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가는 도심 사무실, 넓은 오피스텔엔 북적… 부동산 시장의 ‘엇박자’ 속 우리의 선택은?

퇴근길 붐비던 도심, 불 켜진 사무실이 줄고 있는 것을 체감하시나요? 반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 특히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내년 도심 오피스 공실 더 는다…오피스텔은 큰평수 임차수요↑’라는 기사를 접하며, 우리 도시의 공간 활용 방식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통계 숫자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삶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탄입니다.

그렇다면 왜 도심 사무실은 비어갈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하이브리드 근무’와 ‘원격 근무’의 확산입니다.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경험했고, 이제는 주 2~3회만 출근하는 형태가 보편화되고 있죠. 예전에는 100명이 앉을 사무실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좌석 공유 시스템 등으로 60~70석만으로도 충분해진 겁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계속되고, 불필요한 고정비용인 사무실 임대료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한몫합니다. 한 IT 기업의 김 대리님은 “사무실에 가면 오히려 집중이 안 될 때가 많아요. 집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데, 굳이 넓은 사무실이 다 필요한가 싶죠”라고 말합니다. 이런 심리가 반영되어, 서울 강남, 여의도 같은 주요 업무지구에서도 신규 오피스 공급이 늘어나는 와중에 기존 오피스들의 공실률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빈 사무실은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을 넘어, 주변 상권의 침체로 이어져 소상공인들에게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도시의 세수 기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신중하게 관리해야 할 중대한 숙제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피스텔, 특히 큰 평수의 오피스텔은 임차 수요가 뜨겁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김 대리님처럼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진 분들에게 ‘집’은 더 이상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닙니다. 업무 공간, 휴식 공간, 취미 공간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하죠. 작은 원룸이나 1.5룸으로는 이런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넉넉한 2룸, 3룸 오피스텔은 방 하나는 침실, 다른 하나는 서재 겸 작업실로 활용할 수 있어 재택근무자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게다가 최근 아파트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에게도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가 유입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편리한 역세권 인프라와 깔끔한 내부 시설은 덤이고요. 실제로 제 주변에도, 어린 자녀 없이 맞벌이하는 부부가 “아파트 전세는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작은 오피스텔은 답답해서 넓은 오피스텔을 찾고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이 두 가지 흐름은 단순히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줍니다. ‘일’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주거 공간의 역할이 확장되고, 기업들은 고정자산보다는 유연성을 추구하게 된 것이죠. 이는 금융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비어가는 상업용 부동산은 해당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내준 은행들에게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료가 하락하면 건물 가치가 떨어져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금융당국은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면밀히 분석하고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대형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은행권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우리 경제의 큰 줄기인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주거용 오피스텔의 임대 수요 증가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을 가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특히, 갭투자 등으로 무리하게 오피스텔을 매입한 임대인들이 역전세난이나 금리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애꿎은 임차인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건전한 대출 심사 기준과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입니다. 가령,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같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거 형태에 대한 대출 심사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고, 임차인의 전세금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더욱 촘촘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의무화하거나, 보증 가입이 어려운 경우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이러한 복잡한 부동산 시장의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개인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하며, 안정적인 계약을 돕는 서비스들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결국 이 시대는 ‘유연함’과 ‘선택의 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사무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개인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 형태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시장의 안정성을 지키면서도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도심의 빈 오피스를 주거 공간이나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 오피스로 전환하는 등 창의적인 도시 재생 방안을 모색하거나, 주택 공급 정책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주거 수요를 포괄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을 넘어, 모두가 더 나은 삶을 꾸릴 수 있는 ‘주거의 질’과 ‘근무 환경의 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빈 오피스와 넓은 오피스텔이라는 상반된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명확합니다. 바로 ‘사람 중심의 공간 재편’과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 구축’입니다.

도시의 풍경이 바뀌고, 우리의 일상이 변하는 지금, 우리는 이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을 지혜가 필요합니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 김유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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