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생 정책 제안, 희망인가 착시인가: 허울뿐인 참여의 구조적 비리를 파헤치다

“광주 학생 100인 정책제안 한마당.” 이 화려한 타이틀 아래 감춰진 민낯은 무엇인가. 광주시교육청이 야심차게 개최했다는 이 행사는 언뜻 보면 미래 세대의 주체적 참여를 독려하는 모범 사례처럼 비친다. 학생들이 직접 교육 현장과 삶의 터전에서 발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그들만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취지는 그 자체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탐사보도팀의 냉철한 시선은 이 표면적 긍정론에 가려진 본질적인 질문들을 피하지 않는다. 과연 이 ‘100인의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지는 메아리가 아닌, 실제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힘을 가질 수 있는가? 아니면 기성 정치권과 관료사회의 ‘보여주기식 성과주의’에 이용되는 또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한가? 우리는 이 행사의 이면에 드리워진 구조적 한계와 ‘참여의 가장’이라는 위선을 끈질기게 추적해야 한다.

[추적 타임라인: 반복되는 허울뿐인 청소년 참여의 역사]
이러한 ‘청소년 정책 제안’ 행사는 비단 광주만의 특수성이 아니다. 지난 십수년간 전국 각지의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수많은 유사 행사가 반복되어 왔다. 2010년대 중반, ‘청소년의회’ 설립 붐이 일었으나 실질적인 입법 권한 없이 형식적인 토론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2018년에는 모 광역 지자체가 ‘청소년 참여 예산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 학생들의 제안이 반영된 예산 규모는 전체 예산의 0.1% 미만에 불과해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2021년에는 서울의 한 교육청이 ‘학생 자치 정책 심의회’를 발족했으나, 심의 결과가 최종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내부 고발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열띤 토론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우수 정책 제안’들은 얼마나 실제로 정책화되고 집행되었는가? <코리안뉴스9> 탐사보도팀이 추적한 결과, 상당수의 제안은 담당 부서의 책상에서 묵살되거나, ‘예산 부족’ 또는 ‘실현 가능성 미흡’이라는 관료주의적 만능 답변에 부딪혀 ‘장기 검토’ 목록에만 오르다 결국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복잡하고 경직된 행정 절차와 기득권의 저항 앞에서 무기력하게 좌초되는 비극은 마치 역사의 반복처럼 꾸준히 되풀이되어 왔다. 이러한 패턴은 청소년 참여 행사가 진정한 변화의 동력이 되기보다, 오히려 기성세대가 ‘우리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알리바이를 쌓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구조적 비리 설명: ‘정책 공장’의 투명성 부재와 권력의 자기기만]
문제는 단순히 행정력의 부족이나 예산의 한계에 그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는 청소년의 정치적 주체성과 권한을 온전히 인정하려 하지 않는 기성세대의 ‘구조적 비리’와 ‘자기기만’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정책 제안을 받는 주체인 교육청이나 지자체가 애초에 ‘진정한 사회 변화’보다는 ‘치적 쌓기’나 ‘보여주기식 성과’에 치중하는 경향이 농후하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학생들의 급진적이거나 기존 기득권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제안은 ‘학생다움’의 범주를 넘어선다는 모호한 이유로 걸러지고, 비교적 무난하고 기존 체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아이디어만이 ‘우수 정책’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되는 것은 아닌가.

이번 광주 학생 100인 정책제안 한마당에서도 마찬가지다. ‘8개 우수정책 발표’라는 미명 아래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투명성은 철저히 가려져 있다. 어떤 심사 기준을 통해 수많은 제안 중 단 8개만이 ‘우수’로 선정되었는지, 그 심사 과정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심사위원 구성은 공개되었지만, 그들의 평가 방식이나 심사 내용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부재하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 드리워진 ‘블랙박스’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을 수동적인 정책 소비자로 전락시키는 구조적 문제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투명성과 책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학생들은 잠재적 유권자이자 미래 사회의 주인이지만, 이들에게는 정당한 참여와 통제권이 부여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결국 기성세대의 권력 독점과 그로 인한 폐쇄성을 강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탐사보도팀의 촉구: 허울을 벗고 진정한 변화를 만들 때]
광주 학생 100인이 제안한 정책들이 그저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지 않고 진정으로 빛을 발하려면, 교육당국과 지자체는 이제 낡은 관행과 구조적 비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순히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시늉’을 넘어, 그들의 제안을 지역 사회의 혁신을 이끌어낼 핵심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첫째, 선정된 정책들의 구체적인 추진 로드맵과 책임 부서, 그리고 예상 집행 예산을 명확히 공개하고, 정기적인 진행 상황을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보고해야 한다. 모든 과정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추적 가능해야 한다.
둘째, ‘우수 정책’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심사 기준과 모든 심사 내용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 나아가,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 학생 대표들이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자문 역할이 아닌,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포함해야 한다.
셋째, 단발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청소년 정책 참여 플랫폼을 구축하여 제안-실행-피드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제안된 정책들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평가와 환류 과정 역시 학생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가 존중받고, 그 목소리가 실제 변화를 이끌어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 광주 학생들의 정책 제안이 그저 기성세대의 치적을 포장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지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혁신하는 강력한 도화선이 되기를 촉구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행사는 또 다시 기성세대의 자기 만족과 학생들의 좌절만을 남기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비리를 추적하는 탐사보도팀의 역할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이 정책 제안들이 어떻게 추진되고, 어떤 기득권의 벽에 부딪히며, 결국 어떤 결론에 다다르는지 끈질기게 추적하고 기록할 것이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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