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낭만을 덮친 불청객, 식탁 위의 경계선 ― 김제지평선축제 식중독 의심 환자 발생

가을 바람이 스며드는 10월의 들녘, 김제의 드넓은 지평선은 늘 축제의 설렘과 풍요로운 농경의 기운으로 한껏 부풀어 오르곤 했다. 2026년의 김제지평선축제 역시 ‘맛’과 ‘정취’라는 두 단어 아래 수많은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하지만 그 화려한 무대의 이면, 음식 부스에서 발생한 식중독 의심 사례 33명이 검사를 통해 살모넬라균 양성 판정을 받으며 축제의 풍경은 하루아침에 무거워졌다.

살모넬라균, 누구에게도 낯설지 않지만 축제 현장에서 이토록 많은 이들이 동시에 영향받는다는 사실은 섬뜩할 만큼 낯설다. 음식과 함께 나누는 웃음, 가족이나 친구와 펼치는 맛있는 대화가 한순간 불안으로 변했다. 피해자들의 증상을 토해내는 언론 보도에는 멈추지 않는 구토와 복통, 식은땀이 실핏줄처럼 번지고 있다. 비가 내렸던 전날의 습한 공기, 예상치 못했던 급한 손님들의 물결, 음식 부스마다 여름 날씨에 가까운 조리환경, 축제 특유의 분주함까지 — 현장을 지났던 기자의 기억에도, 늘 묵직하게 남는 건 그 아슬했던 온도와 시간의 경계였다.

‘맛’을 매개로 여는 축제는 언제나 기대와 위험을 동시에 품는다. 김제지평선축제 역시 농산물의 신선함과 지역의 자긍심이 곱게 버무려진 대표적인 지역 문화 행사다. 주저 없이 한입을 베어 물던 밤 포장마차의 바삭한 전, 해가 질 무렵 판이 커진 장터의 도토리묵, 활동가들이 권한 손두부, 그 모든 순간이 경험의 기억에 오래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 이후, 음식 앞에 잠깐의 망설임이 자리잡았다. 축제 현장 곳곳에 오래 깃든 신뢰, ‘여기서는 괜찮겠지’라는 무심한 안도감이 어쩌면 가장 큰 방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식중독 사태의 원인을 짚어보면, 축제 특성상 조리 환경의 위생 관리가 생각보다 절박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수많은 방문객, 좁고 즉석에서 조리되는 음식, 빠른 회전율 등 변수가 많아진 공간에서는 평상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위생 규정과 체계가 필요했다. 일회용 장갑과 냉장고, 급한 손님들로 뒤섞인 주방, 손 소독제의 무게를 입증해줄만한 관리자의 부재. 소박한 축제 한 켠, 소외받은 위생관리가 그토록 큰 파문이 되어 돌아왔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바, 다른 지역의 음식 축제 역시 이미 비슷한 위험에 여러 차례 노출되어 왔다. 올해 초 남도음식문화축제와 대전의 길거리 먹거리 축제에서도 일시적 식중독 의심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즉석 조리 음식에서의 세균 오염은 한순간의 방심―자칫 놓친 재료 보관, 재빨리 처리하지 못한 적재, 수백 명 앞에서 벌어지는 정신없는 서비스 과정—에서 생겨났다. 확실한 것은 ‘축제’라는 단어가 부담을 덜어주는 방패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지역민이 내놓은 음식과 축제를 그대로 등질 수만은 없다. 먹거리 축제, 농산물 직거래 장터, 온 마을이 어울리는 제주 바다축제까지, 우리는 늘 ‘함께 먹고 마시는 기쁨’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지평선축제 역시 올해로 24회째. 오랜 시간 지역을 대표하는 유산으로, 단순히 잠시 들렀다 가는 전통마저 시민들이 꼼꼼하게 이어왔다. 이 신뢰의 줄에 금이 가버린 오늘, 관계기관은 보다 투명한 발표와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는 충분한 치료 지원과 빠른 회복이 우선이다. 동시에 축제 주최 측과 지자체는 앞으로의 축제에 더 정밀한 사전 점검, 위생 매뉴얼의 실질적인 적용, 인력 교육 강화가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안전한 먹거리 문화, 그리고 그 위에 피어오르는 축제의 환희가 다시 한 번 일상의 빛을 머금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가을볕에 노랗게 빛나던 축제의 들판, 먹거리 부스마다 다시 깨끗하고 믿음직한 손길이 이어질 날을 그려본다. 한 접시의 따스한 밥, 한 모금의 국물에도 우리는 함께하는 시간의 믿음을 담는다. 오늘, 나의 위로는 햇살 아래 투명하게 빛나는 환한 식탁 풍경을 향한다—여전히, 그리고 더 절실히.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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