화된 소비자 체험 전환은 장기적 성장 발판이 되고 있다. 밀레니얼, Z세대 여행자가 주도하는 감각적인 공간소비, 외국인의 ‘여행친화 도시’ 선호, 그리고 인플루언서와 브랜드의 콜라보 사례까지… 부산은 한국 숙박업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실험장이 되고 있다. 올해만 3년 만에 최고 대규모 페스티벌이 재개되며, 메타버스 연동 VR 투어가 숙박 예약과 접목되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변화의 파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부산 호텔시장 리바운드는 곧 ‘로컬 정체성’과 접한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재탄생 프로젝트다. 기존 호텔이 효자 노릇을 하게 만든 근간은 브랜드와 소비자가 나란히 성장하는 도시 그 자체에 있다. 익숙하지만 더 새롭게, 낡았지만 더 트렌디하게 — 부산의 도심호텔들은 도시관광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