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오피스 시장: 공실 심화 속 대형 오피스텔 수요 증가, 기업 전략과 도시 공간의 재편

내년 도심 오피스 공실률 증가 전망은 한국 경제 상황과 기업들의 전략 변화를 반영하는 주요 지표다. 최근 이데일리 보도를 비롯한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도심 주요 업무지구 오피스 공실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 강남, 광화문, 여의도 등 핵심 지역에서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반면, 주거형 오피스텔, 특히 침실 외 별도의 공간 확보가 가능한 대형 평형에 대한 임차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금리 기조 장기화 속 기업들의 신규 투자 및 확장 계획이 보수적으로 전환되면서 오피스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 비용 증가, 소비 심리 위축 및 수출 감소세 지속으로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하락 압력을 받으며 고정비용 절감 기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경제 지표에서도 기업들의 투자 심리 위축이 확인되고 있어, 내년에도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은 복합적인 경제 및 산업 구조 변화에서 기인한다. 우선,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들은 고정비 절감에 집중한다. IT 및 스타트업 부문을 중심으로 확산된 재택근무 및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는 오피스 수요 감소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팬데믹 기간 중 원격 근무 효율성을 경험한 기업들은 사무실 공간 필요성을 재평가하며, 불필요한 면적을 줄이거나 공유 오피스 등 유연한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대규모 인력과 기술 투자가 필수적인 테크 및 일부 제조업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경우 R&D 인력은 유연 근무를 확대하고 생산 관리 인력은 현장 중심 업무 환경을 유지하는 등 부서별 특성에 맞춘 공간 전략을 구사하며 전체 사무실 면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과거 고성장기에 무조건적 사세 확장으로 사무실 면적을 늘렸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주요 IT 기업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도 비용 효율화 노력이 강조되었으며, 이는 부동산 고정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동시에, 최근 몇 년간 공급된 신규 오피스 빌딩들의 준공이 겹치면서 시장에는 공급 과잉 압력이 가중된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 내 신축 빌딩들이 입주자를 찾지 못하고 공실로 남는 사례가 늘면서 임대료 인상에 대한 시장의 저항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으며, 내년에도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되어 있어 공실률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는 임대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며, 자산 가치 하락과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 비용 상승은 건설 및 부동산 투자 기업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색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일부 건설사는 미분양 증가와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는 금융권 리스크 전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오피스텔, 특히 대형 평형의 임차 수요 증가는 주거 문화 변화와 맞물려 있다. 1~2인 가구 증가와 함께 주거 공간의 쾌적함과 기능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아파트 가격 상승 부담과 규제 강화 속에서 오피스텔은 실용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주거 공간이 업무 공간 역할까지 겸하게 되면서, 침실 외 별도의 업무 공간이나 다목적 공간 확보가 가능한 대형 평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는 과거 ‘잠만 자는 공간’이던 오피스텔 인식이 ‘생활과 일을 동시에 영위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 삶의 질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부상 또한 이러한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도심 오피스 시장은 당분간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연한 임대차 계약을 선호하고, 사무실을 거점 오피스나 협업 공간 위주로 재편하는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기존 오피스 빌딩 소유주들에게 공간 재구성이나 용도 변경 등 새로운 전략 수립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일부 노후 오피스 빌딩은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 시설이나 복합 상업 공간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 재생 및 건축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제시할 것이다. 오피스 공실률 증가는 건설 및 건자재 업계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리모델링 및 재개발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다. 오피스텔 시장은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역세권이나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고, 컨시어지 서비스 등 주거 편의성을 강화한 고품격 대형 오피스텔은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유지할 것이다. 반면, 소형 평형이나 입지 경쟁력이 낮은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건설사들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인지하고,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기보다는 소비자의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특화된 주거 상품 개발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커뮤니티 시설 확충, 스마트 홈 시스템 도입 등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오피스 공실률 증가와 오피스텔 수요 변화는 단순히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넘어선다. 이는 기업들의 경영 전략 변화, 노동 시장의 유연화, 그리고 주거 문화의 진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국내 주요 산업인 제조, 반도체, IT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효율적인 공간 운영 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전체 산업 생태계에 중요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기업 실적에 미치는 고정비용 절감 효과와 더불어,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 및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과제다. 정부와 지자체는 변화하는 부동산 시장 환경에 맞춰 관련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오피스 빌딩의 용도 변경 규제 완화나 리모델링 지원책 마련 등을 통해 시장의 자율적인 재편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향후 도시 공간의 재편과 산업 지형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동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 조민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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