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최초 ‘노동이사제’, 공공 거버넌스 혁신의 새로운 이정표인가
서울 성동구의 노동이사 임명은 지방자치단체 거버넌스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의미 있는 사건이다.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노동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성동구는 공공기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노사 관계의 협력적 전환을 모색하는 선도적 행보를 보였다. 이는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지방정부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협치 모델을 시험하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 이 결정은 공공 부문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의 물결을 가져올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지자체들의 정책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여 기관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근로자의 목소리를 경영에 직접 반영하여 권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기관의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보편화된 제도로, 특히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기업 경영에 근로자 대표가 깊이 관여하여 노사 상생과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낸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서울시가 산하 공공기관에 처음 도입한 이후, 지방공기업법 개정을 통해 노동이사제 도입 근거가 마련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대내외적으로 높아지는 투명성 및 책임성 요구에 부응하려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기관 경영 혁신 방안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도 활발히 논의되었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흐름이 성동구 사례를 통해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성동구가 서울 자치구 최초로 노동이사를 임명한 배경에는 해당 구가 오랫동안 ‘참여와 소통’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던 행정 철학이 깊이 자리한다. 성동구는 단순히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주민참여예산제, 사회적 경제 활성화 지원, 도시재생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 참여를 독려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온 경험이 풍부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은 공공기관 운영에 있어 근로자 대표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기관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고, 나아가 구민 전체의 복리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성동구는 이러한 선도적인 시도를 통해 공공기관의 운영 효율성뿐만 아니라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균형 잡힌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노동이사 임명을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다각적이다. 첫째, 기관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근로자의 생생한 현장 경험과 전문 지식이 직접 반영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과 구체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이는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과 현실에 기반한 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하며, 시행 착오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둘째, 경영진의 독단적인 결정을 견제하고, 이사회 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함으로써 경영 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사회 내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개진되고 논의되는 과정 자체가 기관 운영의 합리성을 제고하고, 대내외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셋째, 노사 갈등을 사전 예방하고 상생의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근로자 대표가 경영 의사결정의 주체로 참여함으로써, 노사 간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관의 생산성 향상과 안정적인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넷째, 기관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노동이사는 기관이 단순한 영리 추구를 넘어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이사제 도입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며,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명확하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우려는 노동이사의 전문성과 대표성 문제다. 과연 노동이사가 특정 노동조합이나 특정 근로집단의 이해관계를 넘어 기관 전체의 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보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이사회 구성원의 확대는 의사결정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때로는 비효율성을 야기하여 경영의 신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영 실패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쟁점이다. 이러한 우려들을 해소하고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보완과 노력이 필수적이다. 우선, 노동이사의 역할과 책임,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고, 전문성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동이사가 기관의 재무, 법률, 인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노동이사가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기관 전체의 공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선출 방식 및 운영 원칙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투명한 절차 확립이 필요하다. 기존 이사들과의 역할 조정 및 협력 방안 모색 역시 중요하다.
성동구의 이번 시도는 다른 서울 자치구뿐만 아니라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노동이사제가 지방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며, 혁신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공공 부문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해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구현하려는 노력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지방정부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다. 성동구의 사례가 향후 지방정부 거버넌스 혁신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제도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궁극적으로는 이 제도를 통해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내는 상생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 김도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