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푸드위크 코리아, 식문화의 현재와 미래가 만나는 축제의 장
11월, 서울 코엑스의 넓은 전시는 활기로 가득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2026 푸드위크 코리아’가 펼쳐졌고, 입구를 지날 때부터 코끝을 간질이는 수많은 향들이 마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익숙한 전통음식의 표정도, 반짝이는 첨단 푸드테크의 시연도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이었다. 해마다 푸드위크를 기다려 온 이들에게, 그리고 음식이 그저 식(食)을 넘어 삶과 연결되는 풍경임을 믿는 이들에게, 올해 행사는 유독 깊고 다채로운 담론을 남겼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푸드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테마관이다. 여기서는 배양육 시식, 대체단백질 개발 사례, 로봇카페 등 여느 푸드 페어에서는 보기 힘든 신기술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첨단 식문화의 청사진을 말하는 자리에, 한 끼 식사가 단순히 입맛을 채우는 것 이상의 경험으로 재해석된다.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의 부스에는 관람객들의 관심이 유독 뜨거웠다. IT기반 식품 관리 플랫폼에서부터 개인 맞춤형 영양제 솔루션까지, 음식의 최전선은 이토록 바쁘고, 재미있으며, 동시에 따스했다.
올해 푸드위크는 단지 새로운 음식 트렌드를 보여주는 자리에서 더 나아가, 음식이 만들어가는 공동체와 우리의 일상에 머무른다.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던 로컬마켓 구역은, 전남 완도 해조류부터 강원 화천의 산양삼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식재료의 진득한 맛을 뽐냈다. 각 부스를 지키는 작은 생산자, 중견 브랜드, 신생 디자이너푸드 기업까지 저마다의 이야기를 곁들이며 손님을 맞는 모습이 다정하다. 직접 먹어볼 수 있는 시식 부스와 지역 특화 레스토랑의 즉석 요리 시연은, 보는 이의 마음조차 포근하게 덥힌다.
격변하는 식문화의 풍경 속에서 ‘건강’은 올해도 중심어가 되었다. 방문객들은 저칼로리, 저당, 글루텐프리 등 다양한 이유식·헬스푸드 브랜드와 직접 소통하고, 영양 테라피스트와 수차례 대화한다. 도시와 농촌이 연결되는 짧은 순간, 초록의 미나리와 알록달록한 영농체험 키트 앞에서 아이들은 작은 웃음으로 응답한다. 식족(食族)이라 불릴 만큼 먹는 것을 삶의 중요한 축으로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음식은 분명 하나의 치유이자 즐거움이다.
해외 파빌리온도 예년보다 한층 다채로워졌다. 일본의 와규, 이탈리아의 트러플 오일, 동남아의 이국적인 과일 등 세계의 맛들과 한국 토종 식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테이블이 마련됐다. 부스를 넘나드는 언어와 표정만큼 음식도 국경을 넘는 경험임을 체감하게 된다. 그 속에서 서울의 젊은 셰프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국 음식의 미래를 해석했다. 산지의 식재료를 모티브로 한 한접시,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를 겨냥한 푸드아트, 채식 밀키트와 케이터링까지… 음식은 세대와 국적을 넘어선 소통의 매개로 거듭난다.
푸드위크는 항상 ‘즐거운 축제’를 표방해왔지만, 올해는 그 뒤에 흐르는 진중한 화두들이 유난히 많이 오갔다. 곰곰이 살펴보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단순히 전시 효율의 논리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 돋보인다. 폐플라스틱 감량을 위한 테이블웨어, 잉여 식재료를 활용한 이벤트 쿠킹, 친환경 농산물 인증 캠페인까지, 작은 실천들이 식문화의 방향을 바꾸는 그림으로 펼쳐진다. 음식 뒤에 숨어 있는 누군가의 수고와, 지구를 위한 미미한 움직임들이 어쩌면 이 자리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음식 앞에서는 솔직해진다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푸드위크의 다양한 부스를 걷다 보면,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감각—맛이나 향, 식감—뿐 아니라, 누군가와 나누는 식사의 행복, 따뜻한 이야기, 공감의 태도까지, 여러겹의 경험이 켜켜이 쌓인다. 행사장을 빠져나서며 접한 마지막 잔 커피 한 모금에서, 그리고 또렷하게 남는 농가의 정직한 목소리, 청년 창업자의 두근거림에서, 우리는 ‘음식의 미래’라는 커다란 질문에 대한 작은 답을 마주하게 된다.
음식은 여전히 삶의 중심에 있고, 푸드위크는 그것의 아름다운 증명이다. 내년, 다시 만날 이 축제의 날짜가 벌써 기다려진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