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향하는 헌정 논쟁, 한국 정치의 위기를 진단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민주당의 야당 탄압을 ‘내란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행태가 ‘진정한 헌정 파괴’라고 비판한 것은 작금의 한국 정치가 얼마나 위태로운 수사(修辭)와 대결 구도에 갇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여야가 서로를 향해 ‘헌정 파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현 상황은 단순한 정쟁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위기 신호로 해석해야 합니다.

‘헌정 파괴’와 ‘내란세력’이라는 표현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 속에서 독재 정권의 권력 남용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있을 때 사용되던 지극히 엄중한 용어였습니다. 이는 국가의 기본 질서와 국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에 부여되는 정치적, 역사적 낙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수사들은 정치적 이견을 표출하고 상대 당을 비난하는 일상적인 어휘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용어의 본래적 의미를 희석시키고, 실제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발생했을 때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정치권의 이러한 극단적인 언어 사용은 단순히 감정적인 싸움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의 마비와 국정 운영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며,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특정 법안이나 정책에 대한 의견 차이가 ‘헌정 파괴’나 ‘국정 농단’과 같은 용어로 비화될 때, 합리적인 토론과 타협의 여지는 사라지고 오직 승자와 패자만이 남는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서로를 ‘내란세력’으로 규정하는 발언은 정치적 반대자를 사실상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는 위험한 태도를 내포합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이념과 목소리가 공존하며, 서로 다른 의견이 존중받는 다원주의 사회를 지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당이나 세력을 ‘내란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과 ‘관용’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프레임은 정치적 반대 세력과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이들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가질 수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는 구조적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 강고한 양당 체제 속에서 상대 진영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적대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경쟁이 정책 대결보다는 진영 논리에 기반한 대결로 흐르면서,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전략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둘째, 언론 환경의 변화 역시 한몫합니다.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미디어 소비 행태와 자극적인 헤드라인 경쟁은 극단적인 정치 수사를 더욱 부추기고 확산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셋째, 사법 영역이 정치화되는 현상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갈등이 법원의 판단에 의해 좌우되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정치인들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결국,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현재 한국 정치가 겪고 있는 깊은 불신과 대결의 심연을 여실히 드러낸 것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체가 이 같은 극단적인 수사와 대결 프레임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정책의 실종은 민생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정치에 대한 불신은 사회 전반의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정치권이 스스로 자제력을 발휘하여, ‘헌정 파괴’라는 무거운 비판이 실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외침일 때만 사용될 수 있도록 정치적 품격과 규범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비판적 견제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지만, 그 비판의 언어가 민주적 공론의 장 자체를 파괴하는 수준에 이르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상호 존중과 타협의 정신 없이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시점입니다.

— 김도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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