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청춘의 불안, 우리 사회의 내일을 묻다: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야 할 지금
스물아홉 살 지우 씨는 오늘도 이력서 수십 통을 보냈지만, 돌아온 건 단 한 통의 자동 응답 메일뿐이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에도 지우 씨는 애써 미소를 지었습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어렵게 대학까지 보낸 부모님께는 “잘 되어가고 있다”는 말을 해야 했으니까요. 죄송함과 미안함이 앞섭니다. 졸업 후 몇 년째 계약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비는 물론 학자금 대출 이자조차 버거운 현실 속에서, 지우 씨는 홀로 밤늦도록 불 켜진 작은 방에서 잠 못 이루는 날이 늘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절망 섞인 질문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지우 씨의 이야기는 비단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수많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단면입니다. 취업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어렵게 얻은 일자리마저 불안정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불안정한 일자리는 곧 불안정한 삶으로 이어집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해지고, 결혼과 출산은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사치가 되어버렸습니다. IMF 사태 이후 비정규직이 일반화되고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반복되면서 청년들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에 놓였습니다. 이들에게 요구되는 건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개인의 능력’뿐이었죠. 하지만 과연 모든 문제가 개인의 노력 부족일까요?
경제적 어려움은 정신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심한 우울감, 불안, 무기력감에 시달리지만, 비싼 상담 비용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기를 망설입니다. 한 취업 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10명 중 8명은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고독감도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동네 어르신이나 이웃이 품어주던 사회적 안전망이 약화되면서, 혼자 외로이 고통을 감내하는 청년들이 많아졌습니다. ‘관계 단절’은 단지 사회적 현상을 넘어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회적 고립 청년’이라는 용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현실은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입니다.
정부는 다양한 청년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파편적인 일회성 지원보다는 청년들의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일자리’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터에서 어떤 존중을 받고, 어떤 복지를 누리며,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중도 진보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청년들의 희생을 당연시해서는 안 됩니다. 소수 엘리트의 성공이 아닌, 모두가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의 근원을 찾아 해소하려는 노력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요? 첫째,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본적인 경제 구조 개선과 함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노동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사회 보험 확대는 필수적입니다. 둘째, 주거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공공 임대 주택 확충, 청년 주거 지원 확대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셋째, 청년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정신 건강 상담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넷째, 교육 시스템은 더 이상 무한 경쟁만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재능을 발견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기술 변화에 발맞춘 재교육 프로그램 또한 중요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람 중심’의 따뜻한 시선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단순히 숫자로만 존재하는 통계가 아니라, 우리의 아들딸, 이웃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사회 전체가 공감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이들이 잃어버린 ‘오늘’을 다시 찾아주고, 희망찬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손 내밀어주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미래 세대가 없는 사회는 지속 가능할 수 없습니다.
지우 씨는 오늘도 작은 희망을 품고 잠자리에 듭니다. 언젠가는 자신만의 작은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그 작은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한 손길로 그들을 보듬어 안아야 합니다. 청년들의 오늘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의 내일도 밝을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들의 어깨에 얹힌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복지이자 책임입니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