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브랜드, 패션을 입다: 라이프스타일 접점 혁신하는 자동차의 재해석
2026년 가을의 완성차업계는 그 어떤 시즌보다 뚜렷한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현대, 기아,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들이 이동수단의 정체성을 넘어 패션까지 품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단순히 교통수단이었던 자동차가, 이제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일부이자 애정 어린 패션의 한 장르로 다시 태어나는 흐름이 분명해졌다. 대형 패션 브랜드와의 공식 컬래버레이션, 자체 굿즈 라인 론칭, 아티스트와 공동 작업 등 패션산업 중심부에서나 보이던 상상력이 실제로 완성차 브랜드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 움직임은 단순 홍보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일상·취향에 스며드는 새로운 고객 접점 전략을 보여준다.
올해 초 현대차는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와의 협업 컬렉션을 발표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단순한 자동차와 의류의 조합이 아니라, 전동화 트렌드와 럭셔리 감성을 결합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 점이 특징이다. 기아 역시 독창적 감성의 스트리트 패션 하우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Z세대에게 친근한 그래픽과 색채를 녹인 ‘드라이빙웨어’를 한정 출시했다. 이 밖에도 볼보, BMW 등은 기존의 브랜드 굿즈를 넘어 진짜 패션 브랜드 못지않은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이며, 이동에 국한됐던 자동차의 가치를 문화적 행위의 일부로 확장시키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들이 이러한 전략을 펼치는 배경은 명확하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이동수단, 심지어 디지털 서비스까지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확장된 패션’으로 인식한다. 특히 디지털-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내 차, 내 옷, 내 공간을 한데 묶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완성차업계가 주목한 것은 단순 소비자를 넘어 ‘팬덤’에 가까운 브랜드 애착이다. 자동차와 패션이 만날 때, 제품의 기능을 넘어 아예 일체화된 자아표현의 도구가 된다. 실제 현대차·기아 등은 SNS 해시태그, 영상 콘텐츠를 통해 공식 패션 화보를 선보이고, 국제 패션위크 등 글로벌 이벤트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응축된 컬렉션을 내놓고 있다.
국내외 주요 브랜드를 아우르는 트렌드는 ‘굿즈’라는 답변으로 집약된다. 과거 완성차 굿즈가 키체인, 미니어처 등 소품 위주였다면 2026년에는 오버사이즈 점퍼, 그래픽 티셔츠, 드라이빙 슈즈 등 진짜 패션과 분간이 힘들 만큼 완성도를 높였다. 예를 들어 BMW의 라이프스타일 라인은 M 컬렉션으로 대표되며 실제 런웨이 못지않은 스타일링을 강조한다. 벤츠 역시 올가을 ‘아방가르드 아카이브’ 라인으로 외관 디자인 매니아와 젊은 패션 피플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굿즈·패션 콜라보가 자동차의 고유 컬러, 로고, 헤리티지 디자인을 옷, 가방, 액세서리에 입히는 방식은 브랜드와 팬이 감각적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상징이자 문화 코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소비 트렌드의 변곡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하나는 ‘패션=분위기’라는 소비심리의 변화이다. 자동차 회사는 자신이 단순히 차를 파는 기업이 아니라 동시대의 ‘분위기 산업’의 플레이어로 인식되는 길을 택했다. SNS에서 내 옷과 커플링 된 자동차, 주변 소품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트로 맞춰 인증하는 이들은 더 이상 드물지 않다. 또 하나, 완성차 브랜드가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공식 협업하거나, 아트토이·NFT 등 파생상품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취향의 세분화에 한발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패션업계의 관점에서도 자동차와의 만남은 신선한 시너지를 낳는다. 새로운 소재, 산업적 규모, ‘브랜드 히스토리’라는 독점적 스토리텔링이 가져다주는 색다른 무게감은 기존 패션 브랜드에 새로운 실험대로 작용한다. 실제로 F/W 시즌마다 ‘한정판 오픈카 레더 재킷’, ‘에디션 별 모터스포츠 테마’와 같이 자동차 유래 소재와 컬러가 메가트렌드로 번지고 있다. 이 흐름은 2026년의 도시 라이프스타일, 소비문화에 또 다른 레이어를 입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브랜드에 단순히 환호하는 소비자를 넘어, ‘나만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실제 올해 수입차 구매자의 절반 가까이가 신차출시 시점에 맞춰 동시 출시된 패션라인이나 ‘브랜드 팝업’에 참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는 주차장에 머무르는 물건이 아니라, SNS 감성, 셀프 포토존, 데일리룩으로 각광받는 ‘확장된 패션 도구’다. 그 결과 자동차회사의 브랜드 충성도는, 단순 스펙의 우수성보다 ‘나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가’에 좌우된다. 즉 자동차+패션으로 완성되는 라이프스타일은 올해 소비자심리의 핵심 트렌드임이 분명하다.
다만 패션의 본질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리셋되는 ‘유행성’의 속성을 자동차 업계가 어떻게 유연하게 끌어안을지는 앞으로가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남과 달라지고 싶은 심리와, 브랜드만의 스토리텔링 사이에서 완성차-패션의 동행이 얼마나 깊이 지속될지 매 시즌이 새로운 실험대에 오르고 있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