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반기 보고서’ 제안, 투명성과 효율 사이에서 길을 묻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의 실적 보고 주기를 ‘분기’에서 ‘반기’로 줄여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으면서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업의 단기적 성과 집착을 줄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요. 언뜻 들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행정 부담을 덜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유정 기자의 눈으로 보면, 우리 일상과 밀접한 금융 시장, 그리고 평범한 소비자들에게 미칠 파장에 대해 꼼꼼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분기 보고와 반기 보고가 무엇인지 우리 생활에 빗대어 쉽게 설명해 볼까요? 우리 집 가계부를 매달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분기 보고는 3개월마다 한 번씩 가계부를 정리해서 우리 집 재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고, 반기 보고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정리하는 셈이죠. 만약 우리 집 가계부를 6개월에 한 번만 정리한다면 어떨까요? 중간에 돈이 새는 곳은 없는지, 예상치 못한 지출은 없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자칫하면 큰 문제를 뒤늦게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3개월마다 실적을 공개하는 것은 투자자와 규제 당국이 기업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시장이 투명하게 작동하는 데 필수적인 ‘정기 검진’과 같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안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혁신과 장기 성장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합니다. 분기마다 실적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행정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죠.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부담이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마치 중요한 건강검진 주기를 늘리는 것과 같습니다. 단기적인 부담은 줄겠지만, 그만큼 예상치 못한 위험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입니다. 소액 투자자들이나 일반 주주들은 기업의 공시 자료를 통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보고 주기가 반년으로 늘어난다면, 그만큼 정보의 공백기가 길어집니다. 이 공백기 동안 기업 내부자나 소수의 대규모 투자자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선점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우리 동네 마트 사장님이 주식에 투자했는데,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실적을 반년 동안 알 수 없다면 얼마나 답답할까요? 중요한 정보가 너무 늦게 공개되어 투자 손실을 입을 위험이 커지는 것이죠. 이는 결국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은행은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거나 신용 평가를 할 때, 기업의 최신 재무 상태를 중요하게 살펴봅니다. 분기마다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죠. 그런데 정보의 주기가 길어지면, 기업의 재무 건전성 변화를 제때 파악하기 어려워져 잠재적인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는 은행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우리 소비자들의 예금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또한, 핀테크 산업의 발전은 실시간에 가까운 데이터 분석과 빠른 정보 흐름을 기반으로 합니다. 투자 자문 로봇, 신용 평가 모델 등 첨단 핀테크 서비스들은 기업의 최신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교한 분석과 예측을 수행합니다. 만약 보고 주기가 늘어나 데이터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면, 핀테크 서비스의 정확성과 효율성도 저해될 수 있습니다. 혁신을 지향하는 핀테크 산업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입니다.

물론, 모든 규제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는 기업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죠. 하지만 기업 실적 보고는 시장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라는 중요한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금융 당국이 분기 보고를 기본 원칙으로 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많은 선진국은 투명성 강화를 위해 분기별 보고 외에 더 많은 정보를 수시로 공개하도록 독려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와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안은 기업의 단기적 부담을 줄여줄 수는 있겠지만, 그 대가로 시장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라는 더 큰 가치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와 같은 일반 투자자들이나 금융 시장의 건전성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환경을 지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김유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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