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다 잡아라’ 지시, 사정기관 독립성과 법치주의에 던진 질문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최근 국회에서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월담 국회의원들 다 잡아라’ 지시 관련 발언은 정치권과 법조계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견 단순한 대통령의 지시로 비칠 수 있으나, 그 내면에는 사정기관의 독립성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쟁점들이 내포되어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4년 11월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간 극한 대치가 벌어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특정 쟁점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의장석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국회 경비대와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이 국회 본관 진입을 위해 담을 넘는 상황까지 연출되며 일명 ‘국회 월담’ 사건으로 비화했다. 이 사건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상황을 보고받고 ‘국회 월담 국회의원들을 다 잡아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은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2025년 11월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언하며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조 청장은 이 지시가 경찰청장을 통해 서울경찰청으로 하달되었으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었음을 시사했다. 대통령의 지시부터 경찰의 실제 움직임까지의 구체적인 타임라인 추적은 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

대통령의 지시는 법치주의와 사정기관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헌법 제86조 2항은 ‘검사의 직무에 관하여는 검찰총장만이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경찰 역시 국가경찰위원회 및 개별 수사관의 독립적인 수사권 행사를 보장받는다. 대통령이 특정 사건의 특정 대상에 대해 ‘검거’를 직접 지시하는 것은 이러한 수사기관의 독립성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법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국회의원의 경우, 헌법 제44조에 따라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보장된다. ‘월담’ 행위가 현행범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으나, 대통령의 포괄적인 ‘다 잡아라’ 지시는 이러한 헌법적 보호 장치마저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월담’ 행위 자체는 형법상 건조물 침입 또는 특수주거침입죄, 국회법 위반 등으로 의율될 수 있으나, 국회의원의 직무 행위와 연관된 측면이 강하고 정치적 행위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신중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법원 판례상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경우에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확고하지만, 수사 개시의 적정성 및 사법부의 최종 판단과는 별개로 대통령의 직접적 지시 자체가 권력 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대통령의 통치권 행사와 사정기관의 관계 정립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대통령의 ‘하명 수사’가 공공연히 이루어졌고, 이는 사법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주화 이후 사정기관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행정부 수반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다 잡아라’ 지시는 이러한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사정기관이 정치적 외압에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이러한 외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경찰이 실제 대통령의 지시를 인지하고도 법과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는지 여부는 향후 국정감사나 수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 지시가 과연 단순한 ‘엄정 대응’ 주문이었는지, 아니면 특정 국회의원들에 대한 ‘정치 보복성 수사’를 유도하려는 의도였는지에 대한 판단은 사법 정의 실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대통령실은 지시의 취지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이었다고 해명하며 논란을 진화하려 애쓰고 있지만, 야당은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사안은 단순한 정치적 공방을 넘어선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권력 분립 원칙과 사정기관 독립의 가치가 이번 사태를 통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국회에서는 조지호 청장의 발언 진위 여부 확인 및 대통령의 지시 경위와 법적 타당성 등을 따지는 청문회나 국정조사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도 대통령의 권한 행사와 사정기관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향후 검찰 및 공수처 등 다른 사정기관의 수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법원이 이 사안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 김하늘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